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초격차: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고른 책이다. [초격차]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그러려면 일상적인 생각이나 추진력으로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가 야단을 칠 것 같아서 괜히 부담이 느껴졌다(아직 읽지를 않았으니 편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책 [마케팅이다]를 고르게 되었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모두 두 번을 몰입해서 읽었다.
이 책에서는 마케팅을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좀 더 많이 팔아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모든 활동을 좁은 의미의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세스 고딘은 더 나은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결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 소비자의 심리를 읽어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창출한다는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프로파간다]에서 내세우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다. 물론 이 책은 1920년대에 나온 책이므로. [프로파간다]는 대중 심리의 조종과 통제술을 다룬 고전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수요자는 무엇인가를 팔기 위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스 고딘의 책에서는 마케터가 하는 말을 기본적으로 믿지 않는 소비자의 입장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러티브'가 중요하다. 쇼핑에 임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 다르고, 이를 전부 만족시킬 수는 없다.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최소유효시장부터 시작하라. 너무 목표가 크면,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목표에서 핑계를 찾게 된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의 심리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제 11 장 위상, 지배, 연대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위상은 위계질서에서 우리가 처한 위치를 의미하는데, 자기의 위상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람이나 위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 모두 이를 위해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된다. 위상에 대한 인식은 동물이든 인간이든 사회를 이루고 사는 생명체라면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러한 속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상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어떤 사람은 연대하고자 하고, 어떤 사람은 지배하고자 한다. 소비자의 세계관관 내러티브는 이에 따라서 달라진다.
고정적인 패턴을 끊고 약간의 긴장을 조성하는 사이에 발전이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류 집단을 만들고 이끄는 것.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조종하려 하면 안된다.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완벽한 것은 문을 닫는다. 충분히 좋은 것은 핑계나 지름길이 아니다. 충분히 좋은 것은 교류 - 신뢰 - 기회로 이어진다. 영화 [위플래쉬]에서 "Rushing or dragging?"이라고 몇번이나 다그쳐 물으며 good job이란 말을 능멸하던 플레쳐 교수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결과물을 내보내라. 충분히 좋으니까.
그다음 더 낫게 만들어라.
요즘 내가 블로그를 쓰는 습관도 약간은 이렇게 바뀌었다. 써야 되겠다는 열정이 식기 전에 빨리 써 놓고, 나중에 부족한 부분을 몇번이고 고쳐나간다.
부록 '마케팅하기 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을 인용해 본다.
-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무엇을 위한 것인가?
- 당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청중들의 세계관은 무엇인가?
-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 이야기는 진실인가?
- 어떤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가?
- 이 변화는 그들의 위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어떻게 얼리 어답터에게 도달할 것인가?
- 왜 그들이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리는가?
- 그들은 친구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 추진력을 만들 네트워크 효과는 어디서 나오는가?
- 어떤 자산을 구축할 것인가?
- 당신은 지금 하려는 마케팅이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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