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6일 월요일

6LQ8 푸시풀 앰프의 잡음 줄이기

나의 6LQ8 푸시풀 앰프 '티라미수 II'는 방송 촬영 일정에 맞추어 급하게 만든 것이라서 음질적으로는 완벽한 튜닝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약 반년이 넘는 대여 기간 후 돌아온 앰프를 점검해 보니 생각보다 잡음이 많았다. 특히 오른쪽 채널에서 무신호 시에 '웅-'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처음에는 오른쪽 채널 보드 바로 밑에 위치한 히터 전원 공급용 SMPS에서 잡음이 유도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왜 한쪽 채널에서만 잡음이 발생하는 것인가? 좌우 진공관을 바꾸어 끼워도 잡음은 여전히 오른쪽에서만 났다. 출력 트랜스에 문제가 생겼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부품을 바꾸어 연결하는 테스트를 해 보니 여전히 오른쪽 보드가 문제인 것 같았다.

부품이 조밀하게 꽂혀 있지만 비교적 단순한 PCB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한단 말인가? 저항이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 소자에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제이앨범에서 새 PCB를 새로 구해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볼까?

앰프 상판을 열어 놓은 상태로 이곳 저곳을 건드려 보았다. 간헐적으로 오른쪽 채널에서 천둥 소리 비슷한 굉음이 들린다. 입력단에서 접촉이 좋지 않아서 플로팅 상태가 될 때 흔히 들리는 소리다. 음량 조절용 포텐셔미터(흔히 '볼륨'이라 부르는 것)의 납땜 상태에 의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보드의 신호 입력용 커넥터를 스크류 드라이버로 단락시키면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관찰 결과는 앰프 보드 자체와 출력 트랜스까지는 문제가 없음을 시사한다.

포텐셔미터는 Alpha 제품이라서 품질 자체가 불량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포텐셔미터 전후를 연결하는 상태가 불량하다 판단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개선 사항을 적용하였다.

  1. PCB의 착탈식 커넥터 중 신호 입력쪽은 납땜 직결한다.
  2. 입력 실드선을 교체한다. 낡은 인터케이블을 잘라서 사용했었는데 품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3. NFB 배선에는 실드선을 사용하고 그라운드 처리도 빼먹지 않았다. 
  4. 포텐셔미터와 입력단 사이에 커플링 캐패시터와 470K 그리드 리크 저항을 삽입한다. 아래 사진에 보인 만능기판이 바로 이 기능을 한다. 이 기판은 43 오극관 앰프의 초기 실험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빨간색 캐패시터는 예전에 사용하던 TPA3116에서 적출한 것이다. 

입력단에 포텐셔미터가 위치할 경우 그리드 리크 저항은 종종 생략된다. 그러나 포텐셔미터의 접촉이 좋지 않을 때에 그리드에 바이어스 전압이 걸리지 못하게 되므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커플링 캐패시터는 입력단에 DC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비정상적인 신호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커플링 캐패시터는 없는 것이 가장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잡음이 사라졌다. 결국은 좋지 못한 선재와 납땜 불량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선재의 재활용에는 특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한국진공관앰프동호회의 고 안병원 회장께서 작성하신 '왕초보 따라하기'를 보면 폐 컴퓨터에서 쓸만한 전선을 많이 구할 수 있다고 하셔서 나도 이를 따라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활용한 전선 중에는 유난히 납땜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주석도금선처럼 은색을 띤 연선에 왜 이렇게 납이 붙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전선 중 일부는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제조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전도도가 떨어지지만 가볍기 때문에 송전선 등에서 흔히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전기차에서도 선재 총 중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런데 알루미늄과 구리를 같이 꼬아서 연결하면 알루미늄이 부식하는 현상(갈바닉 부식, Galvanic corrosion)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는 전기 배선뿐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을 직접적으로 접촉해야만 하는 모든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이다.

유튜브: How to identify copper vs. alunimum wire | DIY material knowledge

우리나라의 DIYer가 알루미늄이 든 선재를 접할 일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나의 납땜 실력 부족을 선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선재는 가급적 새 것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납땜 개선 작업이 끝난 티라미수-II 앰프.
진공관 앰프의 매력은 따뜻한 불빛을 바라보며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다음 숙제는 6LQ8 '싱글' 앰프를 개선하는 것. 하부 케이스와 상판 사이의 배선을 바깥쪽에서 매우 굵은 4P 커넥터로 연결하던 종전 방식을 바꾸려 한다. 전원부 하나로 두 앰프를 번갈아 쓰던 예전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상판에 구멍을 뚫고 케이블을 그리로 지나가게 하면 된다. 두 번째로는 히터 전원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에는 12V 직류 어댑터를 외부에서 접속하는 방식을 썼었다. 위에서 보인 푸시풀 앰프에서는 어댑터를 앰프 케이스 안에 넣어 버렸었다. 그러려면 어댑터 하나를 완전히 희생해야 한다. 마침 남는 전원트랜스가(9/12/15/18V 1.2A) 하나 있으니 이를 사용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DC로 정류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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