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 수요일

My analog life - 기계식 손목시계, 만년필, 진공관 앰프

오늘 아침에 찍은 사무실 책상위의 모습이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까지 곁들이면 더욱 완벽한 조합일 것이다. 장식장 안에 몇 대의 카메라와 교환용 렌즈가 있지만 마지막으로 필름을 넣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사진과 관련한 생태계가 너무나 크게 변해서 이제는 필름을 구하기도, 현상하기도 어려워졌다. 반면 진공관은 아직도 NOS(new old stock) 상태의 것을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인기있는 관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패드를 처음 갖게 되던 시절, 이를 늘 들고다니면서 업무 및 일상에 관련한 기록을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에버노트와 드롭박스를 깔아서 사무실에서 아주 쉽게 파일을 공유하여 어디를 가든 쉽게 열어보고 작업을 할 수 있던 시절이 잠깐 있었다. 그러나 보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공기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것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기기를 일상적으로 쓰는 생활이 몸에 잘 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메일 확인이나 잠깐씩 필요한 검색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하고, 출장을 갈 때에는 아예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가게 되니 말이다. 아이패드는 집에서 유튜브를 들을 때에만 가끔 사용하며, 평소에는 다이어리에 손으로 쓰는 글씨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 아직도 만년필을 쓰고 있다.

지금 쓰는 파커 벡터 스탠다드는 서랍에 남은 잉크 카트리지를 다 소모할 때까지만 쓰려고 생각 중인데 하루에 글씨를 쓰는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 날이 언제 올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내 손에는 참 맞지 앉는 만년필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오래 쓰다보니 이젠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작년 11월에 구입한 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 핑크(블로그 링크)는 너무나 쉽게 잉크가 말라서 며칠간 쓰다가 포기하고 세척하여 책상 서랍 속에 잘 넣어두었다. 서울 을지로에 있다는 만년필 연구소에 한번 보내볼까?

요즘 관심을 갖는 만년필은 모나미의 153 네오 만년필이다. 소비자가격은 25,000원 정도? 화사하고 가벼운 본체의 색깔과 잉크 카트리지의 다양함이 큰 무기인 것으로 보인다. 모나미의 베스트셀러 필기구인 153 볼펜의 정신을 계승했다고나 할까. 입문용 만년필의 최강자인 라미 사파리와 경쟁해서 이겼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가격과 품질면에서 3천원 정도에 팔리는 '프레피'와 경쟁할 위치는 절대로 아니다. 프레피와 경쟁해야 할 제품은 '올리카'. 실제 구입하여 사용한 경험으로는 닙이 약간 거칠다.

모나미 153 네오 만년필

오늘 언급한 아날로그 라이프용 아이템 중에서 가장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것은 기계식 손목시계(주로 오토매틱 와인딩)이다. 가격의 상한선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의외로 싼 오토매틱 시계도 많다.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를 한번도 찬 적이 없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최첨단 전자기기인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는 사람도 주변에 적지 않다. 이삼일 차지 않으면 시간을 다시 맞추어야 하고 시각을 알려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불편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고급 시계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기만 한다. 내가 즐겨서 차는 기계식(오토매틱 와인딩) 시계는 일제 오리엔트의 저가 라인인 three star(혹은 tristar, 삼성이네...)의 모델이다. 순전히 인체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하여 태엽이 저절로 감긴다는 것이 묘한 일체감을 준다. 손목을 흔들 때 로터가 가볍게 돌아가는 느낌이 좋다. 남자라면 당연히 강렬한 인상의 다이버 시계에 끌리지만 손목이 굵지 않아서 요즘 추세의 큰 시계를 어울리게 차는 것은 어렵다.

진공관 앰프에 입문한 것은 2014년 설 무렵이었다. 올해 봄부터 약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남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드는 진공관 앰프에 푹 빠져있었다. 그 덕분에 집과 사무실 모두 몇 개의 앰프를 놓고서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자동화된 장치(혹은 서비스)에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그것이 아날로그의 진면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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