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 수요일

43 싱글 앰프의 잡음 정복기

앰프를 제작할 당시에 좀 더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잡음이 나고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았더라면, 부품 배치를 더욱 신중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잡음을 유발하는 부품을 본체에서 떼어내려니 미관상 별로 좋지가 않다.

주변에 늘 소음이 있는 환경이라면,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대고 있어도 앰프가 발생하는 잡음을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잡음 문제를 발견하게 된 것은 출력 단자에 헤드폰을 연결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헤드폰은 고임피던스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앰프 자체의 출력이 워낙 낮아서 100옴 정도의 저항을 삽입하여 감쇠시키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잡음 유발의 일등공신은 43 오극관의 히터 점화용 24V SMPS였다! 본체나 입출력 양쪽 케이블 전부가 초단관(6N2P) 근처에 가면 엄청난 잡음이 유도되었다. 

  • 교류 220V 입력 케이블과 직류 24V 출력 케이블이 유발하는 소음은 현저히 달랐다.
  • 출력 트랜스에는 커버가 씌워져 있어서인지 여기에는 SMPS를 가까이 가져가도 잡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 SMPS라면 가청 영역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의 잡음을 주로 유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SMPS의 제조 품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앰프에는 전원 전압을 낮추기 위한 30VA급의 단권 변압기가 하나 더 들어가 있다. 사실 저출력의 43 오극관 앰프를 만들게 된 것은 잘못 주문한 전원 트랜스를 소진하기 위함과, 항아리 모양(ST)의 고전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 전원 트랜스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6N1+6P1 싱글 앰프 보드를 구동하기 위해 제작하였다. 그런데 히터용 권선의 전류 용량을 필요량에 부족하게 잘못 주문하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앰프를 연결하면 트랜스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하였다. 

여담이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앰프(보드)는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6N1+6P1 싱글 앰프 보드는 여전히 1만 몇천 원의 가격에 팔리고 있고, 요즘은 출력이 한층 더 높은 푸시풀 앰프 보드까지 나온 실정이다.



진공관의 히터를 다른 전원으로부터 연결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출력 앰프(6N1+6P1 싱글 앰프도 출력은 낮은데...)를 만드는데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값이 아주 싼 고전관인 43 오극관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진공관은 플레이트 전압이 매우 낮아서 120V 정도를 공급해야 된다. 그러나 문제의 전원트랜스의 2차에 강압용 트랜스를 하나 더 연결하는 우스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이 두번째의 트랜스도 단권트랜스라는 것을 모르고 구입했었다. 그러니 크기도 작고 효율도 높지 않았겠는가.

강압용 단권 트랜스와 SMPS를 전부 본체 외부로 빼냈다. 배선을 어떻게 완결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앰프 본체와 AC 파워 케이블로 깔끔하게 끝나는 단순한 구성을 원했는데 구식 청소기처럼 무거운 부품을 파워 케이블 중간에 끌고 다녀야 한다. 

이전에는 전원 트랜스의 2차에 단권 트랜스를 넣어서 강압을 했었다. 따라서 초단관 히터를 위한 6.3V 출력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원 트랜스의 입력측에서 강압을 시키게 되니 히터 전압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만다. 24V SMPS의 출력에 스텝다운 모듈을 넣어서 6.3~6.4V를 만든 뒤 이를 6N2P에 연결하였다. 6N2P의 9번 핀을 그라운드에 연결한 것도 잡음 제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이 뭔 고생이람!

진공관 앰프의 스피커 출력단자에 헤드폰을 연결하려면

헤드폰 단자가 없는 파워 앰프의 스피커 출력용 단자에 헤드폰을 그대로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 앰프의 큰 출력에 의해 헤드폰이 망가지거나 고막/청신경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실험을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다음의 웹사이트를 읽어보라.

[DIY-Audio-Heaven] Power amp adapter



저항은 직렬과 병렬을 병용한, 일종의 T-자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을 해야 한다. R1과 R2 값은 본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반도체 앰프라면 이렇게 하여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이 되지만, 진공관 앰프라면 출력트랜스를 통한 임피던스 매칭이라는 문제가 있다. 8옴 스피커를 꽂게 제작된 앰프의 출력트랜스 2차에 약 35옴의 지극히 일반적인 저임피던스 헤드폰을 꽂는다고 가정하자. 임피던스는 약 4배 이상 높아진다. 출력관의 입장에서는 울리기 더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물론 헤드폰은 귀에 밀착하여 듣는 기기이니 우리는 늘 소리가 크다고 느끼겠지만 말이다.

Tubelab 사이트에서 이 문제를 논하고 있다.

A low impedance set of headphones (8 to 32 ohms) can usually be driven by a conventional output transformer made for driving a speaker. Often the sound can be improved in this case by putting a resistor in parallel with the headphones to optimize the load presented to the tube. I put a 500 ohm dual pot in parallel with the headphones and adjusted for optimum sound.

고임피던스 헤드폰을 동작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반 헤드폰이라면 수백 옴 정도의 저항을 병렬로 연결하면 된다고 한다. 글쓴이는 500옴 2련 가변저항을 병렬로 삽입하여 최적의 소리가 나는 위치를 조정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출력을 줄여야한다는 생각에 저항을 직렬로 삽입했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바람직한 구성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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