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마이크로바이옴] 신약부터 식품까지, 마이크로바이옴 R&D 쑥쑥
'휴면'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잘못 타자를 칠 뻔하였다. 잠을 재우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뜻으로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곳과는 별도로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라는 곳도 있다. 이곳은 광운대학교의 바이오통합케어경영연구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고, 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마이크로바이옴산업화포럼을 여러 차례 개최하고 있다. 국회의원 몇 분을 모시고 행사를 딱 한번 치러본 나의 경험(국회 바이오 빅데이터 포럼)으로는 그 기획력과 추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사전등록을 하지 못했지만 줄을 서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
미생물 치료제(살아있는 미생물일 수도 있고, 미생물로부터 유래한 대사물 또는 사균을 일컫는 말인 postbiotics일 수도 있다)가 약품으로 승인을 받기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는 그 기전, 즉 mode of action을 명확히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산업계가 나서서 FDA가 이러한 규정과 절차를 만드는 것을 선도한다지만, 국내 분위기에서 어디 그러는 것이 쉽겠는가? 잘못하면 특혜 시비에 시달릴 수도 있다. 지금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인보사 사태를 보라.
[약업신문] 인보사 진실 규명하고 식약처 심의과정 특혜의혹 밝혀라
어렵사리 승인을 받았다 해도 허가된 시설을 갖춘 CMC(contract manufacturing company)를 국내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다.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패널 토론까지 많은 청중들이 남아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응용 및 산업화에 대한 열기가 매우 뜨거움을 알 수 있었다. 천랩 연구소장 김병용 박사는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취지에서 정상인의 장에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면 독성 시험을 건너뛰게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가 반대 의견에 부딛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심각한 의견 대립까지는 아니었다. 마치 동의보감·동의수세보원 등 고서에 실린 성분이라면 아직까지는 임상시험을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패널 토론 시간. 모자를 쓴 사람은 한림대 박순희 교수, 맨 오른쪽은 사회자인 KAIST 김유미 교수. |
'좋은 균' 대 '나쁜 균'이란 개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할 때 맥락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듣기 좋을 때도 있지만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 몸 속에 사는 미생물도 언제나 고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어떤 병원성 세균에는 tropism이라는 현상이 있어서 특정 생명종에게만 병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또한 같은 종의 미생물이라 해도 어떤 균주(strain)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기주의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다른 경우가 너무나 많다.
앞으로 10년 쯤 지난 다음,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이 정말 의약품으로서 널리 쓰이고 있을까? 지금 임상 시험 단계에 있는 많은 후보 미생물이 그때가 되면 성공이냐 혹은 실패냐의 해답을 달고 있을 것이다. 정말 미래가 궁금하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큰 흐름에 나도 동참하고 싶지만 아직은 갖춘 것이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좋은 균주를 확보한 연구자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며, genomics가 앞서 나가면서 치료제 용도의 미생물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째에 접어든다.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낀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비교하여 함부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의미와 보람을 찾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재미'라는 요소인데, 일단 이 요소는 풍부하게 찾고 또 발견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길을 능동적으로 선택하였으며 그 결과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경험이란 평탄한 꽃길을 거니는 일과는 다르다. 종합적인 평가는 계약 기간이 다 끝나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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