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산 BEXCO에서 열렸던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정기 학술대회 및 국제 심포지엄이 이번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2021년 여름은 2019년 4월부터 2년 동안의 기업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고, 2022년 8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다시 1년 반 동안 정부 조직(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에 파견 근무를 나가느라 사실 최근 사오 년 정도는 학회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차피 나는 사람 사귀는 데에는 별로 소질이 없어서 학회를 인적 교류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잘 활용하지는 못한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분야가 최근에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 하지만 바로 이틀째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의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심포지엄에서 유전체 등 오믹스 데이터 생산·분석 정책지정과제에 대한 발표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부산역 앞에 숙소를 잡은 뒤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는 하루만 참석하고 둘째 날 아침 서울로 이동하기로 했다. 비싼 학회 등록비를 내고도 충분한 시간을 머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어제(2024년 6월 19일) 낮 부산에 도착한 직후. |
BEXCO를 편하게 가려면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벡스코역'이 아니라 '센텀시티역'에서 내려야 한다. 혼란을 주는 역명 때문에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
전에 갔었던 벡스코 앞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건 내가 벡스코역에 내렸기 때문. 3년 전에 똑같은 곳을 찾아서 며칠을 보냈던 기억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엉뚱한 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한 정거장을 걸어야 했다. |
평의원회가 열렸던 광안리 어느 횟집의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 족히 90 dB SPL이 넘는 수준으로 왁자지껄한 평의원회에서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힘들어서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자리를 떴다. |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은 부산이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광안리 해변가에서 열렸던 평의원회에 잠시 참석하여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각에 부산역 앞으로 돌아오니 제법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의 좋은 점이 아닐런지?
숙소의 수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부산역에서 가깝고 쌀 것'이라는 조건을 겨우 만족하는, 이름만 호텔인 숙박업소의 수준이 오죽하겠는가? 오후에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의 발표 준비를 좀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실은 별로 좋지 못한 숙소의 환경이 주는 불편함 때문에 잠이 일찍 깬 것이 맞다. 간단히 차려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1층에 내려가 보니 수많은 파리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환영 비행을 하고 있었다. 오, 과연 여기가 2024년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맞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 부산역 바로 옆에 붙은 토요코인에서 묵을 것을.
서울로 향하는 KTX에서는 또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 놓고 발표자료를 검토하면서 입 속으로 연습을 하고 온라인 결재를 했다. 어제도 학회장에 머무는 동안 부처에서 오는 전화를 받느라 집중을 하기 힘들었다. 이래서 여름 휴가라도 제대로 갈 수는 있을지? 앞으로 3년 동안은 개인 생활이나 '고요함'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가?
그 3년이라는 기간이 '곱하기 2'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주어진 일은 기대 수준에 맞게 해야 될 것이다. 어서 짐을 챙겨서 부산역으로 나가야 되겠다. 오랜만에 찾은 학회에서 마음 속에 쉼표를 좀 찍어보려 했으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숙소 탈출! 이 골목을 따라서 죽 가면 바로 오른편이 부산역, 왼편은 역 광장이다. 사진을 촬영한 곳은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1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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