2015년 7월 1일 수요일

직업과 취미, 그리고 고객 만족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탐구프로그램에 초빙되어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생명과학자로서 내가 걸어온 길을 약 40분에 걸쳐서 이야기하였다. 주최측이 사전에 당부한 바대로 내가 종사하는 전문 분야에 대한 단순한 설명은 최대한 배제하였다. 평소에 직업에 대해서 갖고 있는 바를 즐거이 이야기해 주고 왔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게 되면 더 이상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작점이었다. 왜냐하면 직업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취미로 하는 사람과 직업으로 하는 사람 간에 전문성에서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분야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하려면, 다음의 4가지가 갖추어져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여기에는 내가 갖추어야 하는 요건도 있고 외부적인 조건도 있다.

- 열정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다.
- 책임감 이것이 없으면 취미가 된다.
- 전문성 이것은 자기가 힘들여 갈고 닦아야 하는 것.
- 보상(혹은 보수) 그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올바른 직업이 아니다.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을 이 네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해야 하는지 혹은 취미로 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건전한 자본주의 정신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시장'은 인류가 만든 것 중에 가장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도처에서 시장 실패를 목도하게 되므로), 꽤 잘 만든 장치임은 틀림이 없다. 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고, 발전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 다음으로 이야기한 것은 고객 지향적인 삶의 태도이다. 고객은 재화나 서비스를 사기 위해 돈을 들고 오는 사람으로만 좁게 정의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일을 함으로 인해서 만족을 얻는 사람이 바로 고객이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는 나 자신도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알 때 비로소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학생 신분의 자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고객을 정의할 수 있는가? 엄마가 맛있는 요리를 하면 자녀가 만족하고 먹는다. 그러면 자녀가 부모의 고객인가? 또한 부모는 용돈을 자녀에게 주고 자녀가 좋은 성적을 내면 기뻐한다. 그러면 부모가 자녀의 고객인가?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생각을 정리하여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보련다. 간단히 중간 결론을 내려보겠다. 고객은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있다면 기존의 공급자에게는 가차없이 등을 돌린다. 시장에서 신뢰가 중요한 미덕이기는 하나 결코 영원하지 않다. 따라서 모종의 거래가 오고가는 시장 개념이 먹히는 곳에서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생명 존중과 환경 보전에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서 어떤 길에 들어서기로 작정했다면 그 길을 끝까지 가 보라고 당부하였다. 왜냐하면 세상이 바로 여러분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므로. 이 마지막 당부는 최근 읽은 에드워드 O. 윌슨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프로페셔널은 돈을 받아야 일하는 사람이고,
아마츄어는 돈을 내고서라도 일하는 사람이다. 이는 내가 평소에 늘 갖고 있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한 말, 혹은 책에서 읽은 것을 내가 재생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만약 이 '일'에 해당되는 것을 사고파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치자. 단지 중개만 하는 사업을 해도 좋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후자를 공략하는 것이 더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한다. 돈을 받아야 일하는 프로페셔널은 딱 그만큼만 일을 하기 마련이다. 또한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열정적인 아마츄어는 그렇지가 않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탐구해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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