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독서 기록 - 별맛일기,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과식의 심리학,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 별맛일기: 심흥아 만화
  •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박생강
  • 과식의 심리학: 키마 카길 지음 강경아 옮김
  •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 김·함돈균 대담집

감성이 너무 메마르는 느낌이 들 때에는 소설을 읽는다. 나는 여간해서는 문학 서적을 읽지 않는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꼼꼼하게 보아야 하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인내심을 키운다. <별맛일기>는 연필로 공들여 그린 장편 만화로서 요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일기의 형식으로 자기의 주변 이야기를 요리와 관련하여 그린 것이다. 미혼모, 동성애, 다문화 가정 등 무거운 주제를 담백하게 담았다. <우리 사우나는...>은 박생강(본명 박진규)가 실제로 회원제 피트니스 클럽의 사우나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접했던 자칭 상위 1%의 부조리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나머지 두 책은 본문 요약 위주로 좀 더 상세하게 독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과식의 심리학_현대인은 왜 과식과 씨름하는가


과식(혹은 폭식장애)은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소비주의, 즉 상품 소비의 끊임없는 증가를 건강한 경제의 토대로 옹호하는 원칙, 또는 소비자 상품을 사들이는 것을 지나치가 강조하거나 그런 일에 몰두하는 것에도 큰 책임이 있다. 과거에는 사치품으로 여기던 것을 이제 필수품으로 여기게 되면서 무엇이 자연적인 욕구인지, 혹은 만들어진 욕구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상품을 소비해도 상상적 욕망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언박싱(unboxing) 영상 - 새로 구입한 물품의 포장을 뜯으면서 내용물을 보여주는 영상 - 은 이러한 상상적 쾌락주의의 퇴행적 판타지를 보여준다. 소비주의의 여러 개념들을 살펴보자.
  1. 도덕 원칙으로서 소비주의: 선진국에서 소비자의 상품 선택과 구매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그리고 힘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2.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국민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성향의 보모국가와 반대로 현대 국가는 초국적 기업을 비호하며, 현대 국가에 팽배한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소비자가 화려하고 멋진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자유를 찬양한다.
  3. 경제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공산주의의 엄격한 금욕주의와 반대로 소비주의가 자유무역의 동인으로 찬양되며 새로운 소비자를 키우는 일이 경제 발전의 열쇠로 여겨진다.
  4.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는 계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기 때문에 물질적 상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지위와 위신에 영향을 미친다.
  5. 사회 운동으로서의 소비주의: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종종 규제를 통해 가치와 품질을 보호하는 운동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에 퍼지는 질병을 개인의 병으로 좁혀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즉 그들만의 잘못으로서  알아서 책임져야 할 일) 잘못된 문화에서 비롯된 최종 결과물로 보아야 한다. 철학자 수전 보르도는 이렇게 썼다고 한다.
나는 한 문화 안에서 발달한 정신병리를 변칙이나 일탈과는 거리가 먼, 그 문화의 전형적 표현으로, 사실상 그 문화에서 잘못된 많은 것의 결정화로 본다. 따라서 문화 관련 증후군을 문화의 자가진단과 성찰의 열쇠로 삼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소비의 깔때기'는 소비주의가 어떻게 개인을 압박하는지를 다음의 순서로 표현하였다.

  1. 상품 소비의 끊임없는 증가를 건강한 경제의 토대로 옹호하는 원칙
  2. 소비자 상품 구매의 지나친 강조나 몰두
  3. 상품이나 서비스, 물질, 에너지 구매와 사용
  4. 소모적 지출(시간, 돈, 등)
  5. 고갈(특히 상품이나 자원) 또는 소모
  6.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와 사용(즉 소비자 되기)
  7. 먹거나 마시기, 소화시키기
  8. 지나친 소비(또는 먹기)로 자신을 파멸하기
비만을 고치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은 섭취하는 열량이 남아돌지 않도록 이를 소비하는 것이다. 적게 먹든지, 많이 운동하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나친 음식 소비에 의해 생긴 문제를 다른 소비(다이어트 산업의 소비자로서)로 해결하는 것에 더욱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음식을 잠재적인 중독성 물질로 연구하는 학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마약 중독에서 흔히 나타나듯이 무엇인가를 얻기를 갈망하지만 막상 욕망하는 물질을 얻고 난 뒤에는 기대했던 그만큼 그것을 좋아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즉 우리가 기대했던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달리 말해서 '욕망은 만족을 욕망하지 않고 반대로 욕망은 욕망을 욕망한다'.

정신 질환의 경계가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약물을 처방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는 많은 제약 산업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정신의학회가 발간하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tal Disorders 한국어판)의 많은 진단이 그러하다. 흔히 드는 사례로 주의력결핍및과잉행동장애(ADHD), 사회불안장애, 우울증이 있다. 진정한 폭식장애와 가끔 게걸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사실 폭식과 과식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가벼운 폭식은 이른바 lifestyle drug로 치료하기에 가장 최적의 조건이다. 이러한 약은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DSM이 정신질환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병의 '보급'과 상업화에 기여한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많이 들었다.

폭식장애는 과소비라는 문화적인 병인에 의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개인과 뇌를 집단에서 개인화·분리시켜서 이를 진단과 치료의 단위로 만들고 말았다. 과체중·폭식의 치료를 위해 거대 제약 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더 많아진다. 과식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이른바 하향 해결책은 기업에 새로운 이윤을 만들어 줄뿐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의 성장(팽창)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지갑을 열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사들이고 먹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초고속 진입을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양적인 팽창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경제 파라다임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주의 문화에 의해 생겨난 폭식장애는 줄어들 것이다.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사회참여를 늘 고민하고 행동하는 문학평론가 함돈균이 스탠포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인 폴 김과 만나서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폴 김은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도 출연하여 강연을 한 적이 있다(뉴스). 한국에서 초중고 12년을 겪으면서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교육을 경험했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전파하고 있다. 

"좋은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들고 최신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전세계인들, 특히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두려움'을 그 원동력으로 삼는다. 동료와의 협력이나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다(리더십은 오로지 대학입시용 자기소개서에 쓰기 위한 입증되지 않은 공허한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세계 시민으로서의 참여의식과 책임감을 배양할 기회는 전혀 없고, 오직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개별적인 생존을 위한 점수따기용 수동적·주입식 교육에 몰두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율적 능력의 구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모난 돌' 취급하며 경원시하는 사회, 질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혁신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대학은 지적 엘리트 집단 전체의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짐은 물론이고 학문-교육과 삶을 잘 연계하지도 못하며, 그저 제도를 잘 이용하여 어떤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타성에 젖어있다.
  • 한국 대학: 이 과목 들으면 삼성(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나요?
  • 미국 대학: 제가 삼성같은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될까요?
그러나 그 어떤 묘수를 개발한다 하여도 현지 사정에 맞는 이른바 맥락화(contextualization)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당장 하루 한 끼를 먹는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글을 읽는 것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책을 보내거나, 당장 불쌍하다고 돈을 주거나 한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exposure, engage, experiment, empowerment 즉 4E를 통해서 구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사회 디자인을 위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몇 명에 하나씩 나누어 주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되었는가를 알아본 실험에서는 세 명당 기기 하나인 그룹에서 문제 해결 속도가 가장 빨랐으며 그 다음은 일곱 명당 하나,그 다음은 한 명당 하나였다고 한다. 이는 브레인스토밍 등에서 가장 적합한 그룹의 크기를 결정할 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대학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가? 미래의 대학은 세계적인 영향력(global impact)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영향력이란 사회적 파급력, 사회적 효율성, 사회 발달에 대한 기여도 같은 것이다. 단지 SCI 논문을 일정 수준 발표하고, 영어 강의를 제공하고, 외국인 학생이 많다고 해서 세계적 영향을 갖추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여기서 폴 김의 말을 인용해 보자.
항상 우리는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깨진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자, 코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완전한 원형의 예쁜 거울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남을 베이게 할 수 있는 깨진 거울일 뿐이지만, 이런 거울도 빛을 반사시키는 귀한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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