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드라마의 시즌 1을 매우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나타냄은 물론 마케팅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시때때로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서 간단한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파리 시내에서 친구와 함께 노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숨을 쉬고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본능적이고도 즉각적인 행동이다. 10회까지를 다 본 뒤에 느낀 것은 젊은 남녀가 만나자마자 쉽게 사랑에 빠지는 일이 프랑스에서는 어쩌면 이렇게 흔한지 상당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을 섞는 일이다!과연 저렇게까지 자신을 온라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까?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연출되고 만들어진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일상 생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어제 본 영화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번역된 제목은 원제와 너무나 다르다 - 넷플릭스 링크)에서 풍겨지는 2차대전 직후의 미국-영국 사회 모습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의 가난한 작가 헬레인 헨프(안 반크로프트)와 영국의 고서적 전문점 매니저 프랭크 도엘(안소니 홉킨스)은 대서양을 오가는 편지를 통해 우정을 쌓는다.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영문학 책을 주문하기 위해 잡지 광고를 보고 런던의 고서점 Marks & Co에 편지를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84 Charing Cross Road은 이 서점이 위치한 주소다. 그들은 살아 생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작가는 런던을 가고 싶어 했으나 생활에 치여서 번번이 미루어진다),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 전후 영국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알고 작가는 식료품을 사서 보내주고, 서점 직원들은 그것에 감동하여 서로 개인적인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간다. 작가가 런던을 비로소 방문한 것은 프랭크가 급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서점도 문을 닫은 다음이었다. 프랭크의 아내 노라(주디 덴치 - 007 시리즈에서 오랫동안 M을 연기한)는 프랭크 사후 헬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편지를 너무나 즐거이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서 질투를 느꼈었다고 실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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