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m Patternology" 연구의 초기에는 이미 드럼 패턴 정보만 담고 있는 MIDI 파일을 작업 대상으로 했었다. 따라서 실제 곡 안에서 각 패턴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들어 잘 알려진 팝송을 MIDI로 전환한 자료 뭉치를 분석하게 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하나의 패턴은 두 마디'라는 원칙을 깨고 한 마디로 분석 단위를 낮추면서 하나의 곡 안에서 패턴이 어떻게 재사용되고 또 변형되는지를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모든 패턴을 한 마디 단위로 잘게 잘라 놓을수록 그루브와 fill/break 사이의 문맥은 잃어버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욱 진화한 PatternLab에서는 잘라낸 패턴을 다시 원곡의 시간 순서에 놓고 인접 관계를 분석하여 pattern transition graph를 생성한다. 분석 단위를 짧게 만든 대신, 패턴 사이의 관계를 별도의 층위에서 복원한 것이다.
앞으로 여러 곡의 transition 정보를 축적한다면, ARR 파일에서 패턴 체인을 만들 때 현재 선택한 패턴 뒤에 어떤 groove, fill 또는 break가 실제 음악에서 자주 이어졌는지를 확률적으로 제시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알려진 하나의 곡에서 나온 데이터일 뿐이다. 여러 곡을 거쳐서 분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제로 여러 곡을 거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패턴은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리고 현실의 MIDI 파일 안에 들어 있는 노트 중 off-grid 상태인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분석을 거치려면 보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에는 원본 MIDI 파일의 타이밍을 인위적으로 보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석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의 MIDI 데이터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았다. 미세한 off-grid가 서로 다른 패턴으로 인식되어 불필요한 long tail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결국 원본은 그대로 보존하되, 일정한 허용 범위 안의 타격을 nearest grid로 옮긴 보정본을 별도로 만들어 분석하는 절차를 도입하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까지 만들어진 재생 시스템은 대대적인 수정을 거치지 않아도 1-bar 패턴을 수용할 수 있다. ADT/ADP v2.3이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설계된 때문일까.
| 킴 칸스의 <Bette Davis Eyes> 분석 결과. |
위 그림의 오른쪽에서 보인 그래프는 웹 브라우저 안에서 마우스로 각 노드를 움직일 수 있는 동적 그래프이다. 게다가 이 그래프는 SVG 파일로 출력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condensed bar sequence(왼쪽)나 그래프 어느 것이든 해당 패턴을 클릭하면 재생이 이루어진다.
이어지는 분석 리포트에서는 패턴을 그루브 별로 그룹지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반복하여 쓰이는 그루브와, 그 그루브의 모든 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첫 박에 crash 하나만 추가된 패턴이 있다면 두 패턴은 별개의 패턴 ID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이 둘을 완전히 독립적인 패턴으로 취급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나는 첫 박의 crash가 기존 패턴 위에 부가적으로 얹힌 경우 이를 leading crash ornament로 보고 ORN의 일종으로 취급하려 한다. 원래 ORN은 특정 패턴에만 부속하여 타이밍 보정이나 flam 처리를 위한 것으로 정의하였다. 하지만 leading crash 같은 것은 다른 여러 패턴과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ARR 파일에서 패턴의 레이어링도 허용하는 것이 옳다. 즉 ORN이 더 이상 특정 패턴에 종속된 부가 정보만을 의미하지 않고, 여러 core pattern 위에 재사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modifier vocabulary가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은 오랜만에 BFD Player를 열어 보고서 '내가 지금 무슨 하찮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하고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드럼 소프트웨어와 내가 취미로 만드는 시스템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 어제 업데이트한 BFD Player. |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추구하는 것은 BFD와 경쟁하는 드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MIDI 음악에서 반복되는 리듬의 어휘를 찾아내고, 그것이 한 곡 안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연결되는지를 분석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Drum Patternology의 관심사다. 목적이 다르다.
그러니 지나치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BFD가 좋은 드럼 연주를 제공한다면, Drum Patternology는 드럼 연주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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