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2026년 10월에 MP3 플레이어를 구입하다

휴대폰으로 못 하는 일이 없게 된 요즘, 여전히 MP3 플레이어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음원을 준비하여 기기에 넣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오로지 감상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소셜 미디어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비생산적인 화면도 없다. 음악이면 음악, 라디오면 라디오. 

나도 그런 이유로 MP3 플레이어를 구입한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다. 가격도 무척 싸다. 단, 메모리 가격이 요즘 너무 올라서 따로 갖고 있는 microSD 카드를 넣어야 했던 것은 함정이다. 광고에서는 마치 16GB의 기본 메모리가 포함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어 두었다.



이번에 MP3 플레이어를 사게 된 것은 실은 어학 공부(영어) 때문이다. 사실 귀에다 뭔가를 꽂은 상태에서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래 본 적은 없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진작에 영어 회화 공부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지금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지금 어떤 온라인 강좌를 듣고 있는지 여기에 밝히기는 부끄럽다. 강좌를 학습하고, 유튜브로 제공되는 녹음본을 다운로드하여 MP3 플레이어에서 반복하여 들음과 동시에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동안에는 ChatGPT를 이용한 연습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 다운로드에는 명령행 도구인 yt-dlp를 사용한다.

요즘 젊은 세대의 어학 실력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인터넷이나 '미드' 등을 통해 영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영어 학습도 문법이나 어휘 및 지필시험 중심에서 실제 활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대학원 입시나 졸업 요건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요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영어 시험은 대학원 졸업 자격 획득을 위한 자체 지필고사가 전부였다. 이것이 TOEIC, TOEFL, 그리고 나중에 등장한 TEPS 등의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공인영어시험 성적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국외 연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였던 나는, 문서로서 영어를 읽거나 이따금 쓰는 것 말고는 실제 영어 활용 능력을 기르려는 동기 자체가 부족하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커리어 차원에서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지금, 오히려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이 역설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젊었을 때는 영어가 시험을 통과하고 지식을 얻기 위한 도구였다면, 지금의 영어는 사람을 만나고 내가 가진 생각을 전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영어 점수로 증명해야 할 것도 없고,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승진할 일도 없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영어 공부가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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