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밤, 또다시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납땜질을 시작하였다. 오디오파트에서 주문한 RCA 단자(DGS-Deltron RCA-A1)가 예상보다 하루 늦게 오는 바람에 삼일에 걸쳐 작업을 하느라 방안이 어수선하다. 알루미늄 섀시는 전원 케이블을 통해 들어온 안전 접지에 연결하였지만 회로 기판의 그라운드와는 아직 엮지 않았다. 그라운드 리프트 스위치를 만들어 달 생각도 해 보았으나 파견 근무지의 숙소에서는 구멍을 뚫을 공구가 없어서 필요성이 느껴지면 나중에 장착할 생각이다. 1조에 4천원인 DGS-Deltron RCA 단자의 품질은 청계천 좌판에서 샀던 것이 비교하면 정말 고급이다. 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했던 것은 5조에 $4.74짜리였는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었다.
이번에 사용한 NE5532 버퍼 프리앰프는 AIYIMA의 것이다. 아주 저가의 프리앰프는 하나의 op amp 칩(dual)에서 좌우 두 채널의 음량 조절을 담당하지만, 이 제품은 전단에 버퍼링용의 op amp가 하나 더 있다. 7815/7915 레귤레이터가 있어서 dual AC 12-25V의 전원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면 된다. 2021년 6월 현재의 제품 링크는 여기에 있다. 내가 찍은 앰프 보드 사진은 여기를 참조하라.
앰프 보드를 수납한 섀시는 셔틀 베어본 컴퓨터(XPC SG33G5)의 파워 서플라이였다. 컴퓨터의 본체는 본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한 6N1 + 6P1 싱글 앰프의 케이스로 살아 남았다(링크). 컴퓨터로서의 수명은 끝났지만 껍데기는 오디오 앰프를 품고서 아직 건재하다.
직경 15mm 전원 스위치가 냉각팬이 꽂혔던 자리에 딱 맞게 들어간다. |
잠깐, 프리앰프의 입출력 단자를 왜 적-흑-흑-적으로 배열을 했지? 파워앰프의 스피커 단자 배치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다가 이런 작은 실수를 하였다. |
또다시 다이소 수납함 앰프가 등장하였다. 하얀색 플라스틱 수납함에 들어간 것은 TDA7266D를 사용한 국산 앰프 보드(KB20W)로서 케이벨이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이 보드를 구입했던 것은 2014년 여름이다(새로운 초소형 앰프의 경험). Class D 앰프를 포함한 몇 가지 저가형 앰프 보드를 구입하고 처분하기를 반복하면서 반도체 앰프로는 이것과 TDA7265 및 SI-1520HD 칩을 쓴 것까지 총 3개가 남았다. LM1876 앰프 보드와 전원 트랜스포머는 어제 밴드 회원에게 무상으로 양도하였다.
KB20W는 휴대폰을 소스기기로 쓰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따라서 입력 단자는 3.5mm 스테레오 폰잭뿐이고 음량 조절은 소스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조용히 들을 수준으로 휴대폰의 음량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노이즈가 크게 들려서 너무나 불편하였다. 그래서 음량조절이라도 편하게 해 볼 생각으로 버퍼 프리앰프 보드를 구입하게 된 것이었다.
2016년에도 저가의 NE5532 프리앰프 보드를 구입한 일이 있었다(NE5532를 이용한 프리앰프 보드). 이번에 구입한 것과는 달리 약간의 증폭이 이루어지는 보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기대를 안고 구입을 했었는데 잡음이 너무 심해서 결국은 쓰지를 못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배선 테크닉이 매우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잡음을 줄이기 위해 접지 방안을 연구하다가 '안전 접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덩달아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까지 알게 된 것은 의외의 성과였다(이틀 전에 쓴 글).
최근 어떠한 일에 도전을 했다가 결국은 실패하였다. 어차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앰프를 만드는 일은 꾸준히 진도를 나가고 있고 잡음을 해결하기 위한 노하우도 조금씩 축적되어 간다. 주위를 둘러보면 보람을 느낄 구석은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6LQ8 싱글 앰프의 전압 강하용 시멘트 저항 리드가 끊어진 것을 수리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이 앰프의 최근 모습은 다음과 같다. 전원 트랜스의 코어를 전부 뺀 다음 재배열하여 싱글 앰프용 출력트랜스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트랜스 개조는 한 번 경험한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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