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영화 이야기 - Woman in Gold


얼마 전 개봉했던 화제의 영화 <우먼 인 골드>를 이제서야 집에서 보았다.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이렇게 진한 여운을 남긴 영화를 보고서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숙모의 추억이 담긴 그림을 나치에 빼앗기고,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거쳐 이제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걸린 클림트의 명화를 다시 되찾아오기까지 8년에 걸친 법정 투쟁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는 모나리자와 같은 국보급 작품이었으나 정부도 결국은 법원의 판결에 굴복하고 만다. 사유재산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서양인이라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여주인공 헬렌 미렌이 왜 이렇게 낯이 익은가 했더니 영화 의 할머니(죄송!) 여전사였다.

처음에는 컴퓨터의 HDMI 출력(구글 플레이 무비)을 TV에 연결하여 실시간 재생을 했더니 인터넷이 느린지 규칙적으로 화면이 멈추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다운로드를 하여 볼 수는 없는지 확인해 보니 모바일 기기에서만 다운로드가 된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아이패드로 다운로드를 한 다음 HDMI 케이블을 연결하니... 이런, 넓은 TV 화면 중간에 겨우 1/3 정도로 나오는 것이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미술품 환수를 추진한 것은 사실 과거 청산이라는 정치적 제스쳐였지만, 열정을 끝까지 불사른 그림의 실질적 주인과 변호사에 의해서 최종적으로는 그림을 넘겨주게 된다. 이 영화를 보기 직전, <무한도전>에서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군함도를 다녀온 것을 보았다. 강제로 조선인을 끌고 가서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기적적으로 생존한 징용자에게 일제는 급여도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인 희생자를 기리는 공양탑을 세웠지만, 도저히 찾아갈 수도 없는 숲속 폐허에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먼 인 골드>에서 이들의 재판을 현지에서 돕는 오스트리아 언론인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자기에게 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만 소년 시절에 아버지가 나치였다는 알고는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간의 가장 폭력적인 정치적 의사의 표출 방식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국민 개개인에게 고스란히 미친다.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은 그 자체는 전쟁의 형식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전쟁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혔다. 일본은 패전하였으나 1965년 맺어진 한일 협정에 의해 모든 배상을 다 했다고 믿는다. 우리의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인데!

절차야 어찌되었든 이미 한 나라의 국보처럼 여겨지는 그림을 개인이 되찾아가는데 성공하면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비슷한 요구가 빗발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영화 속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도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판도라의 상자를 살짝 열고, 이 건만 해결하고 덮어버리자고. 그렇다고 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군함도에서 돌아온 징용자 중 이제 단 두 분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그분들께 용서를 구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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