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8일 토요일

2년째로 접어드는 자작 스피커의 튜닝 - 내부 흡음재 바꾸기

나무로 적당히 상자를 짜서 스피커 유닛을 고정하고 단자를 연결했다고해서 스피커의 제작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풀레인지 성향의 단일 유닛을 사용했기에 네트워크 튜닝이라는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흡음재 튜닝이라는 고비가 남아 있다.

중음이 다소 과장되고, 마치 동굴 속에서 울려나오는듯한 소리를 흡음재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동안 다양한 재료를 흡음재로 사용해 보았다. 합성 솜, 헌 옷, 낡은 라텍스 베겟속... 심지어는 인클로저의 내부 용적이 너무 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피를 줄여보고자 나무토막을 넣기도 했다.

이론에 바탕한 체계적인 접근은 하나도 없었다. 흡음재를 넣는다는 것은 스피커 인클로저의 실효 용적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용적을 줄이자고 나무토막을 넣고 흡음재를 같이 넣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니 인클로저 내벽에 붙이는 흡음재와 내부에 뭉텅이 솜을 넣는 방식의 흡음재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정보가 있었다. 용적이 작은 인클로저는 내벽에 붙이는 흡음재를 생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연 나의 어설픈 풀레인지 스피커통에 어울리는 흡음재 재료와 설치 방식은 무엇일까?

일단은 인클로저 내벽에 일정한 두께의 흡음재를 붙여보기로 하였다. 선택한 재료는 두께 10 mm의 마블 스폰지이다. 이름이 좋아서 마블 스폰지이지 자투리 스폰지를 잘라서 압축하여 붙인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강도가 좋아서 주로 업소 등에 들어가는 소파의 쿠션으로 쓰인다. 아마도 이것을 가지고 스피커 인클로저의 흡음재로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일 재료로 마들어진 판재 모양의 스폰지와 계란판 형태의 스폰지 등 여러가지 형태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것을 택한 것이다.


가위로 재단하여 인클로저 내벽에 고루 붙였다. 접착제로는 목공용 본드에 약간 물을 타서 묽게 만든 것을 사용하였다. 배플면 쪽에는 붙이지 않았다. 


하룻밤 동안 두어서 본드를 말린 뒤 단자를 연결하였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뒷뚜껑을 닫기 전에 마블 스폰지를 70~80 cm 정도 잘라서 스피커 주변을 감싸듯이 큰 원형으로 둘둘 말아서 넣었다.

자, 그럼 소리는? 약간 좋아진 느낌이 들지만 이것이 흡음재 튜닝 때문인지 혹은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제 이 자작 스피커 시스템에 대해서 더 이상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귀가 약간 더 고급이 되어 이 스피커가 불만스럽다면, 이제는 기성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나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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