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content moderator')은 겨우 삼사일 정도의 교육을 받고 실무에 투입된다. 음란물, 폭력물, 잔혹물 등을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재빨리 판단하여 1-2초 안에 삭제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풍자적인 예술가의 작품(예를 들어 성기를 노출한 트럼프의 누드 그림 - 물론 그 성기의 크기는 매우 작다!)이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의 실상을 전하는 정보, 그리고 다소 충격적이라서 일간지에는 직접 싣기 어렵지만 중요한 사건을 전달하는 사진들이 삭제된다. 하루종일 이런 정보를 보면서 일을 하는 검열자들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한 몇 명은 일을 그만 둔 상태에서 촬영에 임하였다. 자살과 관련한 동영상을 너무 많이 접한 검열자는 어느날 아침 출근을 하지 않았다. 동료가 집에 찾아가 보니 이미 목을 맨 상태였다.
아동 포르노, 자살 동영상, ISIS의 참수 동영상, 폭탄 제조법, 테러와 관련된 정보 등은 없애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한 사례를 보자. 한 단체에서는 민간인 지역에 벌어진 공습의 피해를 지리 정보와 함께 올려서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검열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동영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삭제하게 된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이 영상을 업로드한 의도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터키는 최근 언론 통제를 강화하면서 Social Network Service 제공자에게 자국 정부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수록한 사이트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그 나라에서의 비즈니스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 요청을 수락하고 만다. 나중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이를 거부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니 구글에서는 그러한 요청사항이 있었고 거절하였음을 별도로 공지한다고 하였다.
인종 간 혐오를 부추기는 가짜 뉴스 사태(미얀마), 범죄자에 대한 비인권적·초법적인 대처로 논란에 있는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가짜 저널리즘을 통해 인기를 얻는 연예인(필리핀) 등 영화에서는 Social Media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그리고 이를 개발한 사람들은 단지 기술은 중립적인 것이라며 어떻게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영화에 삽입된 마크 저커버그의 강연 모습을 보자. 서로를 하나씩, 하나씩 연결하여 세상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그들은 기술을 제공했을 뿐이고, 결국 모든 책임은 정보를 업로드한 개인이 지라는 태도가 역력하다. 검열 작업을 필리핀에 아웃소싱한 것은 그 책임을 지고 있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영화 상영을 마친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나도 질문을 던졌다. |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드루킹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이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그리고 왜 키보드 위에서는 그렇게 무례해지는 것일까? 왜 어떤 사람이나 생각을 자기만의 범주에 가두어서 혐오를 부추기는 것일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무거운 영화였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끊임없이 캐고 물어보는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아닐까? 비록 해법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겠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로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추억할 사진 두 장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무거운 영화였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끊임없이 캐고 물어보는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아닐까? 비록 해법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겠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로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추억할 사진 두 장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