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월요일

일상 생활과 다름없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문화

일주일 여행으로 한 나라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개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는 속담과 같이 네덜란드는 정말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고 왔다. 도로는 자동차만의 것이 아니라 자전거에게 완전히 하나의 차로를 내어 주고 있다. 공공시설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전거 보관 시설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손으로 수신호를 하면서 지나다닌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거미줄처럼 잇는 수많은 다리와 도로에서 각양 각색의 자전가가 물결처럼 지나간다. 헬멧? 장갑? 그런거 없다. 안전등 부착만을 지키도록 규정할 뿐이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임신한 여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았다(확인해 보니 네덜란드가 아니고 덴마크였다). 마스트리히트에서는 아가씨 두명이 피자 세판을 들고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Sint Servaasbrug" 를 건너는 모습을 보았다. 오른손에는 백과 핸들바를, 왼손에는 피자 포장 상자 2개를.

바로 그 다리를 건너며 찍은 사진이다.


물론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몇 명이 그룹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특별한 옷이나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고 일상 생활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를 몰고 집을 나서면서 반드시 전용 복장을 차려입고 헬멧과 장갑을 끼어야만 하는가? 갑자기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였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한가지라도 더 갖추려고 하면, 그만큼 자전거를 타는 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간혹 헬멧에 대한 논란을 인터넷에서 보게 된다. 도로를 자동차와 함께 달릴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속도를 별로 낼 생각이 없다면, 헬멧 착용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최대한 평상복에 가까운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드롭 핸들바를 잘라서 불혼바 비슷하게 만들면서 바테잎을 새로 붙이지 못했기에 장갑은 착용하였고, 벌레를 막기 위한 고글만 꼈다. 배낭을 메고 있으니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등에 땀이 날 것이 뻔하기에 상의만 쿨맥스 비슷한 소재의 운동복을 입고 청바지에 바짓단만 벨크로 밴드로 묶은 상태로. 샤워를 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천천히 주행했지만 6월 중순의 아침 기온은 약간의 땀을 나게 만들었다.

전국민이 등산복을 입고 동네 뒷산을 오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전부 전용 복장을 한다. 이건 분명히 '과잉'이다. 일상 생활과 철저히 일체가 되는 자전거 문화가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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