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7일 일요일

독서 기록 -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외 다섯 권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 "우리 동네 예술가들과 작업 이야기"
  • 이상진 글·그림
예술을 생업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딸아이를 보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간다 해도 졸업 후에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과연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지은이 이상진은 드로잉 작가와 그림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살고 일하는 연남동 주변의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모습을 그림과 글로 담았다. 수제화 공방, 1인 미용실, 음악 스튜디오, 도자기 공방 등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꿈을 꾸는 자에게는 (열심히 노력하면 대체로) 길이 열린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괄호 안의 글에 담긴 의미가 무겁지만 말이다. 특정 지역이 이슈화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샵을 내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지만,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서 처음에 분위기 조성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사람들이 점점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고, 결국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이곳을 차지하면서 해당 지역의 모습이 점차 삭막해져가는 일이 되도록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링크는 바로 다음의 책 <무용지물 경제학>의 주장과 연관지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임대료가 아니라 권리금이다

무용지물 경제학

  • "정통경제학의 신화를 깨뜨리는 발칙한 안내서"
  •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 조홍식 옮김
수요와 공급의 법칙, '보이지 않는 손', 경쟁과 효율의 추구,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인다는 것, 심리학과 경제학이 뒤범벅이 된 요즘의 이론... 현대 경제학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현실을 이해하자는 취지를 한참 벗어나서 이제는 '이러해야 한다'는 이유로 세계를 움직이려 한다. 법칙을 더욱 손질하고 난해하게 만듦으로써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저자의 결론은 이러하다.
  1.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바보다.
  2. 완전경쟁에 가까울수록 세계는 더욱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3. 교환가지가 지배하는 '시장'이 아니라 비화폐적이고 호혜적인 행동이 발전을 이끈다.
342쪽부터 나오는 로빈스 크루쏘우와 프라이데이의 국민생산 모델(toy model)은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기회가 된다면 브뤼노 방뜰루(Bruno Vebtrlou)가 제시했던 원본 글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유엔을 말하다

  • 장 지글러(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지음 | 이현웅 옮김
이번에 읽은 여섯 권이 책 중에 불편한 현실을 가장 잘 일깨워준 책이다. 장 지글러는 학자이자 활동가로서 <왜 세계의 절만은 굶주리는가>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유엔 이전 존재했던 국제연맹이 무력하게 사라졌듯이 유엔 역시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쟁과 기아, 빈곤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 물론 현재의 유엔이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이 형성된 과정, 운영 방식, 미국의 영향력과 공작, 상임이사국이 행사하는 거부권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상세히 묘사하였다.

특히 5장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을 관심있게 읽었다. 
다자 외교에 견주어볼 때, 키신저는 제국주의적 이론과 전략을 육화하고 있는 인물이다... 제국주의 이론의 바탕에는 이러한 가정이 있다. 제국의 정신적인 힘,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 법적 의지, 사회 조직은 안정을 보장한다. 제국만이 국가, 국민, 대륙 사이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히 말한다면 미국이 신으로부터 민주주의와 문명을 전파할 임무를 부여받았을 거라는 이런 메싱적 이데올로기는 아직까지도 낡은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키신저는 이 책에서 왜 미국이 핵폭탄을 자유롭게, 그리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 정당한 권한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인지 설명한다... 국제법, 인권, 국제인도법의 기준에 따르면 헨리 키신저는 전범이다. 나아가 그의 세대에서도 가장 악한 전범 중 한 사람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키신저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들의 주동자였고, 당시에 그 대륙에서 성립된 폭력적인 독재 체제들의 가장 충실하고 능력 있는 보호자였다. 
156쪽부터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선출된 과정과 그 배경을 다루고 있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 "권태호 묻고 유종일 답하다"
  •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과 권태호(한겨레 논설위원)의 대담집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급기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철학과 정당성·도덕성이 없는 정권이 한 국가의 역사를 얼마나 잘못된 길로 후퇴시켰고, 이를 청산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압축 성장만의 신화를 좇던 과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마약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1. 투자라는 이름의 마약 - 자본과잉 시대의 투자 방향 전환
  2. 환율 마약 - 수출주도 아닌 소득주도 성장
  3. '빨리빨리 마약'과 혁신성장 - 여유가 있어야 '유레카'가 나온다
  4. '찍기'라는 마약 - '선택과 집중'을 넘어 '백화제방, 백가쟁명'으로
새 정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하여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인상 등을 주요 정책으로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고용지표와 같은 현실적인 경제 수치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이에 대하여 자유주의적 경제론자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기고, 경제 지표를 측정하여 이를 평가하는 데에는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며 경제적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

  • "마녀라 불린 요리사 '장티푸스 메리' 이야기
  •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 곽명단 옮김
아일랜드 이민자였던 메리 맬런(Mary Mallon, 1869~1938)은 강건한 신체에 자존심이 높고 지적 욕구도 높은 가정 요리사였다. 그런데 그녀가 일했던 집에서 연쇄적으로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하였다. 세균이 감염병이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보건 위생에 대해서 제도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아직 항생물질은 발견되기 전이었다. 공교롭게도 메리는 아주 건강한 상태에서 장티푸스 균을 퍼뜨리는 보균자였던 것이다. 그녀가 유일한 건강 보균자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 추적 끝에 붙잡혀서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일생을 보내야만 했다. 그녀는 황색 저널리즘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실명이 공개된 채로 자극적인 그림(요리하면서 내쉬는 숨에 해골이 그려짐)과 함께 장티푸스를 퍼뜨리는 마녀처럼 취급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고용된 가사 노동자로서의 평범한 삶이 완전히 파괴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그녀가 보건 당국에 조금만 더 협조적이었다면 조금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리는 자기 삶은 직접 제어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고, 남의 개입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그것이 비록 공적이 권력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녀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요리 말고는 없었다. 그러나 보균자로서 아무리 개인 위생에 조심을 한다 하여도 요리사라는 직업을 이어 나갈 수는 없다. 당시 사회는 이러한 개인에게 다른 직업을 갖도록 재교육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심지어 강제 수용 중인 그녀에게 장티푸스 균이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생제가 없던 시절 수술은 위험한 일이었고 그 효과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메리 자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저자가 지은 <검은 감자(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도 읽고 싶어졌다.

별난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 코드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서 배우는 경제학"
  • 청스 지음 | 임보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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