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독서 기록 - 공부의 철학(지바 마사야)

2018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여수에 출장을 왔다. 둘째 날의 모든 학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 밀린 독후감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열었다. 참고로 나는 2 주 간격으로 지역 도서관에서 책을 5~6 권 정도 빌린다. 정해진 기한 안에 전부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간혹 재미가 너무 없어서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도 있고, 간혹 시간이 부족하여 대출기간을 일주일 늘이기도 한다.

오늘 독후감을 적으려는 책은 젊은 일본인 철학자(1978년생)인 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이다. 부제는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이다. 옮긴이는 박제이.


마치 90년대 아이돌을 연상시키듯 염색한 긴 머리를 한 그는 그러나 어엿한 대학 준교수(associate professor)이다. 이 책에서 논하는 깊은 공부(radical learning)란, 세상과의 동조에 서툴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도입부에서는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타자'를 소개하고, 유한과 무한의 대립, 언어의 불투명성에 대하여 논한다. 언어의 불투명성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언어를 조작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모든 공부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일이 된다. 래디칼 러닝이란 곧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되어 언어유희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러니와 유머, 그리고 난센스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환경에 순응하는 코드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이러니, 코드에서 어긋나려고 하는 것이 유머이다. '이래야 한다(당위)'를 '이러한 코드다'라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을 '메타적 입장에 머문다'고 한다. 아이러니와 유머가 과잉 상태가 되면 극한 형태인 난센스가 된다.

아이러니는 원래 그리스어 eironeia에서 온 것이다. 이 말에 철학적 깊은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소크라테스이다. 이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아이러니(링크)>를 읽어보자.

그러면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자신의 현 상황을 메타적으로 관찰하여 자기 아이러니와 자기 유머의 발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고찰한다. 단 무비판적으로 무엇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결단주의는 피해야 한다. 아이러니의 비판성을 살려두면서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이번에 같이 읽은 책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한다고 물으신다면(원제 How to be alive - a guide to the kind of happiness that helps the world; 콜린 배럿 지음)>에서 정형화된 삶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어떤 종류의 책을 골라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실전적인 면을 설명하였다. 되도록 여러 종류의 입문서를 비교하고, 교과서나 기본서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한다. 전체를 다 읽으려고 애쓰지 말고, '골라 읽기'도 독서의 한 방법임을 인식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의 타임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에버노트와 같은 앱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책 제목만 보아서는 역시 일본인 작가인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쓴 <지성만이 무기다>(독서 기록)와 같은 독서 및 공부 방법에 관한 책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현대 (프랑스) 철학 입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철학 읽는 힘>(독서 기록)도 다시 기억해 두자.

지바 마사야의 저작으로 이보다 앞서 2017년 국내에 소개된 <너무 움직이지 마라>도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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