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 수요일

의료와 진료는 무엇이 다른가? 보건은?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무려 21년 전에 <치의신보>에 올라온 독자투고문이 최상위 검색 결과로 나온다. 이 글을 기고한 이(장용성)는 당시 서울치대 예치학 박사과정이었으니 지금은 어디선가 개원을 하였으리라.

'의료'와 '진료'의 차이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진료診療 = 검진檢診(검사 + 진단) + 요양療養(치료 + 조양調養). '조양'은 음식이나 주위 환경, 움직임 등을 알맞게 조절하여 쇠약한 몸을 다시 좋아지게 한다는 뜻으로 '조리調理'와 같은 의미이다.
  • 의료醫療: 의술로 병을 고치는 일. 과거에는 치료와 거의 같은 의미였으나, 예방과 재활의 발달에 따라 과거 치료에 편중되어 있던 의미에서 현재는 진료와 거의 같은 의미가 되었음

진료는 의료와 동의어이고, 보다 명확한 뜻이 포함된다. 따라서 기고자는 진료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의료계', '의료인'이라는 말은 매우 흔히 사용하면서도 '진료인' '진료계'라는 말은 내가 알기로 전혀 쓰이지 않는다. 참고로 의료인은 의료법 제2조제1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몸이 아파서 동네 의원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자. 접수 후 밖에서 기다리다가 호명하면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사를 만나지 않는가? '진료 = 검진 + 조양'임을 떠올려 본다면 <진료실>은 부정확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안에서 '조양'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의료실>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무척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진료'라는 말을 들으면 의사가 환자를 앞에 두고 하는 행위가 우선 떠오른다. 아마도 '진료'라는 낱말에서는 '진찰' 또는 '진단'이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2021년 코딩월드뉴스에 올라온 글을 읽어 보자. 여기에서는 의료를 진료보다 더 큰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의료 기술과 함께 떠오른 '원격의료'와 '원격진료', 그 차이는?

  • 원격진료(telehealth)란 병원의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
  • 원격의료(telemedicine)은 원격진료를 포함하는 개념... 원격의료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기술로 "원격 환자 모니터링"을 꼽을 수 있다.

2021년 치의신보 기고문에서는 의료와 진료라는 두 용어 중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완전히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말 쓰임새에서는 의료가 진료를 포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용법이 정말 옳은지는 누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의료법 시행령 제27조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면서 정작 의료법에서는 의료행의를 정의하지 않아 판례(2018.6.19. 선고 2017도19422)를 참고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판례는 다음의 링크에서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보건保健'(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라는 낱말은? '보건소' '보건위생' '보건의료' '보건진료직' '보건진료소' 등 다른 낱말과 결합하여 쓰인다. 국내법에는 지역보건법과 보건의료 기본법이 있다. 후자에서는 '보건의료'를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아, '보건의료정보'를 보건의료법 제3조제6호에서 정의하고 있구나! 

"보건의료정보"란 보건의료와 관련한 지식 또는 부호·숫자·문자·음성·음향·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를 말한다.

기존 법에서 정의한 보건의료정보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보건의료 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을까? 전자의무기록이나 인체유래 유전체 정보를 포괄하기는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특히 보건의료기본법에서는 보건의료정보의 취급에 관한 사항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보건의료정보(또는 보건의료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환자의 것인가? 의료기관의 것인가? 비침습적 방법으로 얻은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법과 제도는 현실을 항상 조금 뒤쳐져서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간극이 너무 벌어지면 '현실'이 고달파진다.


2023년 1월 31일 업데이트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데이터법에 대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업데이트를 붙이기 전에 쓴 글('보건의료데이터 - 공유·활용과 정보주체 보호의 문제' 링크)에서는 2022년 12월 23일에 검색한 결과를 일부 나열하였었다.

  • [메디칼타임즈] 의료계, 보건의료데이터법 반발… "국가적 재난사태 초래" 2022년 12월 26일
  • [치과신문] 의약단체, '보건의료데이터법' 추친 반대 2023년 1월 5일

매우 민감한 보건의료데이터가 생산 및 관리 주체인 보건의료기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 동의만으로 민간기업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규제에 끼인 디지털 헬스 산업

어제 저녁무렵에 파이낸셜뉴스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규제에 끼인 디지털헬스..."산업 차원 육성 다룰 별도 법 필요"(2022.11.28.)

디지털헬스케어는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라서 아직 통계청의 산업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한국표준산업분류는 통계청 고시(링크)로 공개되는데, 현재 통용되는 것은 2017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스마트헬스케어라는 용어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국회에는 3건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블로그 글 링크). 전부 올해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되었고, 주무부처도 각각 다르게 명시해 놓았다. 그만큼 산업계의 요구가 무르익어 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법안의 통과라는 것이 몇 달 논의를 거친다고 뚝딱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의료계나 시민단체와의 공감대 형성 - 특히 비대면진료와 같은 문제는 의료계와 합의를 거치지 않으면 실현 자체가 어렵다 - 이라는 중대한 관문을 또 넘어야 한다.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현행 법제의 테두리 안에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를 설명하는 책자인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이 2차(2022년 9월)까지 발간되어 있다. 간행 주체는 보건복지부.

법을 통한 규제와 관련해서는 크게 포지티브 규제네거티브 규제의 두 가지 형식이 있다고 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되는 것들을 목록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록에 있는 행위만 해야 하고, 그 외의 것을 행하면 위법한 것이 된다. 반대로 네거티브 규제는 해서는 안 될 행위를 목록에 담는 것이다. 즉 '이 목록에 있는 것만 아니면 뭐든지 해도 된다'에 해당한다. 규제의 강도로 따진다면 당연히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보다 더욱 강력하다. 우리나라 법제는 대부분 포지티브 규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규제 혁신은 문재인 정부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포지티브 규제: 목록에 있는 일만 해야 돼!
  • 네거티브 규제: 목록에 있는 일 빼고 다 해도 돼!

이상에서 소개한 '포지티브 & 네가티브'의 두 가지 중요한 개념에 대한 약간 복잡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다음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발간한 「알기쉬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A o Z」(링크)에서 인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의료행위(medical procedures)와 의약품(pharmaceuticals)에 대해 서로 다른 보험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적용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의약품 중 치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 일부를 급여 대상으로 적용하며 그 외의 의약품은 비급여로 사용 가능하다. 의료행의의 경우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 한계로 인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한 심사기준에 의해 급여 대상 행위를 별도로 인정하는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 혼재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행위의 경우 급여와 비급여 목록을 모두 정부에서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의료행위(의약품 제외)의 건강보험 진입 여부 결정을 위해 의료행위와 신의료기술평가를 시행하며, 건강보험 가입자(우리나라 국민)에게 보편적인 의료환경에서 사용될 만큼의 임상적 안정성·유효성을 갖추었는지 해당 분야 의료인과 함께 국내외 임상문헌에 기반한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 방법을 활용하여 평가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독특한 구조에 기인하여 새로운 의료행위는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는 경우 건강보험(급여 또는 비급여 의료행위 목록)에 진입할 수 없으므로 해당 기술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비급여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에서는 의료행위의 개념을 법에서 정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건강관리서비스의 개발 및 제공에 도움을 주고자 허용되는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의 예시를 들어 주었다. 그런데 이 예시라는 것이 오히려 자율성과 상상력을 크게 제한하는 것 같다. 비록 예시이지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전부 나열함으로써 마치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규제가 혼재된 것과 같은 복잡한 모양을 띠고 있다. 어떤 문서를 작성할 때 흔히 샘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샘플이라는 것이 새로 작성하려는 내용에 대한 일종의 '한계'로 작용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샘플이 있으면 문서 작성이 손쉬운 것은 맞지만...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정의는 어떻게 내려져 있는가? 이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 방지를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자의 판단이 개입(의료적 판단 제외)된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유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쉽지 않은 정의이다. 의료행위의 판단 기준 역시 마찬가지이다. 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못하므로 대법원 판례(2018.6.19. 선고 2017도19422)에 의존해야 한다.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의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이드라인 9쪽에는 비의료기관의 의료행위 금지규정 위반 대표 사례를 실었다. 

  1. 특정 증상에 대해 질환의 발생유무·위험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여 주는 행위
  2. 질병의 치료를 직접적 목적으로 하는 상담 및 조언행위
  3. 질병 확인을 위한 문진·검사·처치 등을 행하고 의료기관에 의뢰하는 행위
3을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여겨지지만, 1과 2는 조금 더 자유롭게 금지를 풀어도 되지 않을까? 1과 2는 DTC 유전자검사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논리와 매우 닮았다. DTC 유전자검사의 제한은 겉으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취지를 철저히 지키는 규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료계의 강력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 전체에서 '윤리'라는 낱말은 딱 3회 등장하는데, 전부 생명윤리법을 일컫는 것이었다.

다음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2차)」의 13쪽을 인용한 것이다.



예시를 보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머리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창의력을 발휘하여 어렵사리 사업 아이디어를 만든 다음 '의료행위 여부 유권해석 신청서'라는 것을 작성하여 이 행위가 법을 저촉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를 거쳐야 범법자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사업하기 참 어려운 현실이 아닌가? 허용이 되는 행위인지 혹은 불법인지를 일일이 문의해서 해야 하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사견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행 DTC 유전자검사 역량 인증 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많이 갖고 있다.


2023년 3월 3일 업데이트

구글에서 포지티브 혹은 네거티브 규제(positive regulation or negative regulation)을 검색해 보라. 대학교 분자생물학 혹은 생화학 교과서에서 보았던 유전자 발현 조절 방식에 관한 글만 줄줄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포지티브/네거티브 '규제'를 친절히 설명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규제와 관련한 곽노성 교수의 저서를 구하여 읽어 보니 포지티브/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원래 법령에서 강제하는 규제의 유형을 일컫는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전부 법령에서 찾는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이는 신제품,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하고 필요 시 사후에 규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 규제혁신 원칙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을, 이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입법방식 유연화와 규제샌드박스를 제시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홍승헌(2021) 규제연구 제30권 1호 pp.79-118, 초록 첫 문장(논문 링크)

어제(2023년 3월 2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있었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DTC 유전자검사 규제와 관련하여 어떤 소식이 있는지 배포된 자료를 들추어 보았으나 그다지 인상적인 것은 보이지 않았다.


2023년 6월 5일 업데이트

규제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규제와 관련된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단연코 앞선다. 갈라파고스 규제, 덩어리 규제(국무조정실에서 특히 관심을 갖는)에 이어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였다.

[2023.06.04. 전자신문] 한국만의 '나홀로 규제' 뿌리 뽑는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나홀로 규제 △고질 규제 △골목 규제 등 3개 부문에서 중소기업 글로벌화와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세 가지 세부 유형의 '규제'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홀로 규제'는 국제 표준과 배치되고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규제라는 설명이라도 있지만, 나머지 것들은 도대체 뭘까? '옴부즈만'이라는 용어도 그렇게 친숙하지 못한데 말이다.

위에서 인용한 전자신문의 기사는 6월 1일에 있었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참고자료) 발표를 다룬 것이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제시한 철폐 대상 규제가 이 발표문에 들어 있지는 않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정부에서 만들어내는 문서의 스타일에 대한 쓴소리를 좀 늘어놓아 볼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요즘 이러한 스타일의 문서를 만들고 있다... 단어가 줄바꿈에 의해 깨지는 것이 보기 싫어서 장평과 자간을 단락마다 조절하는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리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전원 회로에 관한 지식 - 정전압 회로의 전류량을 높이는 방법

더글러스 셀프(위키피디아, 홈페이지)가 2010년 무렵 제시하여 알려지기 시작한 병렬연결 op amp 오디오 앰프(알리익스프레스의 제품 링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떤 전원회로가 좋을지 조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2차에 12V-0V-12V 탭이 있는 40VA급의 전원 트랜스포머를 여분으로 하나 갖고 있다. 다이오드와 대용량 캐패시터만을 이용하여 단순한 양전원용 정류회로를 직접 만들어도 되겠지만, 기왕이면 레귤레이터 IC를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에 이미지로 보인 물건과 같은 것. 78XX/79XX 라 불리는 정전압 레귤레이터 IC와 다른 점은 LM317/337은 가변 저항을 이용하여 출력 전압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품명: LM317 LM337 가변 전압 레귤레이터 전원 공급 장치 포지티브 네거티브 듀얼 DC 앰프용 5V 12V 24V(그림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회로도


이런 물건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전류는 ± 1.5A이다. 과연 이것으로 NE5532가 24개나 쓰인 패러랠 op amp 보드를 구동할 수 있을까? 알리익스프레스의 제품 설명에는 최대 출력이 24W(12W x 2)이고 ± 15 ~ 18V의 양전원을 연결하라는 말이 전부이다. 아주 대충 계산하여 1A를 흘린다고 가정해 보자. 공급 전원이 15V라면 1A x 15V = 15W이고 이를 좌우 채널이 나누어 써야 하므로(7.5W) 최대로 낼 수 있는 12W에는 부족하다. 어쩌면 전원 트랜스포머의 2차측이 15V-0V-15V였더라면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진공관 앰프를 자작하면서 채널 당 1W라는 출력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님을 잘 알고는 있지만...

충분한 전류량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만약 그 방법을 알아낸다면 게인클론 앰프를 위한 양질의 전원으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전류 증폭 회로(current booster circuit)을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루드비크 전원회로 연구소(블로그, 카페, 유튜브)의 글이 오늘 공부하는데 많은 힌트를 제공하였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루드비크 연구소의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 유튜브에 게시된 교육 자료는 모든 정보 자료 모음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모든 글이 여기에 목록화된 것은 아니므로 약간의 발품을 팔 필요는 있으나, 값진 정보를 제공한 관리자의 노고에 비하면 비할 것이 못됨). 아주 기초적인 글 몇개의 링크를 소개해 본다. 카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이와 관련한 자료 제공이 주요 목적임을 기억해 두면 편하다.

회로도를 그대로 가져오기가 죄송스러워서 해상도를 줄였다. 여기를 클릭하면 블로그의 원본 글로 갈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산켄의 2SA1694(PNP 트랜지스터)를 외부에 사용하는 방식을 소개하였다. 

2SA1694(complementary to type 2SC4467, 그림 출처 링크)


음전원 쪽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지만. 2SA1694와 대칭인 NPN 트랜지스터 2SC4467을 응용하면 될 것이다. 루드비크 연구소가 제공한 회로도에 보이는 R1과 R7에 해당하는 것이 알리익스프레스의 LM317/LM337 전원 공급 기판에는 없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LM317 데이터시트의  응용 사례에도 22옴 저항이 베이스 핀쪽에 연결되어 있다.

System examples of LM317. High-current adjustable regulator circuit(그림 출처 링크). 루드비크 연구소의 설명에서는 동일한 트랜지스터 두 개를 병렬 접속하였지만 여기서는 서로 다른 트랜지스터를 달링턴 접속 비슷하게 연결해 놓았다.


루드비크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PCB(네이버쇼핑 링크)는 안타깝게도 재고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보드를 개조하여 어떻게든 만들면 될 것이다. 트랜지스터 두 개를 연결하는 방식이 루드비크 연구소의 설명과 LM317 데이터시트의 응용 사례가 달라서 머리를 쥐어 뜯는 중이다. 비전공자로서 전자공학 까막눈이니 어쩌겠는가! 다음의 글이 참고가 될 것이다. 특히 두 번째 글이 유용할 것 같다. 여기에는 pass transistor라는 말이 나온다. '패스 트랜지스터의 역할은 게이트가 온될 때 입력신호를 출력 노드에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출처)' 흐흑, 내가 이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출력이 정말 중요하다면 진공관 앰프를 만들 생각을 왜 하겠는가? 채널 당 10W를 넘는 출력을 확보하려면 게인클론 종류의 앰프를 만들면 간단하다. 그렇다면 왜 op amp 칩이 주렁주렁 달린 앰프를 만들려고 하는가? 게다가 이 앰프 보드는 전압 증폭 기능이 없으므로 전치 증폭기(preamplifier)가 필요하다. 심지어 전치 증폭기는 진공관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왜 이러한 해괴한 구성을 꿈꾸는가? 동기는 아주 단순하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27일 업데이트: 진공관 앰프와 SMPS

오디오 앰프에서 양질의 전원회로란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건강한 심폐기능과 같다. 항상 배터리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자작 오디오 앰프를 사용, 스피커를 충분한 잔력으로 구동하여 좋은 음악을 들으려면 좋은 전원회로를 구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무거운 전원 트랜스포머와 정류관, 초크 코일 등 전통적인 기술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만, SMPS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에서 "smps 진공관"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가장 위에 올라오는 글 3개 중 두 개는 내가 작성한 것이다. 구글 로그인을 한 상태에서 검색하면 혹시 내가 구글 블로그에 쓴 글 위주로 검색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로그아웃을 한 상태로 검색하여 보았다.

2022년 11월 27일의 구글 검색 기록. 가운데 My Audio Lab 사이트의 것을 제외하면 1위3위의 글은 내가 쓴 것이다.


만약 루드비크 연구소에서 전원회로 설계 교육을 받을 기화가 생기게 된다면(링크), 히터 전원과 B 전원을 같이 공급할 수 있는 전원장치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제작에 사용할 트랜스포머 보빈과 코어 사양은 공통이므로 목표로 설정된 15-22W급 SMPS로는 저출력 진공관 싱글 앰프에 사용하기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나, 히터와 B 전원을 별도 장치로 연결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Massively parallel op amp power amplifier

차세대 유전체 시퀀싱(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이라는 용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생명과학계 종사자라면 'massively parallel'이라는 어구가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Roche/454 pyrosequencing 기술이 발표되었던 된 직후 Rogers와 Venter가 Nature에 실은 코멘터리로서 제목에 "massively parallel"이라는 어구가 보인다.

[Nature 2005년 9월 14일] Massively parallel sequencing

같은 해 7월 Nature에 실렸던 역사적인 논문 제목은 오히려 단순하다.

[Nature 2005년 7월 31일] Genome sequencing in microfabricated high-density picotire reactors

정작 이 논문의 본문에는 massively parallel이라는 용어는 나오지 않지만, 다음의 그림은 NGS 관련 기술 자료에서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벌써 이 논문이 나온지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나 역시 이 그림을 교육이나 세미나 발표를 위해 수도 없이 인용하였다. 그리고 이 기술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뒤 2013년쯤 단종되었고, 기존에 팔린 장비의 지원은 2016년쯤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genomics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신기술의 탄생과 종말을 똑똑히 목도한 사람으로, 이 장비에서 만든 유전체 해독 데이터를 꽤 많이 만졌었다. 

출처: Nature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유전체학 기술이 아니라 취미 수준의 전자공학, 즉 오디오 앰프와 관련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적거리다가 NE5532 op amp가 수십 개 박혀있는 희한한 앰프를 발견하게 되었다. 품명은 12W+12W NE5532 ultra-low distortion power amplifier(초저 왜곡 전력 증폭기 보드, 12W + 12W NE5532, 8Ω 출력, 전류 증폭 출력 LG86)이다.

출처: 알리익스프레스. Roche/454의 picotitre plate가 연상되는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글 제품 설명은 나의 언어적 상상력을 매우 심각하게 자극한다. 영문 사이트에서 어떻게 쓰여 있는지 찾아볼 정성은 없어서 원문 그대로를 인용해 본다. 개미를 낚는 뼈의 방식은 도대체 무슨 방식인가? 영어에 이런 관용 표현이 있었던가? 잠시 나의 두개골 뚜껑을 열고 뇌를 긁고 싶어졌다. 

거의 미친 듯한 아이디어와 혁신이 5532 듀얼 연산 증폭기 출력, 개미를 낚는 뼈의 방식으로 작업하여 24 개의 NE5532 듀얼 op 앰프의 뛰어난 성능을 작은 신호 초저 왜곡으로 유지합니다.

op amp는 가청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충실하게 증폭하는 소자이고, 최대 +/- 15V 수준에서 출력을 만들 수 있다. 이것으로는 스피커를 드라이브하기에 전류가 부족하므로, 병렬로 여러 개를 연결하면 충분한 전력이 된다. 물론 프리앰프를 사용하여 전압 증폭을 거친 신호를 입력해야 한다. 

판매자의 설명에 의하면, 이러한 스타일의 앰프는 영국의 '더글라스'라는 설계자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하였다. 넬슨 패스(Pass Labs, PassDiy)와 더불어 오디오 앰프 디자이너로서 더글러스 셀프(Douglas Self, 홈페이지)라는 이름도 기억을 해야 되겠다. 셀프는 2010년 Elektor Magazine에 이런 방식의 오디오 제작 기사를 올렸었다. 기사에는 massively parallel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Massively라는 다소 선정적인 수식어는 diyAudio 웹사이트에서 이를 응용한 앰프를 만든 사람이 올린 글의 제목에 비로소 나타난다.

[diyAudio] Builing a massively parallel op amp power amplifier

이러한 앰프가 정말 실용적일까? 일단 냉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커스텀 방열판을 달고 팬도 붙여야 한다. 그리고 소자 몇 개가 망가진 경우 이를 찾아내는 것일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탈리아의 ,Gianluca라는 사람이 2021년 50회 생일을 맞아 정성스럽게 만든 parallel op amp 제작기를 아주 상세하게 올렸으니 감상해 보자. 나는 50세 생일을 맞아 나에게 뭘 선물했더라? 아, 아내에게 받은 그 무엇인가를 잠시 잊고 있었다. 

Extreme audiophile custom amplifier - Made of parallel multiband op-amps





이런 궁리는 이제 그만 하고 빨리 R 코어 출력트랜스나 감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