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설은 꽤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알기 어렵지만, 비슷한 생활환경을 공유하면서 먹는 것, 입는 것, 취향 등등이 어느 한 점으로 수렴하는 수렴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우리 부부도 이러한 말을 꽤 많이 드는 편이다. 물론 얼룩말의 줄무늬에서 보듯이 극명하게 다른 두 색깔이 한데 만나서 최고의 조화와 기능을 만들어내는 사례도 있다. 사실 얼룩말 줄무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금 서울공예박물관(SeMoCA)에서는 한국-오스트리아 현대장신구 교류전인 '장식 너머 발언'이라는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다.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품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대 장신구의 도발적이고도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시공간 내에서는 관람객의 전신 사진을 찍어서 전시물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신구를 선정, 포스터를 만들어 주는 체험 행사도 벌어지고 있었다. 먼저 아내가 두 번을 촬영해 보았는데 전부 유사한 분위기의 장신구를 제안해 주었다. 스크린에서는 스캔 밎 작업 중인 모습부터 최종 포스터까지를 만들어 보여 주었는데, 마지막에는 결과물 원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QR 코드까지 보여 주었다.
마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연상케 하는 장신구를 추천하였다. |
두 번째 시도의 결과물도 유사하다. |
호기심이 당겨서 나도 촬영을 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내가 첫 번째 촬영을 했을 때 제시한 것과 같은 장신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알고리즘이 촬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신구를 제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구가 닮는다는 명제가 참임을 어느 정도는 증명하는 결과라고 하겠다.
큰 키의 마른 체형을 가진 외국인 여성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나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정육면체 모양의 장신구가 제시되었고, 관람객과 그 동행자는 무슨 박스가 나왔다면서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장신구 - 의복/신발 - 타투 - 화장. 기능과 더불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여러 가지의 방식이 존재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평소에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때로는 메시지 자체,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일상적이지 않아서 차별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타투를 한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별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않지만, 쉽게 원래대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말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신발을 갈아 신거나 화장을 지우듯이 쉽게 원상복구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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