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8일 금요일

또 만든 앰프, LM1876

이런 형태의 기기를 꼭 한번 만들고 싶었다. 케이스는 없이 전체적으로 부품이 다 드러나서 자작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선물로 받은 뱀부스테이션(이런 물건)이 바닥판으로 쓰였다. 이렇게 쓰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물건인데!





사무실에는 자작 앰프 두 개와 헤드폰 앰프(진공관) 하나, 집에는 자작 앰프 하나와 주문제작 앰프(진공관) 하나, 그리고 미니 콤포넌트. 잘못 건드려서 망가진 앰프 기판도 두 개쯤 있다. 이미 오래전에 쓰레기통으로 버려진 것도 없다고는 말 못한다.

이번 앰프는 적은 부품 수에도 불구하고 매우 섬세한 소리가 난다.

왜 자꾸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내가 가끔씩 귀고리를 사서 모으는 것에 비유하면 매우 적절하다. 분명히 보람찬 일은 맞는데, 손목에 적잖게 무리가 간다. 엊그제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는 알루미늄판에 칼금을 그어서 꺾으면서 자르는 것이 가뜩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오른쪽 손목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이제 정말 손목 보호대를 차고 다녀야 되겠다.

귀걸이가 아니고 귀고리가 표준어란다. 으아... 이건 충격이다. 참고로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2006년도 글을 링크한다.


형질전환 연어, AquAdvantage

오랜만에 전공분야와 가까운 글을 써 보겠다. 오늘 KOBIC에서 열렸던 외부연사 초청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된 정보이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혹은 수산기업?)인 AquaBounty에서는 AquAdvantage(R)라는 "지속가능한 연어(sustainable salmon)을 개발하여 2015년에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아직 표지를 붙이는 문제로 인하여 시판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바로 위쪽의 캐나다에서는 규제가 달라서 식용으로 팔리는 모양이다.

나는 유전자 조작 생물 - '식품'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피부에 와 닿겠지만, 그렇게 부르면 인류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너무 착취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생물'이라고 부르겠다 - 에 대해서 비교적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위해성을 아직은 잘 모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보다 더 판별하기 어려운 문제는 유전자 조작 생물이 가져올 바로 사회-경제적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관상용 식물을 유전자 조작법으로 개량하여 정말 희귀한 품종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런 것은 기존 식물보다 값이 수십배가 비싸도 아마 사람들은 구입할 의향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식량으로 쓰일 생명체는 어떠한가? 만약 기존의 연어보다 5배쯤 큰 연어를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하자. 가격을 도대체 얼마로 결정해야 될까? 만약 기존 것보다 스무배쯤 비싸게 판다고 하면, 일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를 사다 먹지 않을 것이다. 개발비가 들어갔으니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 기존의 것보다는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인데, 소비자가 높은 가격으로도 만족할만한 뚜렷한 효용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것보다 5배 큰 생선을 스무배 가격을 주고 사서 먹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시장만 가면 알 수 있듯이 명절 때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일이나 생선은 조금만 크기가 크면 값이 상품 취급이 되어 매우 비싸게 팔린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낮은 과일이나 생선을 시장에서 도태시키지는 않는다. 비싼 것은 비싼대로(요즘 말로 '가성비'는 낮지만), 싼 것은 싼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미나 연사는 나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이런 의견을 피력하였다. 성장속도가 빠른 물고기는 투입되는 사료와 양식 시간이 짧아서 오히려 싼 가격에 GMO 생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전반적인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와서 소비자에게 이득을 준다고 보았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없는 일반 어업인들이 생선을 팔아서 폭리를 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유전자 조작 생선이 싼 값에 팔리기 시작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은 이득이 되겠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산업을 하던 업자들은 도태될 수 있다. 그러면 자본과 기술, 규모를 가진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기술혁신을 해서(아니면 유통구조를 개선하거나 최악의 경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맞출 수 있겠지만, 농업이나 수산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나는 경제와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깊이 알지 못하는 골수 이공계 출신이라, 더욱 깊은 수준의 분석을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등의 몇가지 책을 읽은 얄팍한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기술이 인류 전반을 이롭게는 하겠지만 그것이 자본을 위해 일할 때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롭다고 해서 모든 소규모 영농을 결국 다 도태되어야만 하는가? 분명 그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 들은 이야기는 생명공학 기술의 측면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지만, 어찌보면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요인인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배려, 분배, 정의... 이러한 것이 더 큰 가치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자체는 아니지만 나는 오늘도 음악을 듣기 위해 앰프를 만든다 :)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함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그저 호기심과 만드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옳다.

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참치캔 앰프 꾸미기

최종 결과물 사진을 맨 위에 올린다. 인터넷에서 tuna can amplifier 또는 tuna tin amplifier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실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다. 심지어는 참치캔 직경에 딱 맞는 원형 PCB를 사용한 키트도 있을 정도이다(예).


초미니 TDA2030A 앰프 보드(구매 당시 포스트, 제조사 링크)를 담기 위해서 일부러 대용량 참치캔까지 사서 내용물을 싹 비우고(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음) 주말을 기해서 가공 작업에 돌입하였다. 앰프 보드와 주변 부품(입출력 단자, 전원 단자, 볼륨 포텐셔미터) 사이의 배선은 주중에 이미 완료한 상태였다. 전날까지의 준비 상태는 다음 그림과 같다.



그런데... 참치캔에 실장을 하는 과정에서 한쪽 채널에서 심한 잡음이 나면서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칩에서 열이 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가 없었다. 배선이라고 할 것도 없고, 각 보드에 있는 4개의 핀에 신호 입력선과 전원을 연결하는 것이 전부였다. 테스트를 계속 하는 과정에서 보드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왜 그런 것일까? 기껏 장만한 참치캔을 어떻게 해서든 활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TDA7266D 앰프 보드(케이벨 KB20W)를 넣기로 했다. 이 보드는 3.5mm 스테레오 폰잭과 전원 어댑터 잭이 달려있어서 이를 케이스에 넣으려면 약간의 추가 배선 작업을 해야 된다. 일단 케이스에 넣어버리면 보드에 붙은 단자에 직접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보드는 스마트폰에 직결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에 자체적인 음량 조절 기능이 없다. 따라서 입력 신호는 케이스에 고정한 입력단자 - 볼륨 폿 - 3.5mm 스테레오 플럭을 경유하여 보드로 연결해야 된다. 이 보드는 깡통, 반찬통, 수납상자 등 다양한 케이스를 들락거린 전력이 있다.

작업 도중에 TDA2030A 보드가 말썽을 일으킨 이유를 알게 되었다. 스피커 연결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의 고정 너트가 참치캔과 접촉을 하고 있었다. 절연체로 쓸만한 적당한 플라스틱 조각을 구해서 이를 닿지 않게 한 다음, 배선 작업을 마쳤다.

외관은 이렇다. 지금까지 입혀온 어느 케이스보다 마음에 든다.


내부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합선이 되지 않게 부품들을 잘 꾸려넣은 뒤 쏟아지지 않게 핫멜트로 적당히 고정하였다.


실제 작동되는 모습은 이러하다.


비록 천 몇백원에 불과한 가격이지만 앰프 보드를 하나 날리면서 실패로부터 또 하나의 교훈을 얻웠다. 요즘의 오디오 전력 증폭기 칩은 합선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보호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만 이것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전도성 재료를 가지고 앰프 케이스를 꾸밀 때에는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자.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브리츠 BR-5100C 망가뜨리기

굴러다니던 브리츠 BR-5100C를 사무실에서 잠시 사용한 적이 있다. 음량 조절 방식이 불편하고, 입력 단자의 접촉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언젠가는 분해해서 전원 트랜스만 꺼내서 쓰겠노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때까지의 모습은 이랬다.


브리츠 BR-5100C의 앰프부(+서브우퍼)를 과감히 해체하였다. 전원 트랜스는 13V x 2, 2.3A라서 LM1875 정도의 앰프를 구동하기에 적당하다. 사무실에는 드라이버와 칼, 가위 말고는 적당한 공구가 없으니 전원 케이블은 적당히 피복을 벗긴 뒤 심선을 꼬아서 연결하고 라벨용 테이프로 적당히 절연처리를 하였다.



오후에는 이렇게 되고 말았다. 앰프 뒷부분의 알루미늄 덮개는 바닥판이 되었다. 고무발을 끼울까, 아니면 진공관 앰프 스타일처럼 나무 베이스를 만들어서 끼울까?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방식을 결정해야만 한다. 30mm x 30mm x 2t 정도의 알루미늄 앵글을 사다가 자르고 구멍을 뚫어서 RCA 단자와 바인딩포스트를 고정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케이스에 넣지 않고 부품을 노출하는 스타일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기왕이면 네온등이 부착된 전원 스위치를 연결하면 어떨까?

집에는 어제 하다 만 일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참치캔 앰프를 완성하는 일. 어제는 납땜 작업만 겨우 해 두었다. 밤 늦게 전동드릴을 쓸 수도 없고, 역시나 납땜을 하면서 몇 번의 실수를 하는 바람에 기운이 다 빠져서 도저히 마무리를 할 수가 없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사각 볼륨 포텐셔미터 5개 중 지금까지 2개를 사용하였다. 


이제 크림프 터미널에는 도저히 납땜을 못하겠다. 압착 공구를 하나 사든지 해야지...



2016년 11월 10일 목요일

4각 미니 스테핑 포텐셔미터(A50KOhm)을 패널에 고정해 보니...

이번에 구입한 포텐셔미터는 다음과 같다(현재의 판매처 링크).


놉을 돌리면서 틱틱 걸리는 상태로 작동이 되는데, 그 느낌이 별로 부드럽지가 않다(당연한 말이지만). 축 길이가 짧아서 패널면이 두꺼우면 너트를 조이기가 어렵고, 모든 포텐셔미터가 그렇듯이 돌기가 있어서 패널에 추가로 구멍을 뚫지 않으면 수직으로 고정이 안된다. 다음 그림(파워풀사운드에서 가져옴)에서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한 바로 그것이다.


원래 저 돌기는 고정 볼트를 조이거나 놉을 돌릴 때 본체가 따라서 돌지 않게 하려고 만든 것인데, 패널에 추가 가공을 하지 않으면 고정할 때 오히려 불편하다. 부속 PCB에 납땜하기 전에 니퍼로 끊어버릴 것을.

수동 부품이나 기구 부품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와하면 자작품의 최종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눈과 손이 직접 가는 곳이라서 그렇다. 

공작용 부품 도착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하루에 주문했는데 판매자가 서로 달라서 띄엄띄엄 배달이 되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RCA 단자.


그 다음에는 미니 볼륨 포텐셔미터와 전용 PCB.


가장 마지막으로 JST-XH 케이블이 도착하였다.


납땜질을 하면서 가장 번거로운 것은 압착식 터미널 부속에 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터미널 부속은 자동차 배선 등에 많이 쓰이는 R, Y, 슬리브형, 납작 단자가 아니라 몰렉스/연호/한림/JST 등의 PCB용 커넥터를 의마한다. 원래 이 터미널은 전용 압착 공구를 사용하여 선을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아서 선뜻 구입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압착 공구는 또 그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와이어 스트리퍼를 하나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굵은 전선용 스트리퍼는 없다) 감지덕지인데...

압착공구의 기본은 터미널이 아니라 전선 규격에 맞추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구매까지 포함하여 내가 갖고 있는 커넥터 부품은 한림 CHW0640(몰렉스 5051 호환) 커넥터 하우징용 터미널과 JST-XH 규격이다. 전자의 경우는 AWG 22~28, 후자는 콘택트가 A와 B 형이 있어서 각각에 맞는 전선 규격이 조금 다르다.

Wire-to-board connector system의 구성을 이해하자. Housing, crimp terminal, 그리고 header.

이것을 납땜하려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부품과 납을 동시에 붙잡고 있기도 너무 힘들다. 차라리 PCB에 피복을 벗긴 선을 그냥 찔러 넣어서 납땜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어제도 결국은 커넥터에 직접 납땜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선을 PCB에 붙여버렸다. 이렇게 해서 기존 저가형 볼륨 폿의 좌우 밸런스가 너무 맞지를 않아서 한참 동안을 사용하지 못했던 TDA7265 앰프를 되살릴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TDA2030A 앰프 보드에 볼륨 폿 달기!

압착 공구에 관심을 갖기 전에 전선 규격부터 공부나 하자. 내가 쓰는 10색 전선(아마도 PCV 피복)이 AWG 규격으로 얼마인지도 잘 모르지 않는가? AWG 22 정도 되던가?

2019년 6월 27일 추가한 글

크림핑 작업을 해 놓은 전선을 묶음으로 사 놓으면 커넥터 작업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ELECLOUD의 쇼핑몰(링크)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엘레파츠에서는 하네스용 와이어(링크)라는 카테고리에 나온다. 단가는 생각보다 높다.

2016년 11월 3일 목요일

떠돌이 스피커는 사무실 책상 앞으로...

개조에 실패한 스피커는 집에서 쫓겨나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주변 잡음이 많은 사무실은 더욱 좋은 스피커와 앰프가 필요할까? 만약 사무실에서 좀 더 Hi-Fi 적인 음악 감상이 필요하다면, 헤드폰을 써라!


이 스피커는 울림이 과하다. 그래서 울림이 있어도 괜찮은 클래식곡에는 그런대로 들어줄 만하다. 팝이나 록? 어림도 없다. 단단한 저음이 필요하다면(그래서 옆방에 근무하는 이 모 박사에게 폐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면) 헤드폰을 쓰겠다.

외부에서 갑작스럽게 부탁받은 미생물 유전체 비교분석 자료를 만드느라 딱 24시간 동안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오히려 나 스스로도 많은 공부를 하게 되니까 말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학교에 다닐 때 molecular evolution을 수강할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웹 상의 자료 덕분에 혼자 공부하기에는 정말 좋은 세상이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는 나는 웹을 통해서 세상에 쓸모있는 자료를 얼마나 공개하고 있는가? 반성할 일이다. 언제까지 정보의 소비자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