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색소폰 마우스피스를 구입하면서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을 가입하게 되었다. 매달 약간의 비용을 내면서 일부 품목에 대한 무료배송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조건에 대하여 한참을 고민하다가 멤버십 자격을 유지하기로 하고 바로 어제 첫 구매를 해 보았다. 출입이 제한된 오피스텔에서 어떻게 수령인의 잠을 깨우지 않고 새벽 배송이 이루어지는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그 방법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요즘 누가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요?"
남들이 편하게 자고 있을 시간에 신선식품을 문앞까지 가져다 준다니!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배송 노동자들의 고단함과, 포장재를 처리해야 하는 또 누군가의 한숨이 서려 있을 것이다. 아내의 증언에 의하면 엊그제는 쓰레기가 갑자기 너무 많이 나와서 처리가 어려우니 그날 하루는 쓰레기 배출을 하지 말아달라는 구내 방송을 들었다고 한다. 생활 쓰레기가 아니라 대부분 이렇게 배달받은 물건의 포장재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총각김치 2.5 kg을 배송하기 위해 커다란 종이 상자 하나와 아이스팩 두 개가 쓰였다. 이것은 고스란히 오피스텔 1층의 쓰레기 배출장소로 옮겨져서 산을 이룰 것이다. 내가 평소에 비판적으로 느껴왔던 일을 결국은 편리함에 굴복하여 실행에 옮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였다.
기술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환경에도 큰 부담이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미래의 직업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피할 수 있을까? 어제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자.
[녹아내리는 노동]자율차·드론 배달 연구에 내 세금이...나는 동의했는가 ④기술변화 거부할 수 없나
변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는 결코 바뀔 수 없는 '상수'라고 한다. 기술은 분명히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것 자체가 스스로 흘러가는 큰 흐름이 되어 우리의 생활과 생각까지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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