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2일 일요일

독서 기록 - <당선, 합격, 계급> 외 네 권


당선, 합격 계급

  • 지은이: 장강명
  •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주목받는 신진 소설가 중 하나인 그의 화제작 <한국이 싫어서>을 읽은 적이 있다. 지망생들의 세계와 합격자들의 세계를 나누는 관문인 공채 시스템.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과거제도가 바로 한국 사회에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공채 시스템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름대로의 효율성은 있었지만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어 우리의 미래를 지탱해 나갈 창의적인 인재들을 걸러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치열한 공채를 뚫고 그들만의 세상에 입성한 합격자들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부여된 간판은 그 이후로 어지간해서는 재평가되지 않는다. 소설 공모전을 사례로 들추어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 

파괴적 혁신

  • 제이 새밋(Jay Samit) 지음 | 이지연 옮김
제목만 보고서 테크놀로지에 관련된 책으로 생각하고 빌렸는데 실제로는 비즈니스 서적에 가까왔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란 용어를 처음 주창한 사람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다. 구글을 조금만 뒤지면 이와 관련된 정보가 무척 많이 나온다.


'업계에서 가장 쿨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는 제이 새밋이 어떻게 남들이 놓친 기회를 어떻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일구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사내 스타트업의 유용성을 알 수 있었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 서유리 옮김

물결의 비밀

  • 바오 닌 외 지음 | 구수정 외 옮김
아시아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바오 닌(베트남)의 '물결의 비밀', 츠쯔첸(중국)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가 특히 감명깊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아시아 문학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 허영선 지음
논문 작성, SMPS 실험 등에 몰두하느라 총 다섯 권의 책을 읽고서도 독서 기록을 남기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요즘은 끈기를 가지고서 소설을 읽는 버릇을 들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SMPS 실험 - 일단은 실패!(유용한 링크 포함)

[주의!] SMPS는 220 V를 직접 정류하여 만든 고전압의 직류를 다루는 물건이다. 브리지 정류를 하므로 이론적으로는 220 V x 1.414 = 311 V가 만들어진다. 일단 전원이 공급되면 회로를 끊은 뒤에도 평활용 캐피시터에 엄청난 양의 전기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이를 제거해야 한다. 60 W 전구를 연결했더니 번쩍! 하고 불이 들어왔다.

SMPS 회로의 핵심은 직류를 칼질(?)하여 사각파 형태의 교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각형의 모양이 직사각형인가 혹은 정사각형인가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약간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눈에 보이는 속도의 칼질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약 50 kHz, 즉 1 초에 5만 번 정도의 칼질을 해야 하고 전기가 흐르는 방향도 바꾸어야 한다. 고속 스위칭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다음과 같이 그림을 그리면 개념을 잡기가 편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것은 half-bridge circuit에 해당한다. 실제 스위칭은 반도체가 담당한다.

311 V 정도를 고속으로 스위칭하면 트랜스포머(tr)의 양단에 155 V의 전기가 방향을 바꾸어가면 걸리게 된다. 그러면 트랜스포머의 2차측에는 권선비에 맞추어 변동된 사각파가 걸리게 될 것이다. 이를 정류하여 직류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적인 SMPS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고급 SMPS라면 2차의 부하에 따라서 전압이 내려가면 이를 검출하여 다시 앞단에 보내는 보상 회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2차 출력 전압에 포함된 스위칭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필터(코일)도 넣어주어야 한다. 또 잊어서는 안될 것은 2차측의 교류를 정류하려면 1N4007과 같은 일반 정류 다이오드를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1N4007은 60 Hz 주파수에나 어울리는 물건이다. SMPS의 2차에서는 UF4007과 같은 (ultra)fast recovery rectifier를 써야 한다.

현재 게이트 드라이버 IC인 IR2153과 N-channel MOSFET IRF740(데이터시트)을 이용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참고한 회로는 다음과 같다(링크). 참고 회로에서는 IRF840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담배갑 정도 크기의 작은 브레드보드에 회로를 꾸며서 전원을 넣으면... 가장 처음에 위치한 유리관 퓨즈에서 불이 번쩍 나먼서 끊어지고 만다. 회로에 실수가 없었다면 IC나 MOSFET가 망가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멀티미터로 MOSFET를 점검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지만, 이것으로 반도체 부품이 완전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형광등의 전자식 안정기를 이용하여 MOSFET가 정상임을 테스트할 수는 없을까? 아래는 예전에 직접 형광등 기구를 수리하면서 떼어낸 망가진 안정기이다.


IRF730B가 보인다.

이것도 썩 쉬운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형광등은 점등 단계, 그리고 점등 이후에 다르게 동작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공부할 것이 많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유용한 링크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이들은 전부 SMPS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로서, 수시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MOSFET as a Switch
[Texas Instruments] Introduction to power supplies
[Texas Instruments] Input and output capacitor selection
[Analog Devices] Practical power solutions
[Tom's Hardware] PSUs 101: a detailed look into power supplies
16 Ways to Design a Switch-Mode Power Supply
High voltage-current half bridge driver using IR2153 & IGBT
Why SMPS open fail after just a few years of service
[Digi-Key] Minimizing noise generated by switched-mode power supplies - 참고문헌도 읽어볼 것.
[DIY SMPS] Transformer winding practices for SMPS
Regulated half-bridge switching mode power supply using ATX transformer
[디바이스 매거진] 전력 전자 부품의 삼총사! SMPS / SSR / Noise filter
[한일변압기] 변압기의 기본원리
[P&L] LED Converter의 회로 방식

2018년 8월 9일 목요일

국가주의(國家主義)와 출연연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연일 국가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국가가 없어야 될 분야에는 국가가 있고,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국가가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한겨레신문 링크).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을 국가주의라 부르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정치용어로 국가주의(國家主義, statism)이란 단어가 존재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말 위키백과에서 국가주의란,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 권력이 사회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조'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논지는 문재인 정부가 대중영합주의, 국가주의의 틀 안에서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일로서 서민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기록적인 폭염을 견딜 수가 없어 냉방기를 켜고 싶으나 누진제 요금이 무서워서 그러질 못하니 이를 완화해 달라고 범국민적인 요구가 일고, 이에 따라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상식적인 요금제라면 소득 수준에 맞게 얼마든지 전기요금을 낼 용의가 있다. 그래도 누진제는 너무 심하다. 많이 사면 물건값을 깎아주지 않나. 전기요금은 왜 반대인가?"
"우리는 에너지 자립도가 너무 낮다. 저마다 덥다고 맘대로 에어컨을 켜면 블랙아웃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더워도 좀 참고, 전기 절약을 유도하는 현행 누진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사실 나도 무엇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더워도 너무 덥다는 것이다. 전지구적 기후 변동이 냉방기를 작동하는 것을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만들고 말았다.

정부출연연구소는 과학기술발전에서 국가주의가 성공했었던 대표적인 모델이었다. 그러나 대략 90년대를 넘어가면서 그 빛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과 기업은 연구개발에서 이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그러면 출연연은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지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하게 합의된 것이 없어 보인다. 외부에서는 출연연을 경쟁력도 떨어지고 세금만 축내는 정체된 조직, 활기가 부족한 거대한 공룡과 같은 조직으로 보는 것 같다. '나'라고 하는 연구자 개인에게 누가 비난을 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시각이 이렇다 보니 의욕도 떨어지고 걱정이 앞선다.

소위 PBS(연구과제중심제도)가 그렇다. 연구 과제에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것이 벌써 20여 년전인 1996년이다. 당시에는 능력에 따라 연구비를 더 받아가라는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 인건비는 정해진 연봉 기준액을 넘어서 가져가지 못한다. 인센티브는 좀 더 받을 수 있었겠지만. PBS 제도란 아주 쉽게 말하자면 연구자들의 급여는 약 절반 정도만 정부에서 고정적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수탁연구, 즉 외부에서 과제를 수주해야 채워지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출연연에 입사한 직후에도 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장점은 명확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정적으로 각 기관에 나가는 경비를 줄일 수 있고, 나머지는 경쟁에 의해서 따와야 하니 효율이 더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과제를 기획하는 일 자체가 기회이자 권력이 된다. PBS와는 조금 다른 문제이지만, 과제의 단위가 커지면서 사업단장에게 큰 파워가 주어지니 기확과 계획 및 실행 단계에서 이러한 이너 서클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게다가 '과제'를 따기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은 아주 쉽게 통제가 가능하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아니니 성과가 미흡하면 내년도에는 주지 않는다고 말하면 되니까.

이 제도를 손질해 달라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지속적인 요구였다. 새 정부 들어서 이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 같더니, 최근 기사에 의하면 출연연 내부에서도 PBS 제도의 존치를 원하는 의견이 많아서 다시 처음부터 검토한다고 한다. 전자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자. '정부 "PBS 폐지, 근본처방 역부족" ...원점서 개편 논의'(링크). 여론에 밀려 폐지 내지는 개편을 검토했으나 결국은 원하는 답을 얻은 것 아닐까.

PBS 제도를 완화해서 인건비를 보장해 달라는 의견은 마치 '우리는 철밥통이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 그렇다. 우리는 공무원은 아니니까.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공개적인 게시판에 '도대체 하는 일이 뭐가 있나? 없애라'하는 글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주 맥이 빠지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슈를 선점하고 큰 과제를 따오는 일에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사실 이런 논의는 이미 15년쯤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혁신', '선진화', '고도화'라는 좋은 말로 포장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연 조직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새로운 연구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래, 밖에서 아무리 떠들고 위기니 구조조정이니 해도 어쨌든 조직은 존속한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고, 확고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출연연, 투입 대비 성과 미흡..' 류의 기사가 자주 나가면서 이에 동조하는 일반인의 여론이 늘어나는 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를 보장해 주면 연구 안하고 놀 거 아냐?
나조차도 이런 '두려움'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에 익숙해진 프레임에 갇힌 사고는 아닐까?

참 어려운 문제이다. 국가나 나서서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일까. '게시' 버튼을 클릭할까 말까 고민을 한참 하다가 누르고 말았다.

새로운 장난감, SMPS(Switched-Mode Power Supply)

지금까지 SMPS가 Switching-Mode Power Supply의 약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검색을 해 보니 Switched-Mode Power Supply였다. SMPS는 220 볼트 상용 전원에서 직류를 만들어내는 기기로서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쓰인다. 워낙 쓰임새가 넓어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취미 수준에서 다루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SMPS를 가지고 만지작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론도 매우 복잡하고 또 위험하기 때문이다.

오디오 기기에서는 아직 SMPS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왜냐하면 약 50 kHz의 주파수의 사각파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노이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청 주파수 내의 노이즈로까지 연결되느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 경험이 별로 없는 나는 '실용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SMPS를 진공관 앰프의 B 전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에 ebay에서 이러한 용도의 물건을 하나 주문했다가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하였었다(제품 사진은 여기에).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중국우정국의 safety check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제이앨범에 올렸더니 친절한 한 회원께서 직접 만든 SMPS를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주황색 점선 네모 안의 것은 전구형 형광등을 분해하여 개조한 것이다. 아래에 보인 손으로 그린 회로도는 약간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MOSFET의 드레인-소스를 연결한 지점은 IR2153의 6번 핀(VS)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일의 시작은 낡은 전구형 형광등(컴팩트 형광등, CFL)에 들어있는 전원장치를 개조하여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직류 전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어느 DIYer의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아래의 링크는 전부 회원님의 수고 덕분에 알게 된 곳이다.

Simplest SMPS power supply ever - efficient and powerful - from an old CFL

Compact Fluorescent Lamp (CFL) 회로 정보

나에게 선물을 보내주신 회원께서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stoneaudio 카페(링크)에 상세한 제작기를 올렸었다. '진공관 1개로 만드는 저렴한 네오하브앰프'라는 제목의 시리즈물로 올라와 있으니 상세한 과정은 검색해 보면 된다. 회원께서는 이렇게 CFL을 개조하여 만든 잘 동작하는 SMPS 하나와 IR2135라는 반도체 칩을 이용하여 직접 만들 수 있는 부품 세트(기판 및 페라이트 트랜스 포함)을 보내주신 것이다. IRF840이라는 power MOSFET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IR2135를 이용한 회로의 원본은 여기에 있다. 체코어로 작성된 것이라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야 한다. 좀 더 검색을 했더니 원본 작성자인 Dan이 영어로 번역하며 만든 페이지도 있었다(링크). Dan은 자신의 저작물을 계속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진행 중인데, 이제 갓 서른살을 넘긴 젊은이로서 그 활동이 대단하다. 영어로 작성된 Electronic schematics and instructions 페이지를 방문해 보라!

SMPS 2 x 35V 2 x 5A 250W

다음에 소개한 링크는 내가 직접 찾은 것으로 만드는 과정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회로와 거의 같다.

SMPS 2 x 50V 350W for Audio Power Amplifiers

 바로 위에서 소개한 체코 사이트의 회로도와 같다.
같은 웹사이트에 소개된 Ike Mhlanga의 좀 더 진보한 버전. 아래에서 설명할 보상 회로가 부가되었다.

만약 완제품 SMPS를 ebay에서 성공적으로 구입했더라면 SMPS의 원리, 그리고 내가 원하는 전압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선물로 말미암아 뜻하지 않게 새로운 분야를 파고들게 되었다. 사실 SMPS는 매우 까다로운 분야이고 위험하기까지 하므로 여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아주 간단하게 그 원리를 설명해 보자. 220 볼트의 교류 상용전원을 먼저 그대로 정류하여 300 볼트 이상의 고전압 직류를 얻는다. 이를 50 kHz 정도의 사각파(펄스)로 전환하여 트랜스의 1차에 가한다. 주파수가 워낙 높으므로 철을 재료로 하는 일반적인 트랜스포머를 쓰지는 못한다. 기억해 둘 것은 두 가지이다. 트랜스에는 고주파(가청 주파수를 초과한다는 의미에서)가 공급되고, 그 모양은 사각파(square wave)라는 것이다. 가정용 전원에서 접하는 사인파가 아니라는 것이다!

Simple Switched Power Supply (간단한 그림과 설명 및 다양한 회로 소개)

웹에서 찾은 다음 그림이 SMPS의 구조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 https://www.tutorialspoint.com/electronic_circuits/electronic_circuits_smps.htm

트랜스의 권선비에 따라서 2차 전압이 결정되고, 이는 적절한 정류회로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원하는 직류가 얻어진다. 내가 받은 완성품은 무려 300 와트를 출력할 수 있는 트랜스가 감겨져 있다. 2차는 겨우 18번 - 센터 - 18 번을 감은 것에 불과한데, 이를 양파정류하여 31 V 정도가 나온다. 만약 더욱 높은 전압을 원한다면 2차 권선을 더 감으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여 원하는 전압이 나오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반도체 소자가 어떤 이유로 망가져서 도통 상태가 되면 2차측에 위험한 고전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제대로 만들어진 SMPS라는 부하에 의해 최종 전압이 변했을 때 이를 감지하여 포토커플러를 통해 다시 앞쪽 회로로 피드백하여 보상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고 한다. 이런 사항을 전부 생략한 것이니 선물로 받는 회로를 활용하려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제 설레는 마음으로 전원을 넣었더니 유리관 안에 들어있던 퓨즈가 빛을 내면서 순식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마침 갖고 있는 것으로 대체를 하여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대용량 캐패시터가 충전되면서 높은 돌입전류가 흘러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를 막기 위하여 파워 서미스터를 삽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망가진 PC 파워 서플라이에서 떼어내 재활용할 수 있다.

SMPS의 원리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이해했는데, 형광등 점등회로(전자식 안정기)의 이론은 더 어렵다!

이 선물을 가지고 해야 할 숙제는 히터용 전압(6.3 V, 12.6 V)을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250 V ~ 330 V 수준의 B 전압을 만들었을 때 무난하게 진공관 앰프를 구동할 수 없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2018년 8월 10일 추가한 글

벌써 MOSFET을 망가뜨린 것 같다. 디지털 멀티미터를 이용하여 MOSFET을 점검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어서 소개한다. MOSFET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 보려 했다가 너무 복잡하여 일단 덮어두었다!

IGBT, 모스펫 테스트 방법

다음 그림과 같이 게이트(G), 드레인(D) 및 싱크(S)에 각각 1, 2, 3번이라는 번호를 붙인다.

IRF740의 데이터시트 일부.
테스트 방법은 이러하다. 디지털 멀티미터는 다이오드 체크 기능으로 전환해 둔다.

  1. 1번과 3번 핀을 단락시킨다(혹은 전체를 단락시킨다).
  2. 2번과 3번에 각각 테스터봉 빨강과 검정을 댄다. '1'이 나오면 정상이다(테스터봉을 반대로 대면 내부에 있는 다이오드에 의해 저항값이 읽혀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단계에서는 S-D 사이에 내장된 다이오드가 정상인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3. 1과 3에 각각 테스터봉 빨강과 검정을 대서 충전을 시킨다. 값은 '1'이 나온다.
  4. 다시 2와 3에 테스터봉을 댔을 때 저항값이 나오면 정상이다(본문에서는 사진과 달리 1과 3에 테스터봉을 대라고 했다. 잘못 적은 것 같다).
망가진 반도체는 저항이 없는 것처럼, 즉 단락된 것처럼 작동한다. 이것을 기억하면 편하다.

2018년 8월 4일 토요일

도심 대전천에서 물놀이?

기록적인 폭염이 약 20 일째 지속되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앞으로도 최소한 열흘 이상 더 계속될 것이라 한다. 집에서 이렇게 에어컨을 자주 틀어놓은 여름도 이번이 처음이다. 8월 말에 고지될 전기요금이 매우 걱정스럽다.

아내와 나는 대전 구도심 나들이를 자주 하는 편이다. 대전천변의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중앙시장부터 으능정이 거리, 멀게는 대전여중 근처까지도 걸어서 돌아다니고는 한다. 내가 차를 세우는 무료주차장에서 으능정이 거리 입구까지는 무려 731 미터이고 NC몰까지는 거의 1 km나 된다. 뚜벅이 스타일의 남편을 따라서 별 불만없이 잘 걸어다니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이러한 아내에게 주는 작은 선물은 성심당 케익부띠끄에 들러서 커피와 케익 한 조각을 놓고 사진을 찍는 것. 롯데백화점에 있는 성심당을 포함하면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하는 셈이니 나중에 이 사진을 늘어놓고 지나온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오늘따라 강하게 초상권을 주장하는 아내 때문에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리지 못하였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서 대전천의 물은 많이 줄어 있었다. 보통때 같으면 징검다리를 이루는 바윗돌들을 물이 휘감아 흐르겠지만 요즘은 그렇질 못한 상태이다. 수질도 별로 좋지 않아 혼탁하고 냄새도 좀 나는 편이다. 며칠 전 평소대로 으능정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뒤 초저녁 무렵이 되어서 대전천변을 걸어서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5시가 훨씬 지난 시각이라 햇볕은 약해졌지만 후끈한 기운은 여전하였다. 선화교 근처의 징검다리(대략적인 좌표는 36°19'55.6"N 127°25'34.7"E)를 건너려는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떤 어르신이 손자로 생각되는 두세살 정도의 아이를 안고서 물 속에 앉아계신 것이 아닌가? 어르신에게는 앉은 상태로 허리춤 조금 위까지 차는 깊이의 물이라 해도 아이는 거의 온몸이 잠길 수준이었다.

대전천의 수질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목척교-선화교 구간에서 물놀이를 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닐 것이다. 발목을 담그기에도 꺼려질 수준의 물에서 몸을 담그다니? 어른이야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아이는 물에 젖은 손을 쉽게 입으로 가져갈 것이다. 

더위를 견디지 못한 노숙자가 대전천에 잠시 들어갔다면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노숙자에게 손자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인근 주민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제대로 만들어진 분수대가 있었더라면 구도심을 지나는 사람 모두가 위생 걱정 없이 더위를 식힐 수 있지 않았을까?

구도심을 살린다고 흉물스런 조형물을 만들고 부실한 관리로 비난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데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을텐데 말이다.

[대전MBC뉴스] 대전 명물 '목척교' 엉망(무려 4년 전에 게시된 동영상. 지금은 더 나아진 것도 없다)



수백억 들인 도심 하천 흉물로 전락/KBS 뉴스(2018년 7월 10일 게시)



2018년 8월 2일 목요일

파커 IM Premium Vacumatic 만년필의 잉크 마름 현상 해결하기

작년 11월 무렵에 파커 IM Premium Vacumatic Pink 만년필을 구입한 적이 있다(당시 글 링크). 나로서는 꽤 심사숙고한 끝에 구입한 것이었는데 캡을 닫아두어도 얼마나 잉크가 잘 마르는지 얼마 쓰지 못하고 서랍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녁때까지 잘 쓰고 캡을 닫아 보관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글씨를 쓰려면 잉크가 말라서 도대체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파커 벡터 스탠다드를 손에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펜을 쥐는 습관을 바꾸어 가면서 최근까지 사용해 왔다. 만년필은 아무리 캡을 닫아 두어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지 않으면 잉크가 잘 마르지만, 벡터 스탠다드는 며칠 동안 쓰지 않아도 거침없이 잉크가 잘 나왔다. 그런데 이윽고 배럴에 금이 가고 말았다. 배럴을 돌리면 꽉 잠기지를 않고 '톡' 소리와 함께 또 돌아간다. 꽤 오래전에 쓴 파커 Jotter 역시 수년간 사용한 뒤에는 배럴에 금이 가고 말았다.

IM Premium Vacumatic은 왜 이렇게 잉크가 잘 마르는 것일까? 캡을 입으로 물고 바람을 불어보면 아무 저항감이 없이 술술 나온다. 처음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였듯이 캡을 구성하는 부품의 틈새(빨강 화살표)에서 바람이 샌다고 생각을 했었다.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매니큐어를 발라보고, 목공 마감용 바니쉬와 목공용 본드 등 주변에 있는 별의 별 재료를 다 발라 보았는데도 여전히 바람이 새는 것이었다. 물을 담은 컵에 캡의 끝을 담그고 입으로 불면 얼마나 세차게 바람이 나오는지 도대체 그 새는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다. 사진에서 초록색 네모로 표시한 부분, 그러니까 클립으로 가려진 부분 아래에 길쭉한 구멍이 있는 것 아닌가?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인가? 이런 상태라면 캡을 아무리 닫아도 소용이 없지 않나? 만년필 잉크가 휘발하여 폭발성 기체로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구멍을 만든 것인가? 이러니 아무리 캡을 닫아도 잉크가 마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클립 고정용 구멍을 잘못 뚫은 불량캡을 그대로 조립한 뒤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가, 혹은 다른 부품으로 막았어야 하는데 실수로 이를 빼먹은 것인가?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 혹은 정상 제품은 이런 구멍이 없어야 하나?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클립 안쪽에 구멍이 있는 모델은 또 있었다. 파커 45가 그러하다. 캡을 여닫을 때 생기는 내부의 공기 압력을 배출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 그러면 여닫기가 편해지고 잉크가 역류하거나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 아무리 그래도 다음날 뚜껑을 열었는데 잉크가 말라서 글씨가 써지지 않는다면 말이 되는가?

출처: Tick Talk(링크)
일단은 3M 매직 테이프를 작게 잘라서 붙여놓았다.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잉크 마름은 한결 덜하다. 괜히 이것저것 발라서 말렸다가 다시 벗겨내느라 상처만 남았다.

지금까지 몇 개의 중저가 만년필을 써 보았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사실상 일회용 만년필인 '프레피'였고, 워터맨 Phileas도 필기감, 손에 잡히는 느낌, 잉크 흐름, 디자인 등 모든 면이 좋았다. 그러나 Phileas는 배럴 내부에 둥근 금속 링이 들어있어서 표준 카트리지를 넣을 수가 없고 약간 갸름한 워커맨 전용만을 써야 한다. 약간 뻑뻑하지만 펠리칸 카드리지도 들어가기는 한다. 내가 사용해 본 만년필에서 접한 문제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도장 벗겨짐 - 자바펜 '아모레스', 피에르 가르댕 '리브라'
  • 만년필촉의 나사산 부분이 부러짐 - 자바펜 '아모레스'
  • 배럴의 나사 부위에 금이 감 - 파커 '벡터 스탠다드', '조터'
  • 과도한 잉크 마름 - 파커 'IM Premium Vacumatic Pink', 플래티그넘 '스튜디오'
약간의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다음에는 좀 더 좋은 품질의 만년필을 선택해야만 되겠다.



Emerson Lake & Palmer - Knife-Edge

KBS Classic FM의 'FM 실황음악'을 듣고 있었다(2018년 8월 2일 선곡표). 익숙한 곡인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4번 Sarabande에 이어서 야나첵의 Sinfonietta라는 곡이 나온다는 안내 멘트가 있었다. 야나첵(Leos Janácek, 1854-1928)은 내가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체코 출신의 작곡가이다.

그런데 굉장히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Emerson, Lake & Palmer in Concert(1979년 발매) 앨범의 1면 마지막 곡인 "Knife Edge"가 아닌가?

출처: 위키피디아
80년대에 막 중학생이 되어서 팝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했을 때, 동네 음반점에서 구입했던 해적판 LP(당시에는 "빽판"이라고 불렀다)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앨범은 1977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녹음한 것이라 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금메달을 땄던 것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도 이 앨범을 통해서 처음 들었다.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첫곡인 <Introductory Fanfare>로 시작하여 헨리 맨시니 작곡의 <Peter Gunn>과 바로 다음 곡인 <Tiger in a Spotlight>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발라드에 가까운 의 인기가 더 높은 것 같지만 말이다.
Ladies and gentlemen, Emerson, Lake and Palmer! (뒤이어 스네어 드럼을 두드리는 '텅!' 소리와 함께 연주가 시작된다.)

레드 제플린, 퀸, 딥 퍼플, 포리너, 스콜피온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이런 해적판으로 들었었다. 그 다음으로 옮겨간 매체는 카세트 테이프였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1970년도 스위스 공연 실황이다.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키보드를 연주하던 키스 에머슨은 2016년에 작고하였다. 내가 Rock organ 또는 synthesizer를 꼭 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만들었던 딥 퍼플의 존 로드 역시 2012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타리스트는 안드레스 세고비아, 나르시소 예페스, 줄리언 브림, 존 윌리엄스가 아니라 <제프 벡>이다!


그러면 야나첵의 "신포니에타"를 들어보자.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금 듣는 것은 1969년에 발매된 제프 벡 그룹의 두번째 앨범인 Beck-Ola(링크). 20대 중반 로드 스튜어트의 걸쭉한 목소리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