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매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일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나 검사 종류의 폭이 예전보다는 넓어졌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대장 내시경을 피해갈 수 없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으로 이를 선택 검진 항목에 넣었다. 위 내시경을 동시에 받아야 해서 별 주저함 없이 수면 검사를 택했다.
가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해서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밤새 세장제(쿨프렙산)과 씨름을 하면서 맹물이 이렇게 맛있는 음료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포카리스웨트에 미원과 설탕을 탄 것과 비슷한 맛이었다. 약을 먹기 시작한지 한시간쯤이 지나면서 드디어 화장실을 들락날락... 물을 추가적으로 많이 마신 것이 장을 깨끗이 비우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검사 당일. 안그래도 크지 않은 키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어든다. 시력도 약간 나빠졌다. 그러나 체중이나 비만도는 다 정상 범위이다. 항상 체지방을 조금 줄이고 근육량을 키우라는 말을 듣는데 그게 어디 쉬운 노릇인가.
이윽고 위+대장 내시경 검사 시간. 뒤가 휑하니 뚫리고 덮개가 달린 민망한 바지로 갈아입고 늘 위 내시경을 하던 그 방에 들어가 누웠다. 팔뚝 정맥에 미리 꽂은 주사바늘을 통해 약물이 들어감과 동시에 의식이 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회복실이다. 배에 주입한 공기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 한참을 더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오니 거의 1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위 내시경을 받던 초창기 시절, 겁이 나서 수면 내시경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침대에 실려서 회복실로 나오면서 의식이 돌아오곤 했었다.
검사를 마무리하면서 내시경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장 청소도 아주 잘 되었고 용종도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라서 7년 뒤에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하였다. 용종이 생기는 것은 유전적인 것이니 부모님께 감사하라는 설명과 함께. 고등학생 시절 장염을 심하게 앓은 뒤 남들보다는 화장실 신세를 자주 가는 편인데 - 아마 과민성 대장 증세가 후유증으로 남았으리라 - 어쩌면 장에 변이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건강을 해치는 대사물이 생성될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내려본다. 말하자면 식당으로 치자면 회전률이 높은 셈이겠다.
커피를 '거의' 끊은지 약 3개월이 지났다. 속이 편해지면서 위장 점막 상태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위 조직 검사도 하지 않았음을 정말 다행으로 여긴다.
검사를 받은 오후 내내 장이 불편해서 힘들었다. 같이 건강검진을 받을 겸 보호자로 따라온 아내와 함께 근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가 아랫배가 너무 불편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쉰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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