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도 안타까운 시집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故 유석종 박사의 유작 시집 [칫솔 든 돈키호테]. 그가 2013년 문예지를 통하여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시집은 그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시집이 되고 말았다.
오아시스가 아름다운 것은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가 시인으로 등단했을 즈음부터 故 유석종 박사를 알게 된 셈이었다. 과제 기획이나 세미나 등의 인연으로 1년에 한 번 정도는 만났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고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한다. 할 일 많은 세상에 가족들만 남기고 먼저 떠나다니, 야속한 사람. 부디 편히 가시오.
곁을 지켜주는 야자수의 뿌리가
오아시스에 이어져 있어도
세상은 그 비밀을 모른다는 것 ('오아시스를 찾아서' 중에서)
얼굴에 묻은 꿈의 조각을 털어내며
중세의 기사가 성문을 열듯
화장실 문을 열고 거울 앞에 섰다
저기 나를 비웃는
그대의 송곳니를 처단하기 위해
장창을 들듯 칫솔을 들어 올리고
함락되지 않는 성을 향해 돌진이다
어제저녁 먹었던
어금니와 송곳니 사이
몇 시간째 버둥거리는 고기 한 점
창으로 찍어 세치 혀 위에 밀어냈다
오늘도 성은 함락되지 못하고
애꿎은 고기 한 점만
아등바등 세면대 위에서 태풍 같은
물줄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거울 저편
돈키호테의 옷을 벗고
도시의 빌딩 속으로 들어가는
그대의 뒷모습도
('칫솔 든 돈키호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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