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것인 PA(public address) 용도의 패시브 라우드스피커(2-way)로서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 있는 제품이라 해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우퍼 직경이 8인치를 넘는 스피커 시스템을 가져 본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은 호기심 충족을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게 되는 강력한 추진력의 밑바탕이 되는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류애와 같이 보편적이고도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 욕심 채우기, 자아 실현, 또는 그저 우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바에 따르면, 우연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아니, 생명체의 진화까지 포함하여!) 모든 면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호기심 충족 또한 개인의 삶에서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동기가 된다.
오랜 검색과 고민 끝에 FdB의 CX12(중고품) 1조를 들여놓게 되었다. RMS 250와트를 공급할 수 있는 중량 15.3kg의 이르는 묵직한 스피커이다. 물론 집 침실에서 사용하는 8인치 더블우퍼 채용 3웨이 AV 스피커인 인켈 SH-950(28 kg, 정격입력 80와트, 최대허용입력 120와트)에 비하면 훨씬 가볍고 작으며 이동성도 좋다. 원래 이런 부류의 PA 스피커라는 것이 한 곳에 가만히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옮겨 다녀야 하는 물건이라서 무겁게 만들면 곤란하다.
가운데 것은 같은 회사의 CX8 스피커. |
파워앰프(인터엠 R150Plus)의 bridged mono 모드를 해제하고 스테레오 출력으로 들어 보았다. 채널 당 50와트라는 앰프의 출력은 CX12의 250와트나 되는 power rating을 꽉 채우기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PA 스피커가 그렇듯이 sensitivity가 96 dB(1 W/1 m)나 되어서(연속 120 dB, 피크 126 dB) 적당한 크기의 공간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8인치 우퍼를 채용한 CX8의 sensitivity는 92 dB(연속 112 dB, 피크 118 dB)이다. 앰프의 출력은 스피커의 허용 입력보다 1.5~2배가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간혹 앰프의 출력이 현저히 낮으면 두 시스템 모두 무리가 간다는 글이 보이는데,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파워앰프와 스피커의 매칭에 관한 상세한 정보 및 계산 방법은 홈레코딩 위키의 앰프 매칭을 참고하자.
연주자가 아니라 감상자 입장이라면 역시 음악은 스테레오로 들어야 한다! 아주 작은 규모의 공연에서는 스피커 하나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지만, 앞으로 음악 감상 용도로 쓰게 될 것도 감안하여 같은 종류의 스피커를 한 쌍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출력 핸들링 스피커를 울릴 공간을 내 집에서 마련할 날이 과연 올지는 모르겠지만.
스피커 스탠드가 부족하여 당장은 지하실 책상 위에 올려 둔 상태라서 아무래도 음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은 '진동을 잡아주지 못하는 책상 위에 스피커를 올려 놓았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라는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만간 튼튼한 스탠드를 하나 더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스피커는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곧 거짓말로 판명될 것이 뻔하다. 지키지 못할 결심을 함부로 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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