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만년필 이야기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초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다이어리의 내지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었는데, 2014년이 다 끝나가는 지금 부족함이나 모자람 없이 한 권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어제 책상을 정리하면서 피에르가르댕 리브라 만년필을 다시 꺼내들었다. 도장이 들뜨고 일어나서 무상으로 교환을 하였다. 그런데 캡 속에서 검정색 두터운 반지 모양의 부속이 빠져나왔고, 그것이 이유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조금만 쓰지 않고 두면 너무나 쉽게 잉크가 말라버렸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접한 어떤 만년필보다 가장 손이 덜 가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만년필을 다시 꺼내어 보니 캡 부분의 도장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인다. 긁어보니 벗겨지고 말았다. 

이제는 금속 표면에 도장을 입힌 저가 만년필을 쓰는 것이 두렵다. 차라리 플라스틱 몸체가 낫지 않을까. 지금 필통 속에 들어있는 것은 프레피와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 펜이다. 파커 벡터 스탠다드 만년필(같이 근무했던 한*희 양이 잠시 빌려갔다가 잃어버림)과 자바 아모레스 만년필을 쓰던 당시에 구입한 카트리지가 아직도 많이 있는데 이를 다 어쩔 것인가?



자바 아모레스는 약간 가늘기는 했어도 필기감은 참 좋았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도장이 벗겨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파커 벡터 스탠다드(스테인레스)는 이상하게 손에 잘 잡히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품질이 가장 좋았던 만년필은 일회용 만년필에 가까운 프레피였다! 단, 최근에 구입한 프레피는 너무 잉크가 나오질 않아서 물에 펜 촉을 한참 담가두어야만 했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만년필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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