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사생활 보호와 인터넷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인터넷이라는 시대의 총아는 이러한 욕구를 표출하기에 아주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여 주었다. 누구나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심지어 무료이다) 자신의 모습을 전세계인에게 드러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일상의 기록일 수도 있고, 세상을 바꿀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지식과 사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편일 수도 있고, 마치 개인의 관심사 기록처럼 위장한 교묘한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다. 특히 맨 마지막의 의도를 잘 걸러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치 드라마의 간접 광고처럼 말이다.

이러는 과정 중에 글을 쓰는 사람의 신분이 어느 정도 드러남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 인터넷 시대에서 이미 사생활이라는 것은 없어졌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지워주는 속칭 '인터넷 장의사'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부주의하게 올리거나 해킹을 통해 유포된 민감한 정보를 지우거나 - 연인과 같이 찍은 은밀한 동영상을 철없이 인터넷에 올렸다가 뒤늦게 후회하면서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혹은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악의적으로 유출한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 남긴 글을 정리하고 싶은 경우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인터넷에 어느 정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올린 글이나 사진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성도 따른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의외로 엉뚱한 사람들이 많다. 글로만 자신의 뜻을 전파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댓글이나 이메일 등을 통하여 공격을 당하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나는 한동안 전화번호를 제외한 실명이나 이메일, 현 거주지와 직장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비록 내가 공인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따라서 나의 업무 내용이나 개인적인 성향 등을 서비스 차원에서 인터넷 공간에 어느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의 <댓글과 태클>일을 겪으면서 나의 사이트 운영 방식을 좀 더 폐쇄적으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는 분명히 퇴보를 의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성이나 포용력을 좀 더 키우고 나서야 댓글 기능 혹은 내 이메일 주소를 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대응이 가장 현명한 전략인데 나는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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