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 일요일

SCO2 오실로스코프로 전원 어댑터의 품질을 측정해 보다

KORG X2 신시사이저의 잡음 문제를 토의하는 과정 중에 오디오퍼브에서는 전원의 품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링크). X2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회로의 전원을 공급하는 보드는 얼마 전에 전부 최신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교체용 보드를 중고로 구해서 교체한 것이 아니라 +5V(스위칭) 및 +/-12V(리니어)를 출력하는 범용 전원 공급용 보드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별도로 구해서 넣은 것이다. X2의 메인보드에 위치한 DAC 및 이로부터 나오는 출력을 직접 받는 op amp(IVC 역할)는 매우 깨끗한 DC 5V가 필요하므로, 보드 내에 78L05UA를 이용하여 12V를 5V로 만들어 공급하는 별도의 회로가 존재한다. 

KORG X2 메인보드(KLM-939)의 확대 사진.

정전압을 얻기 위하여 흔히 쓰는 레귤레이터는 내부 출력 임피던스가 인덕티브한 특성을 지니므로 출력 커패시터와 공진을 일으켜 특정 주파수에서 노이즈 피크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 레귤레이터 IC 및 그 주변의 소자가 열화되었다면 노이즈가 더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에 나열하였다.

오실로스코프를 구입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근처의 전원 품질을 측정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배송이 완료된 후 며칠 동안 텍트로닉스 TDS 210을 사용했던 기억을 되살려 기본적인 사용법을 익혔다. 

오늘은 갖고 있는 몇 개의 전원 어댑터 품질을 측정해 보기로 했다. 출력 파형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살피기 위함이다. 사실 오늘의 실험은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 마음대로 수행한 것이다. 다음에는 텔레다인 르크로이의 어플리케이션 노트 노이즈가 많은 전원 장치 출력 측정하기를 꼼꼼하게 읽어 보아야 되겠다. 

프로브는 1X로 맞춘 뒤 AC 커플링으로 측정을 시작하였다. AUTO 기능은 쓰지 않고 직접 X축(시간)과 Y축(전압) 간격을 조정하였다.

왼쪽부터 12V 3A, 9V 650mA, 12V 1A 출력의 어댑터. 내부는 어떤 회로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먼저 가장 왼쪽의 어댑터부터 측정해 보았다. X축은 1ms/div, Y축은 20mV/div로 하였다. 10X 프로브를 사용했다면 100mV/dev이 최소의 범위라서 작은 신호의 변화를 보기 어렵다. 그런대로 준수한 수준이다. 주파수는 약 1.14kHz.

Hold 버튼을 눌렀더니 파형이 두껍게 나타난다(화면 오른쪽 아래의 주황색 'STOP' 표시를 보라). Auto 버튼을 눌러도 정지된 모습으로 파형을 잘 잡지 못한다.

다음은 가운데의 것. 이것은 StudioLogic SL-990 키보드 컨트롤러에 연결해 쓰던 것이다. 톱니 모양의 리플에 더하여 전체가 출렁거린다. 출렁거림을 화면에 담기 위해 X축 단위를 더 긴 시간인 100mS/div로 늘려 보았다.


다음은 X축을 확대하여 5mS/div로 맞춘 후 측정한 것.

Hold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파형이 정지하지 않고 흐르는 상태에서 그대로 화면을 촬영하였다.

다음은 세 번째 어댑터에 대한 결과이다. 톱니와 같은 파형의 주기가 훨씬 짧고, 진폭도 좁다. 시간축 간격을 200uS/div로 확대하였다.


7800 시리즈보다 노이즈 억제력이 훨씬 좋다는 LDO(low-dropout regulator)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노이즈가 극히 적은 오디오 기기의 전원부에 널리 쓰인다는 LT3045 모듈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가장 전원 품질이 나빴던 두 번째 어댑터의 출력을 LT3045 모듈에 공급한 다음, 그 결과를 측정해 보았다. 2채널 오실로스코프라서 레귤레이터 투입 전후의 신호 상태를 비교해 볼 수 있어 좋다. 아래의 노란색 톱니 파형이 레귤레이터 투입 전, 위의 파란색의 평탄한 파형이 투입 후이다. LDO의 효과가 극명히 나타난다.


아직 KORG X2의 노이즈를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해 보지는 않았다. 수 kHz의 주파수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것이 hiss 노이즈의 특징이니, 단순히 오실로스코프 화면으로 나타내기는 어려우며 아마도 WaveSpectra에서 FFT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SCO2의 다음 버전 업데이트에서는 FFT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실제 X2 뒷뚜껑을 열고 메인보드 내에서 공급되는 78L05UA 유래 5V 전압을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해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원인, 즉 DAC나 여기에 연결된 op amp가 문제였을지도... SMD 부품을 어렵사리 구한다고 해도 나의 장비와 실력으로는 보드에서 이를 떼어낸 뒤 새 것을 붙이는 일이 가능할지 알 수가 없다.

어제 겪은 필름 커패시터의 폭발 사고를 생각해 본다면, 제조 후 30년 가까이 지난 전자제품을 계속 유지보수하여 쓰려는 노력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하러 이렇게 낡은 신시사이저를 고쳐 보려고 애쓰는 것일까? 차라리 12~15년 이내의 주기로 새 물건을 들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씩 배워 나가면서 DIYer는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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