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무려 21년 전에 <치의신보>에 올라온 독자투고문이 최상위 검색 결과로 나온다. 이 글을 기고한 이(장용성)는 당시 서울치대 예치학 박사과정이었으니 지금은 어디선가 개원을 하였으리라.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진료診療 = 검진檢診(검사 + 진단) + 요양療養(치료 + 조양調養). '조양'은 음식이나 주위 환경, 움직임 등을 알맞게 조절하여 쇠약한 몸을 다시 좋아지게 한다는 뜻으로 '조리調理'와 같은 의미이다.
- 의료醫療: 의술로 병을 고치는 일. 과거에는 치료와 거의 같은 의미였으나, 예방과 재활의 발달에 따라 과거 치료에 편중되어 있던 의미에서 현재는 진료와 거의 같은 의미가 되었음
진료는 의료와 동의어이고, 보다 명확한 뜻이 포함된다. 따라서 기고자는 진료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의료계', '의료인'이라는 말은 매우 흔히 사용하면서도 '진료인' '진료계'라는 말은 내가 알기로 전혀 쓰이지 않는다. 참고로 의료인은 의료법 제2조제1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몸이 아파서 동네 의원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자. 접수 후 밖에서 기다리다가 호명하면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를 만나지 않는가? '진료 = 검진 + 조양'임을 떠올려 본다면 <진료실>은 부정확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안에서 '조양'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의료실>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무척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진료'라는 말을 들으면 의사가 환자를 앞에 두고 하는 행위가 우선 떠오른다. 아마도 '진료'라는 낱말에서는 '진찰' 또는 '진단'이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2021년 코딩월드뉴스에 올라온 글을 읽어 보자. 여기에서는 의료를 진료보다 더 큰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의료 기술과 함께 떠오른 '원격의료'와 '원격진료', 그 차이는?
- 원격진료(telehealth)란 병원의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
- 원격의료(telemedicine)은 원격진료를 포함하는 개념... 원격의료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기술로 "원격 환자 모니터링"을 꼽을 수 있다.
2021년 치의신보 기고문에서는 의료와 진료라는 두 용어 중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완전히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말 쓰임새에서는 의료가 진료를 포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용법이 정말 옳은지는 누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의료법 시행령 제27조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면서 정작 의료법에서는 의료행의를 정의하지 않아 판례(2018.6.19. 선고 2017도19422)를 참고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판례는 다음의 링크에서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
- 대한민국 법원 종합법률 정보 - 어휴, 왜 URL이 이렇게 복잡해!
- CaseNote - URL은 정말 간단하다. https://casenote.kr/대법원/2017도19422
그러면 '보건保健'(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라는 낱말은? '보건소' '보건위생' '보건의료' '보건진료직' '보건진료소' 등 다른 낱말과 결합하여 쓰인다. 국내법에는 지역보건법과 보건의료 기본법이 있다. 후자에서는 '보건의료'를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아, '보건의료정보'를 보건의료법 제3조제6호에서 정의하고 있구나!
"보건의료정보"란 보건의료와 관련한 지식 또는 부호·숫자·문자·음성·음향·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를 말한다.
기존 법에서 정의한 보건의료정보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보건의료 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을까? 전자의무기록이나 인체유래 유전체 정보를 포괄하기는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특히 보건의료기본법에서는 보건의료정보의 취급에 관한 사항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보건의료정보(또는 보건의료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환자의 것인가? 의료기관의 것인가? 비침습적 방법으로 얻은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법과 제도는 현실을 항상 조금 뒤쳐져서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간극이 너무 벌어지면 '현실'이 고달파진다.
2023년 1월 31일 업데이트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데이터법에 대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업데이트를 붙이기 전에 쓴 글('보건의료데이터 - 공유·활용과 정보주체 보호의 문제' 링크)에서는 2022년 12월 23일에 검색한 결과를 일부 나열하였었다.
- [메디칼타임즈] 의료계, 보건의료데이터법 반발… "국가적 재난사태 초래" 2022년 12월 26일
- [치과신문] 의약단체, '보건의료데이터법' 추친 반대 2023년 1월 5일
매우 민감한 보건의료데이터가 생산 및 관리 주체인 보건의료기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 동의만으로 민간기업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