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요일

플라네타리움이 사라진 천체관

2024년은 공룡 화석이 발견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TV에서 관련 프로그램(벌거벗은 세계사 '화석으로 푸는 공룡의 비밀')을 보던 아내가 국립중앙과학관에 가서 공룡 화석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였다.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공룡은 파충류보다는 새에 더 가깝다고 한다. 유독 어린이들에게 공룡이 인기가 있는 것은 영화사의 전략이었다고 하던가? 아직도 발굴이 되지 않아서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멸종 생물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얼음에 뒤덮인 남극 대륙이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대륙(아틀란티스?) 땅 밑에 말이다.

구글 포토를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과학관을 찾았던 것은 2018년이었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를 집에만 머물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주차장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과학관을 지나쳐 KAIST쪽으로 우회전을 한 뒤 화폐 박물관쪽 샛길로 들어가서 유성도서관-대덕중학교를 돌아 나와야만 했다. 





자연사관을 빠르게 둘러본 뒤 일단 천체관 관람을 하고 다시 주 전시관을 보기로 하였다. 국립중앙과학관과 대전시민천문대의 천체관을 본 것이 벌써 언제였던가? 3D 안경을 입구에서 나누어 주고 있어서 아마도 별자리 관련 설명을 한 뒤 입체영상물('우리는 외계인')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전통적인 별자리 해설을 보려면 낮 1시 30분 운영 프로그램을 찾았어야 했다(링크).

그러나 관람석 중앙에 있어야 할 플라네타리움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플라네타리움은 천체관의 전시공간 유리창 너머로 물러난 상태였고, 디지털 투영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선명하게 인쇄된 우주발사체가 과학관에 전시된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미래기술관쪽에서 바라본 천체관.
천체관 돔에 비춰진 황도 12궁.


이제는 전시물 신세가 된 GOTO GSS-II 플라네타리움. GOTO 회사 소개 링크.

다른 각도에서 촬영.


'우리는 외계인'은 잘 만들어진 3D 영상물이었다. 외계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면 지구의 극한 환경부터 돌아 보아야 한다. 심해 열수구, 지표면으로부터 4 km 깊이의 지하, 극지의 얼음 등 미생물 외에는 생명체를 찾기 어려운 환경을 설명하면서 인체 내부의 미생물까지 소개를 하면서 최신 과학기술의 성과를 쉽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은 행성이 그 주변을 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Goldilocks zone, 즉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행성이라면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행성을 현재의 망원경 기술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그 행성의 대기로부터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흔적, 즉 산소의 존재를 여러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면 생명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후보는 태양계 내에도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로봇을 이용한 화성 탐사를 통해서 가장 빨리 알아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생존 문제도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하는데 무슨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것인지...' 이것이 최근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고 정말 작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은 비록 절대 다수가 아니더라도 헌신적인 과학자에 의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천체관에서 플라네타리움이 사라진 것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터치 스크린과 입체 영상이 흔해진 이 시기에 관객, 특히 어린이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고전적인 플라네타리움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물론 GSS-II 플라네타리움의 수명이 다하고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기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를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별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기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무엇보다도 광공해가 너무 심해서 별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한층 더 걱정스러운 것은 휴대폰을 늘 달고 사는 세대가 밤하늘의 별에 관심을 갖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체투영관은 입체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변신하지 않고서는 경쟁하기 어렵다. 고전적인 오디오 앰프, 사진기, 망원경... 신체의 일부가 된 휴대폰과 초고속 인터넷 때문에 점점 설 자리를 잃는 과거의 '고급 취미'가 아니겠는가? 한번 방향을 튼 대세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LP(vinyl)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스카이워처(Sky-Watcher)의 127 mm 막스토프-카세그레인 망원경. 적도의와 삼각대는 사무실에서 영구 대기 중이다. 화석이 되기 전에 이따금 꺼내어 봐야 하는데... 한때는 정립 프리즘을 달아서 탐조용으로 쓸 생각도 했었다. 그러려면 줌 접안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럴 요량으로 구입했던 볼 마운트와 삼각대는 또 어디로 갔는가?

초기 인류 형님, 저도 늙어간답니다... 형님은 카페인이나 휴대폰으로 밤잠을 설치지는 않으셨겠죠? 이를 닦지 않았지만 충치도 없었을 것이고, 당뇨병 걱정도 없으셨겠죠. 문명이 주는 질환이나 스트레스는 없었겠지만, 생존 그 자체가 더 큰 걱정이었겠네요.

오랜만에 찾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 점 하나와 같은 지구. 그렇게 좁은 세상에 바글거리고 살면서 우리 모두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서로를 비교하며 자기가 얼마나 더 잘났는지 확인하려 든다.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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