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4일 목요일

트랜스포머용 권선기(winder)를 만들어 보자!

2018년 초여름의 DIY 프로젝트는 진공관 앰프용 출력 트랜스포머를 만들기 위한 권선기를 만드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완제품(진공관 앰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품(트랜스포머)을 만들기 위한 기구(권선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 문장에 '만들다'라는 낱말이 세 번 쓰였다. 아주 간단한 기성품 와인더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생겼다. 공장에서는 모터로 구동하는 권선기를 쓸 것이 당연하므로 DIYer를 위한 수동 권선기는 그 수요도 매우 적고 국산품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아래 사진의 것은 물건 자체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부피에 비해 무거워서 배송료가 많이 나간다.



물레를 연상시키는 권선기도 있다. 다음은 반갑게도 국산이지만 일 년에 트랜스 한 조를 감을 정도의 DIYer가 집에 두고 쓰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출처 http://www.winder.co.kr/products/kor/p12DWH-10.asp (대아권선기술)

권선기는 비교적 간단한 기구이다. 동력과 전달장치, 보빈을 물릴 축, 그리고 몇 번이나 감았는지를 세는 계수장치를 튼튼한 바닥판 위에 고정하면 된다. 외국쪽 사이트를 뒤지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동력쪽은 크랭크를 손으로 돌리거나 수동 혹은 전동 드릴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카운터는 출입문 열림 경보장치에 쓰이는 리드 스위치에 만보계나 전자계산기를 '해킹'하여 쓰거나, 자기장을 감지하는 홀 센서에 전자식 카운터를 연결하기도 한다. 직접 만든 로터리 엔코더를 쓰는 사례도 보았다. 기계식 카운터는 구동축 회전에 따라서 표시창이 숫자가 증가하는 것도 있고, 라쳇 카운터라고 해서 레버를 누르는 동작에 따라서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있다. 후자는 프레스 공장 등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이런 기계식 카운터는 작동 속도가 높지 않아서 초당 3회를 넘으면 정확히 카운트하기가 어렵다. 리드 스위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카운터가 없는 매우 간단한 권선기를 보자. 이것은 사실 트랜스포머 혹은 코일용 권선기가 아니다. 쥬얼리를 만드는 사람이 얇은 금속선을 말아서 세공할 때 쓰는 것 같다. 자작 사례는 여기에 잘 나와 있다.

출처 https://www.pinterest.co.uk/pin/331296116321023513/

나는 속도가 조절되는 Skill 전동 드릴을 동력장치로 쓸 예정이다. 대형 모니터의 벽면 고정용 부속이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이를 드릴의 손잡이에 고정하면 드릴 자체를 확고히 고정하는데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닥판을 만들려면 약간의 목공을 해야 할 것이다. 톱질이 정말 두렵다! 아무리 그어 놓은 선을 따라서 자르고 싶어도 원하는대로 되지를 않으니 말이다. 전동 드릴을 이용하여 수직으로 구멍을 뚫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직소가 있으면 좀 더 편할까? 사용 빈도도 높지 않고 소음과 분진(청소기를 연결하여 톱밥을 빨아내는 모델도 있다지만)이 심한 장비라서 아파트에서 이를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제부터 AliExpress에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기 시작하였다. 보빈을 물어서 돌리는 회전축으로는 전산볼트라는 것을 쓸 것이다. 이는 'computational' 볼트가 아니라 머리 부분이 없이 전체에 나사산이 있는 볼트를 말한다. 천장에 덕트를 고정하기 위해 매다는 바로 그 볼트이다. 표준 길이는 1 미터라서 절단 및 나사산 마감 가공을 의뢰해야 한다.

출처 http://daebong19.co.kr/sub/sub02_01.asp?category=1501000000 (주) 대봉

길이는 150~200 mm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 한쪽 끝은 드릴척에 고정하면 된다. 반대쪽 끝은 그냥 허공에 띄우거나 로드엔드 베어링을 연결하여 지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내 전동드릴은 스위치를 누르는 깊이로 회전수의 조정이 가능하다. 매우 낮은 속도에서도 감을 수 있도록 미세 조절 장치를 고안하는 것이 마지막 숙제이다. 보빈에 에나멜선을 차분히 감기에 적당한 속도를 전동 드릴로 얻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크랭크 기구를 만들어 천천히 감으려고 한다. 1차 코일만 해도 트랜스 두 개를 만드려면 4천번 정도는 감아야 한다! 에나멜선은 승리상사라는 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동력을 전달하고 측정하기 위하여 어떤 부품을 고르고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이렇게 고심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내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라면 너무나 쉽게 해결을 하였을 것이다. 납땜만 하던 것에 비하여 적성에 조금 더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품을 조사하다가 3D 프린터를 자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저렴한 직선 이송 기구로서 볼스크류가 아니라 전산볼트를 쓴다는 것도 알았다. 아두이노를 이용한 3D 프린터 자작을 한다면 무엇인가를 깎아서 만들고, 구동 장치를 꾸미고, 배선을 하고, 납땜을 하고, 나아가서는 프로그래밍까지 하는 모든 재미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너무 거창한 일이라면 권선기에 전동드릴이 아니라 속도제어장치가 구비된 DC 모터를 다는 정도의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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