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주문했더니 판매처 측에서는 동양인에게는 지나치게 밝아서 어울리지 않는, 호불호가 분명한 제품이라며 임의로 좀 더 짙은 색깔의 것으로 바꾸어서 물건을 보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넣은 쪽지에 적힌 문구가 인종차별 논란을 낳았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에스티로더는 고객에게 공식 사과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경향신문] 에스티로더 "동양인에 안 어울린다" 화장품 색상 임의배송했다 '공식 사과'
직접 매장에서 물건을 보면서 구입을 결정했다면 큰 문제가 없이 지나갔을 일이다. 판매처에서는 나름대로 경험에 의거하여 결정을 내린 것인데 그 과정이 너무 일방적이었고,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있어서 논란이 되었던 것 같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분명히 판매처의 행동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하여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혹시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한국인의 피부도 백인만큼 충분히 흰 사람이 있다. 그런데 왜 피부색이 어두운 '인종' 취급을 하는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피부색을 가지고서 백인의 위치를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그 기준에서 우리 한국인은 바람직한 위치에 충분히 가까우니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피부 색깔이 어두운 사람)으로 감히 취급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고 느껴진다. 그 경고는 또다른 차별을 부른다.
제품을 임의로 바꾸어 보내는 이유를 설명하는 쪽지를 아예 준비해 놓은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처음에 선택하여 구입했다가 잘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반품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매장에서는 이런 일을 하도 많이 경험하여 반품 혹은 교환을 처리하느라 시달린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나름대로 능률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을 고안했을 것이다.
제품을 임의로 바꾸어서 보내기 전에 전화 통화라도 시도해서 설명을 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바빠서 일일이 고객에게 전화를 할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면서 한국이라면 충분히 성희롱(심각하게는 성추행 혹은 그 이상?)으로 여겨질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것을 보고 잠시 가치관에 혼란이 일었다. 드라마라서 과장된 상황을 만든 것인지, 혹은 사랑이 넘치는 나라 프랑스에서는 충분히 용인되는 것인지? 정치적으로 올바름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을 비꼬는 듯한 프랑스 사람들의 태도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불편을 이야기하는 것과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이를 사회운동화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공론화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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