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는 도중 대부분이 날아가는 일을 최근 두 차례 경험하였다. 이번 글도 마찬가지. 갑자기 의욕이 떨어진다. 가끔씩 저장 버튼을 눌러야 되겠다.
상하이 출장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좋은 면에서든, 또는 그렇지 않은 면에서든. 중국을 알아야 한다고, 우리의 미래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다고 시간만 되면 역설하시던 어느 원로 생명과학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몇 살부터 원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원로(元老)는 누구인가? - 건치 2025년 2월 12일
'원로는 꽃이 아닌 거름이 되어라. 입을 닫고 지갑을 열자.'는 글귀가 매우 인상적이다.
어떤 이에게 중국(또는 베이징)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이토록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가게 된 중국 방문지가 상하이였다는 것은 나로서는 매우 다행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상하이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활기가 넘치고 현대적이었으며, 또 깨끗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유한다면 상하이는 뉴욕에 해당한다. 모든 곳에서 QR 코드 스캔을 이용한 정보 제공 및 결제를 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도 놀라웠다. 이는 상하이가 아니라 중국 전역에 해당할 것이다. 비록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에 대한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 운전자의 배려는 조금 미흡했지만.
11월 7일에 쓴 글 '푸단대학에서 보내는 첫날 밤'이 이번 여행을 소개하는 첫 글에 해당한다. 지금 와서 고백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출장지(그리고 국가)에 대한 사전 조사가 너무 미흡했다. 이는 방문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니, 그로 인해서 여행자 자신도 불편해진다.
| 멀리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東方明珠)가 보인다. 실은 높이 468미터에 이르는 송신탑이다. |
상하이 중심가에서 만난 현대적인 빌딩과 쇼핑센터는 마치 내가 서울 강남 한복판을 거니는 느낌을 주었다. 거리를 다니는 대부분의 차량은 오토바이를 포함하여 전기로 구동되는 것이었다. 그런 탓인지 공기는 한국의 웬만한 대도시보다 더욱 깨끗한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입은 흰 셔츠의 옷깃에 별로 때가 타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곳곳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지만 토종 브랜드에 밀려 직영 체제를 포기하게 되었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서. |
| 우리가 정보(information)라고 쓰는 단어를 중국에서는 신식(信息)이라고 표기한다. 중국에서는 오직 '인텔리전스'(주로 첩보 활동과 관계된)만을 정보라 부른다고 한다. 같은 한자어 문화권 안에서도 이렇게 단어의 쓰임새가 다르다. |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번 학술행사에 초대된 외국인 손님을 맞는 현지 과학자들의 극진한 정성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도 느껴질 정도로 학생들을 동원하여 편의를 보살펴 주었다. 숙소와 음식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국 참가자 중 VIP급으로 취급되어 이런 대접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다음에 우리가 주최국이 되면,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손님 맞이를 해야 되겠다는 부담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접대 문화는 '꽌시(關系)'의 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서 누구에게나 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규칙보다 지인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설명들을 한다. 물론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이 강하며 계약 정신이 투철한 상하이에서는 베이징만큼 꽌시 문화가 강하지 않다는 말을 이번 행사에 참석한 조선족 과학자로부터 들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말을 부정적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이 말을 한 사람이 직접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에 큰 주저함 없이 그대로 옮겼다.
| 점심 때 나를 몹시 힘들게 했던 마오타이주. 만찬 자리에서는 또 다른 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라이라이(来来来)'를 외친 것은 중국인이 아니고 우리측이었다. |
이러한 친절함 속에 다른 속내가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을 법하다. 어쩌면 학계에서 친중적인 사람을 많이 확보하려는 '공정(工程)'의 일환일지도? 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쩌다가 국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게 되었지만, 인류애라는 보편적인 정서의 발로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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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속셈과 음모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어디나 다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중국에 또 가게 된다면,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가기로 한다. 상점에서 제시하는 QR 코드를 내가 스캔하는 것보다 내 휴대폰에 표시된 QR 코드를 내어 놓는 것이 결제하기에 더욱 수월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가 중국에서도 잘 통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어느 나라, 문화든지 다양성이 존재한다. 겨우 상하이 한 번 가 보았다고 하여 어찌 감히 중국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Quora의 글 '상하이와 베이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가 중국 내 핵심 지역 두 곳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국 이해의 첫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두 달 공부하고 말았던 중국어를 다시 익히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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