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7일 토요일

짐 꾸리기 -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내 가방은 얼마나 큰가? 무조건 많은 물건을 담을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인가? 너무 크면 들고 이동하기가 어렵다. 가방의 크기는 유한하므로, 무엇을 담고 무엇을 두고 가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한다. 

여행이란, 일상 생활을 편리함을 목적지에서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물건을 하나 가득 싸서 가져가게 되면, 여행지에서는 한 번도 꺼내지도 못하다가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면서 재발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1년 동안의 파견 근무를 위해서 얼마나 짐을 꾸려야 하나? 지난 7월에는 가져가야 할 연구용 데이터를 저장 매체에 옮기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에 만든 Mozilla Firebird(이메일 애플리케이션)의 프로필 백업은 너무 커서 노트북 컴퓨터로 옮긴 뒤 압축 해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거 약 10년 동안의 이메일 기록을 파견지에 가져갈 필요가 있는 것일까? 파견 근무에서 할 일은 내가 하던 연구와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연구의 연속성을 위해서 퇴근 후 이따금 일을 처리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메일 백업까지 다 가져가서 펼칠 필요가 있을까? 

거창하게도 데스크탑 서버를 공식 반출 신청하여 가져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정말 최소한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따금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취미와 관련한 물건을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지 또한 아직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음악을 듣기 위해 사무실 책상에서 쓰던 스피커셋과 초소형 class D 앰프를 가져갈 예정이지만, 왠지 진공관 싱글 앰프도 하나 가져가고 싶다. 홈 레코딩을 하겠다고 장만한 마이크로폰, 스탠드, 믹싱 콘솔을 어떻게 할 것인가? MIDI 키보드는? 동영상 강의를 녹화하려면 이 중에서 일부는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가을이 지나기 전에 강의를 만들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가 어렵다.

여유보다는 효율을 따져야 한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짐을 효율적으로 싸서 가져갔을 때 마음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가져간 물건만큼 이를 이용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내 생활을 다 펼쳐서 재현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얻어서 다른 측면에서 내 생활을 새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더 낫다.

뭐든지 많을 수록 좋다, 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빅데이터 시대에 어울리는 이 이야기는 저장 매체(즉 가방)의 가격과 용량이 계속 개선됨을 떨어짐을 전제로 한다. 내 가방(물리적 가방과 마음의 가방 전부)의 크기는 유한하다. 넣지 못한 물건을 아쉬워하지 말도록 하자. 

마음의 가방에 '과거'를 채워서 여행지에 오지 말라. 새로운 곳에서 만난 새로운 것으로 여행 자체를 즐기고, 그것으로 가방을 채워 돌아가자.

퇴근길에 만난 돈화문

금일 영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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