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구 소련제 진공관을 쓰지 않고 있으니 글의 제목에 포함된 '6П6C'라는 표현도 바꾸어야 할지 모르겠다.
중국산 6V6 호환 진공관으로 출력관을 교체한 뒤(관련 글 링크) 모든 것이 만족할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주위가 조용한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대고 들어보면 '꾸르륵 꾸르륵'하는 규칙적인 잡음이 들린다. 볼륨 포텐셔미터의 각도와는 무관하며, 출력관의 그리드를 접지에 연결하면 잡음이 사라진다. 최소한 출력관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다.
구 소련제 6П6С 관을 사용하여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이런 상태였을까? 서울 시내 한복판의 시끄러운 곳에서 사용을 했었으니 이렇게 매우 작은 수준의 소리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광교 신도시에서 근무하던 당시 만들었던 6LQ8 푸시풀 앰프도 제작 직후에는 잘 몰랐지만 대전으로 가져와서 조용한 밤에 틀어보니 비로소 잡음을 느낄 수 있지 않았던가.
이토록 간단한 진공관 싱글 앰프에서 나는 잡음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자괴감이 든다. 초단에 사용한 6LQ8(삼극관 부분만 이용)과의 미묘한 궁합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용도로 흔히 사용하는 쌍삼극관을 사용하면 좀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평소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preamplifier board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해 보았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 앰프 회로 기판 튜브, 파워 앰프, 푸스 보드, 6N1, 6N2, 프리앰프회로기판. ECC81 = 12AT7, ECC82 = 12AU7, ECC83 = 12AX7, ECC85 = 6N1. |
6N2P(12AX7과 유사)와 12DT8(12AT7)을 몇 개 갖고 있으니 히터 전원 배선에만 주의하면 이번에 구입한 프리앰플리파이어 보드에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이렇게 실험과 노력을 반복하고도 잡음을 잡지 못한다면 그 때에는 내가 과연 이 취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내 생애 최초의 진공관 앰프(12DT8-14GW8 SE amplifier; 14GW8 = PCL86)를 구입한 이후로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진공관의 수명이 다 될 것을 미리 걱정하여 여분의 관을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실제 몇 알이나 소모하였는가? 초기 불량에 해당하는 PCL86 단 하나를 바꾸었을 뿐이다. 그 이후로 몇 대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보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것은 별로 없었다. 출력과 음질 모든 면에서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것은 전원부를 제외하고는 원 제작자의 회로를 싹 걷어낸 뒤 내가 직접 회로를 꾸민(물론 인터넷에서 회로를 참조함) PCL86 SE 앰프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괜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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