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5일 목요일

소련제 진공관을 찾으면서

이제는 해체된 '소련'의 옛 군수품이 전세계를 상대로 팔리고 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오디오용으로 사용처를 찾은 진공관이다. http://www.rutubes.com/처럼 진공관만을 파는 러시아 회사의 웹사이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아예 http://soviet-power.com은 아예 Russian Military Surplus Store라는 명칭을 내걸고 옛 군복이나 장비와 더불어 진공관을 독립 카테고리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http://ussr-tubes.com/도 눈에 뜨이는 곳이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사문화 자체와는 거리가 멀다. 옛것을 아끼고 활용하려는 알뜰한 마음일 뿐이다.

수십년 전에 만든 재고가 영원히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쯤이면 이것들이 다 소진될까? 그 전에 내 진공관 앰프의 교체용으로 좀 더 구입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가격이 2달러도 채 하지 않으니 3호기, 4호기를 만들지 않는 이상 10개 정도 사다 놓으면 꽤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귀의 수준이 높아져서 더 좋은 관을 쓰는 앰프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서 자장면을 이제 처음 먹어보고는 다른 중국음식은 아직 한번도 맛보지 않은 상태에서 평생 자장면만 먹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오디오의 세계는 너무나 큰 폭의 스펙트럼을 품고 있다. 해외 직구를 통해 단돈 4달러에 불과한 칩앰프 모듈을 구입할 수도 있고, 성능과 가격이 비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정말 한계가 없다. 이러한 큰 세계를 놔두고는 당장 싸게 구할 수 있는 MT관으로 만들어진 소출력 싱글 앰프로만 평생의 오디오 경험을 한정지으려는 것은 측은한 일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내가 취미로 일렉트릭 기타를 치고 있지만(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최근 몇년간은 기타에 쌓인 먼지만 털고 있지만), 죽기 전에 꼭 정품 펜더나 깁슨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국산 모델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내가 관심을 둔 모든 분야, 특히 취미 활동에 대해서 꼭 최고급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발버둥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국 대부분의 오디오쟁이들은 여러 장비를 배회하다가 특정 삼극관의 싱글 앰프와 빈티지 풀레인지 스피커로 간다는 말도 있다. 그 특정 삼극관은 일본 오디오파일들이 선호하는 것인데 우리가 너무 이것에 동조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그래, 나는 자장면만 먹고 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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