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기의 핵심 요소인 회전부(전동 드릴 활용)의 속도 조절 문제를 해결했으니 드릴을 고정할 방법만 찾으면 된다. 어제 퇴근을 하고 보니 쿠팡에서 주문한 전동드릴 거치대 + 그라인더날 고정 어댑터 세트(숏타입)가 배송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라인더날 고정 어댑터가 과연 권선기의 축으로 쓰일 전산볼트(M6)에 연결이 가능한 상태인지가 몹시 궁금하였다.
가장 앞부분에 보이는 구멍 4개 뚫린 부속은 가공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중앙 구멍에 나사산이 가공된 일종의 너트인데, 축과 수직을 이루지 못한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참아야 한다! |
드릴 고정부는 매우 튼튼하였다. 거치대 전체를 적당한 판에 고정하면 드릴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드릴 척에 물린 어댑터의 반대편에는 M10 규격의 수나사가 가공된 상태이다. 여기에 M6 전산볼트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8 mm와 6 mm 축을 서로 연결하는 커플링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10 mm와 6 mm를 이어주는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면부의 베어링을 통째로 뺄 수 있다면 전산볼트를 드릴 척에 직접 물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베어링을 뺄 수 있을까?
어댑터는 겨우 분리했지만 베어링을 뽑아낼 길이 없다. 축 고정링(한쪽이 열린 고리 모양의 것)을 전용 공구 없이 겨우 비틀어서 어댑터를 분리하였다. 내경 12 mm의 베어링이 노출된 것은 좋은데, 여기에 M6 전산볼트를 지지하게 만들 수는 없다. 물론 로드엔드 베어링이 있으니 이를 외부에 고정하여 전산볼트를 지지하면 되지만...
저 베어링을 어떻게 해서든 뽑아낸다면, 내경 6 mm 베어링을 구해다가 끼워 넣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베어링을 분리할 방법이 없다. 베어링 고정링을 힘겹게 뽑았지만 베어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드라이버로 가장자리를 톡톡 쳐 보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고정이 되어 있는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축에 고정된 베어링을 분리할 때에는 전용 공구를 쓰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 하우징에 박혀 있는 것은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 이것 역시 공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다음 동영상의 1분부터 보면 '내경 풀러'라는 것을 쓰면 된다고 한다.
베어링을 넣고 빼는 데에는 베어링보다 훨씬 비싼 공구를 써야 한다는 것(그렇지 않으면 베어링이나 하우징이 다 망가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농기계나 모터사이클을 수리할 것이 아니라면 이것 하나 빼자고 베어링 관련 공구를 구입할 수도 없다. 그러니 전동드릴 거치대에 이미 결합된 상태의 내경 12 mm 베어링은 뽑아낼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되겠다.
이 베어링을 그대로 둔 채로 권선기를 최종 조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 보자. 일단은 3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시작하였다.
- 전산볼트(M6)를 내경 12 mm 베어링에 전혀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 관통시키고, 외부에서 별도의 지지용 기구를 만들어 붙인다. 수동 권선기 시절에 쓰던 로드엔드 베어링을 재활용하면 된다.
- 전산볼트에 무엇이든 끼워서 외경이 12 mm가 되게 만든다. M5용 와셔 중에 외경이 12 mm인 것은 구하기 쉬운데, 내경이 5.3 mm이므로 넓혀야 한다. 생활 주변에서 이런 물건을 과연 찾을 수가 있을런지?
- 그라인더날 어댑터(M10 볼트)를 원래대로 끼워 넣은 뒤, 여기에 무슨 부품이든지 이어 붙여서 전산볼트에 회전력을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커플링 기성 제품 중에서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M10과 M6 볼트를 연결하는 가장 적당한 방법은? |
Flange coupling이라면 연결하려는 두 축의 직경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수용 가능하다. 기왕이면 내부에 나사산이 가공되어 있으면 볼트를 연결하기에 적당할 것이다. "threaded flange coupling"으로 검색을 하니 내가 찾는 물건이 나왔다. 그냥 flange coupling으로 검색하면 유체를 수송하는 관을 연결하는 커플링이 상위 결과에 나올 것이다.
M6/M8/M10/M12mm Thread Hole Iron Rigid Flange Coupling Motor Guide Shaft Coupler Motor Connector, 알리익스프레스 링크 |
국문으로 달린 설명은 "M6/M8/M10/M12mm 나사 구멍 철 단단한 플랜지 커플 링 모터 가이드 샤프트 커플러, 모터 커넥터"이다. M10과 M6용을 각각 하나 씩 구입하여 M5 볼트 3개로 서로 연결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M6용 플랜지 커플링의 축 고정부 외경이 12 mm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M6용 커플링을 하나만 구입해서 전산볼트에 돌려서 끼워 넣은 뒤(앞뒤는 볼트로 막아서 회전하지 않게 만들고), 이를 베어링에 살짝 삽입하면 되지 않을까? 플랜지 커플링은 중심이 일치하지 않으면 좋지 않으니, 커플링을 하나만 사용하여 베어링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적용하면 가장 간단하게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무거운 그라인더날 어댑터를 쓰지 않게 되므로 동력 손실도 줄어들 것이다. 플랜지 커플링의 축 고정 부분에 해당하는 17 mm 높이가 베어링에 끼워 넣기에 적당한지 확인하면 된다. 조사와 고민을 거듭한 결과 좋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나는 M6 규격의 볼트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육각 렌치로 머리를 돌려서 조이는 검정색 볼트에 특별히 애정이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optical breadboard에 부품을 올려 뭔가를 만들던 약 24년 전의 추억 때문이다. 이 작업에서는 M6 렌치볼트를 무척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M6 전산볼트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당시 물건을 많이 구입했던 (주)OMA는 현재 우리집 가까운 곳에 사옥을 올려서 입주해 있다. 한국전광, 광자동화, Hamamatsu Photonics...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회사명이다.
뭔가 만들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이 증세는 아마 평생토록 고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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