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3일 월요일

Windows 10으로 업그레이드하기

Windows 7이 2009년 출시된 이후 10년 동안의 제품 지원 기간을 거쳐 드디어 내일이면 종료가 된다.

[관련 글] 2020년 1월 14일에 Windows 7 지원 종료

집에서 쓰는 컴퓨터와 업무용 노트북에서는 이미 Windows 10을 써 왔지만 사무실 PC에서는 업그레이드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었다. 제조사의 지원이 종료되는 마당에 더 이상 예전 버전의 운영체제를 고집할 수는 없어서 업데이트를 추진하였다. 전산실 관리자에게 부탁하여 설치파일 경로를 입수하여 다운로드를 하고, WinCDEmu를 통하여 가상 드라이브를 만든 다음 setup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문서 파일은 전부 네트워크 드라이브에 있고, 사용자 영역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였기에 설치 후 손을 볼 곳이 없었다.

업그레이드를 차일피일 미뤘던 것은 복잡한 보안 프로그램, VPN 프로그램 들이 꼬여서 설치 후 컴퓨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때문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원 소속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반출을 해서 가져온 것이라서 오피스나 윈도우는 전부 그쪽의 라이센스 관리를 받고(인증을 받으려면 VPN으로 연결해야 함), 지금 일하는 파견 기관에서는 또 이쪽 사정에 따라서 DRM 소프트웨를 설치한 상태이다.

그런데 의외로 업그레이드 과정은 순탄하였다. 이전 상태의 환경이 그대로 보존이 되었던 것이다. 미련하게도 괜한 걱정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를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 온 셈이다.

아직 혼동스러운 것은 윈도우 계정의 개념이다. 윈도우 10이 설치된 컴퓨터 여러대를 한꺼번에 통제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노트북에 설치되었던 오피스 365가 업무용 PC에서도 보이게 되면서 원래 깔렸던 오피스(2013 버전)와 약간의 불편함이 생긴 것 같다. 정 문제가 된다면 PC의 오피스를 일단 삭제한 다음 원 소속기관에서 오피스 설치파일을 받아서 깐 다음 인증과정을 다시 거치면 된다. 오피스 365 구독시 사용한 이메일과 윈도우 계정에서 사용한 이메일이 같아야 하던가? 현재로는 같지 않다. 공부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오피스 365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동안은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총 다섯 대의 기기에 설치할 수 있다거나, 원드라이브를 사용한다거나. 원드라이브를 쓰려면 윈도우 계정을 이용한다. 아이구 헷갈려라... 패스트푸드점의 자동주문기 앞에 선 시골뜨기 같은 기분이다.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리눅스에서 여러 개의 이미지 파일을 하나로 합치기

2020년에 접어든 이후 겨우 5일에 한번 정도의 글을 쓰고 있다. 매우 바쁘거나, 또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 되겠다. 업무와 집안일에 파묻혀서 이렇게 건조한 나날을 보내서는 안되겠다.

수십 개의 시퀀싱 라이브러리에 대한 QC 관련 이미지 파일을 하나로 병합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답은 바로 ImageMagick이 갖고 있었다. 파워포인트에서 이미지 파일들을 늘어놓고 간격을 맞춘 다음 이를 묶어서 export하는 대단히 미련하고도 끔찍한 방법은 이제 버리도록 하자. ImageMagick의 강력한 기능을 이제 알게 되다니 그동안 겪은 어리석은 경험이 너무나 안타깝다.

$ convert +append image1.png image2.png out.png # 가로로 붙이기
$ convert -append image1.png image2.png out.png # 세로로 붙이기
$ convert +append -geometry 240x a.png b.png output.png # 크기 변환

이 방법으로는 이미지를 가로나 세로 한 줄로만 배열할 수 있다. 만약 타일 형태로 늘어놓고 싶다면? montage 명령을 쓰면 된다.

$ montage -mode concatenate -tile 3x8 *png output.png

-mode와 -tile 옵션을 주지 않으면 최종 이미지의 크기와 가로 및 세로로 늘어놓을 이미지의 수를 알아서 결정한다.

이것으로도 상당히 일손을 덜 수 있다. 그런데 처리할 원본 이미지는 LMT1-2.png, LMT1-10.png, LMT12-2.png와 같은 형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이를 *png 형태로 montage 명령의 인수로 공급하면 원하는 순서대로 정렬이 되지 않는다. sort -V 명령을 쓰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 sort list 
LMT13-37
LMT15-1
LMT15-24
LMT15-4
LMT15-6
LMT16-16
LMT17-25
LMT17-31
LMT17-36
LMT17-40
LMT17-43
LMT17-62
LMT17-74
LMT17-75
LMT19-13
LMT19-27
LMT19-3
LMT19-32
LMT19-36
LMT19-37
LMT19-6
LMT2-17
LMT2-3
LMT7-21
$ sort -V list
LMT2-3
LMT2-17
LMT7-21
LMT13-37
LMT15-1
LMT15-4
LMT15-6
LMT15-24
LMT16-16
LMT17-25
LMT17-31
LMT17-36
LMT17-40
LMT17-43
LMT17-62
LMT17-74
LMT17-75
LMT19-3
LMT19-6
LMT19-13
LMT19-27
LMT19-32
LMT19-36
LMT19-37

힌트는 How do I sort mixed text & numbers (eg hostnames)?에서 얻었다. 기본 가정은 GNU coreutils ≥ 7.0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현 디렉토리에 있는 모든 png 파일을 이러한 방식으로 정렬한 다음, 이를 ImageMagick montage 명령어에 인수로 공급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로 작년 10월에 포스팅했었던 process substitution을 응용하면 된다.

$ montage -mode concatenate -tile 3x8 `sort -V <(ls *png)` output.png

난해한 것 같으나 대단히 아름답고도 간결하다. ls *png의 결과물을 sort -V에 공급하고, 그 출력물이 montage 명령어의 인수로 제공된다. `sort -V <(ls *png)`라 쓰지 않고 대신 <(sort -V <(ls *png))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테스트를 해 보니 중첩해서 쓸 수는 없었다.

구글에서 'imagemagick covert 사용법'으로 검색을 하면 오래전인 2008년 12월 31일에 작성된 [개발자팁] 이미지매직(ImageMagick) 명령어 예제 및 설명이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참조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20년 1월 5일 일요일

2020년 첫 포스팅, 그리고 독서 기록 <워커홀리즘>

2020년에 접어든지 벌써 5일째를 맞는다. 1818, 1919, 2020, 2121, 2222... 앞 두자리와 뒤 두자리의 숫자가 같은 해가 돌아오려면 약 100년의 주기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동안 한 세기가 바뀌는 연도를 맞거나, 앞뒤 숫자가 같은 연도를 맞는 행운을 모두가 누리는 것은 아니다. 2020년. 기억하기도 쉽고 뭔가 의미가 있을 것도 같은 연도이다.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2000년은 참 먼 미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벌써 2020년이 되고 말았다!

새해를 맞는 감흥은 예전보다 많이 단순해졌다. TV를 통해 별 시덥지 않은 시상식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보면서도 보신각을 치는 현장 중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열정도 많이 식었다. 연말 방송국 시상식에서는 왜 그렇게 공동 수상을 많이 하는지? 게다가 연말에 불거져나온 집안의 여러 소소한 사건들이 새해를 맞는 기분을 많이 가라앉게 하였다.

2019년의 가장 큰 변화는 근무지를 바꾼 것이었다. 직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파견 제도를 활용하여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 지원을 위해 2년간 자리를 옮긴 것이다. 출연연과는 다른 일반 기업의 분위기를 익히고 나의 역량을 이용하여 기업에 기여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도 외부 생명정보학 기초 강의나 논문 마무리를 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파견 근무지 숙소의 쓰레기 및 재활용품 배출장소에서는 종종 쓸만한 물건을 특템(?)하는 일이 생긴다. 가구, 의류, 가전제품, 책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물건이 완전히 소각 또는 매립을 통해 완전히 폐기되거나 갈갈이 찢기어 다른 용도로 쓰일 물질로 환원되기 전에 생명을 연장하도록 만드는 것도 보람이 있는 일이다. 이번에는 읽을만한 책을 많이 구해왔다.


올해 첫 독서는 브라이언 로빈슨 지음/박정숙 옮김 '워커홀리즘(2009)'이었다. 일을 하는 것은 가족을 부양하고 자기계발 및 사회에 기여하기 위함이고 게으른 것은 악이므로, 주어진 할당량보다 더욱 넘치도록 일을 하는 것은 미덕이요, 이를 권장하고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일을 더 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고 일거리를 몰래 싸들고 퇴근을 하게 된다면? 몰래 가져온 일이나 몰래 숨긴 술병이 동등한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러한 수준에 이른다면 일중독도 역시 병적인 상태인 것이다. 벅찬 일거리를 처리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면('워커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하여) 이는 분명히 중독 증세이다. 81쪽에 나온 '일중독의 실체'를 인용해 본다.

  • 일중독은 일중독자가 직장으로 가져오는 강박장애이다. 즉 일중독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 일중독은 정신건강상 문제이며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직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 수퍼히어로의 얼굴은 일중독자가 성취와 업적을 이용하여 숨기고 있는 깊은 내면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문제를 은폐한다.
  • 일중독자는 일을 위해 자유시간과 가족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만족을 위해 일을 한다.
  • 대부분의 일중독자들이 일을 즐긴다고 말하지만 일에서 얻는 만족은 일중독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 일중독자들은 그들이 스스로 야기한 스트레스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에 화학적으로 중독되어 있다. 그들은 일로 느끼는 황홀감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위기를 갈망한다.
  • 일중독은 1차적 중독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중독과 섞인 2차적 중독이 될 수도 있다.
  • 직장에 고용된 상태에서만 일중독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중독은 모든 강박적 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다.
  • 일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회복했을 때 업무의 질과 생산성은 향상되고 일중독자들은 직장에서 행복해지고 더욱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다.
  • 일중독을 줄이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업무시간 축소 그 이상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무시해왔던 삶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진지한 자기반성과 통찰이 필요하다.

주50시간 근무니 최저임금제 도입과 관련하여 사회 전체가 들썩이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최저 수준의 생계를 위해 과도하게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준을 지나서 선진국 수준의 보편적인 복지가 이루어진 사회라면 이 책이 좀 더 널리 받아들여지리라는 점이 다소 아쉬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 경제상황이 너무나 불투명하여 앞으로 근로 및 복지 여건이 더욱 나아지리라는 예상을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나무나 안타깝다.

일중독은 꼭 직장의 일하고만 연결된 것은 아니다. 다른 유형의 일중독 중에는 돌봄중독(careholic workaholic)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는 타인에게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이해하며 타인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욕구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렇지 않던가?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아무리 과다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오지 않았던가?

일과 놀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각종 스마트 기기에 의해서 가정 또는 휴식의 순간에도 일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도 일중독을 만연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기독교·자본주의적 노동관, 그리고 첨단 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일에 중독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노동은 신성하다는 생각에 더하여 우리의 노력을 통해 좀 더 '부강한(아, 이 70년대스러운 용어여!)'나라를 만들게 한 다음에야 개인의 여유와 행복을 찾자는 전체주의적인 발상이 우리를 더욱 일에 몰두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한 상태이고 - 때로는 경쟁국 전체가 우리의 적이 되기도 한다 - 이렇게 게으르게 살면 뒤처지고 '나라가 통째로 넘어간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다음의 표에서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특히 리더의 미덕을 갖춘 사람)과 단순한 일중독자의 차이를 알아보자.



퇴근 무렵 가방을 챙기면서 인쇄한 논문 등 일할 거리를 늘 조금씩 담는 나의 모습도 어딘가 모르게 일중독자의 모습을 닮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에서 이를 꼼꼼하게 챙겨 읽지는 못한다. 파견기업의 업무용 이메일을 집에서 열어보지 않는 것도 지나친 일중독을 막기 위한 장치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버 주소를 암기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만!

인에이블러(enabler: 다른 사람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나쁜 행동의 개선을 막는 사람.36쪽에 처음 등장)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과 함께 2020년 첫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2019년의 마지막 일요일을 응급실에서 보내다

미술학원을 가야 하는 딸아이가 갑자기 목이 아프다며 제대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한다. 미대 입시를 위한 실기시험을 앞두고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드디어 몸에 탈이 난 모양이다. 학원에서 하루에 14시간 가깝도록 불편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니 늘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을 호소해 왔었다. 게다가 유일한 휴식과 소통의 수단인 휴대폰은 또 얼마나 나쁜 자세를 유발하기 쉬운가. 차를 몰고 근처의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올해 초 음력설 연휴가 시작될 즈음 딸아이는 깨진 향수병을 버리려고 넣어 둔 비닐봉지를 잘못 밟아서 발바닥 바깥쪽의 두터운 피부가 꽤 깊게 파여나가는 작은 부상을 입은 일이 있다. 서둘러 을지대학병 응급실을 찾아 피부를 꿰매는 작은 시술을 받았었다. 마취도 없이! 엄지손톱만하게 떨어져 나간 살 조각을 가지고 갔지만 이를 제자리에 붙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아이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바느질(?)을 잘 견뎠다. 그때도 느낀 것이지만 응급실 체계가 예전보다 많이 선진화되었다. 보호자는 한 사람씩만 입장이 허용되고,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를 증세에 따라 분류하고 진행 상황을 대기실에 있는 동반인에게 알리는 등 시장바닥같이 법석대는 모습은 거의 줄었다. 몇 차례의 국가적 outbreak를 겪으면서 감염 관리도 철저하다. 하지만 어제 저녁 외출을 했다가 사람이 꽉 찬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높은 밀도로 모여서 이동을 하니 감염병이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목과 어깨가 아픈 딸아이는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진통제와 수액을 맞고 있다고 아내가 대기실에 있는 나에게 전화로 알려왔다. 통증은 한층 가라앉았다고 했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비슷한 일을 겪은 일이 있다. 당시에 나쁜 자세로 이러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겠지만,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는 금세 회복이 되었었다. 

중년인 나나 성년이 된 딸이나 경추의 상태는 통증을 유발하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루 종일 목을 빼고 컴퓨터를 보거나 두 팔을 앞으로 빼고 휴대폰을 매만지는 자세가 결국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시선과 관심을 화면 바깥의 세상과 바로 곁의 사람에게 돌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디자인 전공을 위한 대학 입시의 길은 참으로 어렵다. 외형적으로는 일반 미대 입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문제의 형식도 많이 다르고 이를 전공으로 택하려는 수험생도 이전보다는 훨씬 많다. 이미 한 차례의 실패를 겪었는데 이번 기회는 어떤 결말을 가져다 줄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다. 어린 수험생들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또한 좌절에 빠지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모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에는 개선된다고는 하지만, 2천명 가까운 수험생이 킨텍스에 모여 시장바딕같은 분위기에서 수시 실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서울대학교 미대의 정책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119 구급대가 한 차례 왔다 가고, 저마다의 사연을 들고 환자들이 계속 휴일의 응급실을 찾는다. 모두 쾌차하시길.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린지 폴락(Linsey Pollak)의 DIY 관악기

색소폰용 마우스피스에 구멍을 뚫은 파이프를 연결하면 클라리넷류의 목관악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라이온 향기따라' 블로그에서 린지 폴락이라는 사람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클라리니Clarini 링크). 린지 폴락은 호주 출신의 음악가이자 악기 제조가이며 발명가로서 2003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KBS 뉴스 링크). 색소폰 마우스피스를 쓰면서 왜 클라리넷이라고 부르는 것이냐고 따지지는 말자.

당근 클라리넷 만드는 법. 출처: https://www.linseypollak.com/instruments/

그의 웹사이트에 소개된 DIY 관악기 중에서는 Clarini(제작도면 PDF 파일)가 가장 현실성이 있다. 본체의 주료 재료인 irrigation riser pipe는 1/2 인치 ID(아마도 내경internal diameter) 15 mm라 하였는데, 아마 농자재를 취급하는 곳에서 농수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물건으로 여겨진다.

린지 폴락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Making a Paper Clarinet' 링크) 중에는 포장지를 말아서 만든 클라리넷도 있다.


동영상이 끝나는 부분에 설계도가 나오는데 위에서 소개한 Clarini의 치수와는 약간 다르다. 대단히 간단하다. eBook 'Make your own Mr. Curly & other Clarinets'(링크)를 구입하면 그가 개발한 악기의 더욱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mmoon Pocket Sax의 알토 색소폰 마우스피스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출처: 'Making a Paper Clarinet' 링크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Ammoon의 8-hole LittleSax(B♭) 좀 더 알아보기 - 치명적 단점 발견!

악기에 딸려온 합성 리드를 케인 리드로 바꾸는 것이 더 좋은 소리를 나게 하는 방법임을 베노바를 통해 깨달았다. Ammoon LittleSax는 어떠한가? 리드가 무려 10개나 들어있지만 설명서를 보면 하나씩 테스트를 해 보고 가장 소리가 잘 나는 것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다. 하나씩을 번갈아 끼워서 불어 보았더니 두세개 정도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고, 소리가 매우 잘 나는 것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리드가 매우 단단하고 그 정도 역시 고르지 않아서 단번에 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동봉된 리드의 품질이 이렇게 좋지 않으니 리드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베노바를 위해 구입했던 것과 동일한 회사(AW-Reed GbR)의 알토 색소폰용 리드(2.5호)를 구입해 보았다. 구글에서 이 회사를 찾으니 폐업을 했다는 정보가 나온다. 그래서 비교적 싸게 리드가 팔리는 것일까? 회사 홈페이지(링크)에서는 폐업 여부를 알 수 없다.


Ammoon LittleSax에 포함된 순정 리드는 그야말로 복불복이었지만, AW의 것은 단번에 좋은 소리가 났다. 5개 들이 AW 리드의 가격은 할인된 가격으로 산 LittleSax의 그것에 거의 접근한다. 리드를 바꾸는 것 이상의 투자는 할 필요가 없다.

AL, AW의 알토 색소폰용 리드. AL', Ammoon에 기본 포함된 리드. SL, AW의 소프라노 색소폰용 리드. SL', 베노바에 기본 포함된 리드.

Ammoon 8-hole LittleSax(key B♭)의 미스테리는 공식 운지표에는 높은 E음을 어떻게 불어야 하는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의 사진을 보라. 위의 것은 key B♭, 아래 것은 key C 제품의 운지표이다. 오버톤으로 불어야 하는 높은 음(분홍색 배경)은 제품에 따라 운지가 다르다고는 하는데, 어째서 B♭ LittleSax 운지표에는 높은 D#(E♭)과 E를 부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비디오 튜토리얼에 혹시 힌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국어로 된 동영상 31개 중 어느 것에 그 방법이 소개되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몇 개를 클릭하여 열어보니 중요한 곳에는 영문 자막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첫 소리를 내는 단원에서는 아랫입술로 아랫니를 살짝 말아서 마우스피스를 무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C조 LittleSax 운지표에는 높은 E를 연주하는 운지법은 나오지만 희한하게도 D#(E♭)은 없다.


높은 E를 어떻게 부는가... 왼손 엄지로 막은 구멍을 살짝 열고 불었을 때 나는 소리는 E인가 F인가? 비디오 튜토리얼(31강 overtone skill) 및 C조 LittleSax의 운지법에는 이것이 E라고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F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지?

2019년 12월 22일 업데이트: 높은 D#(E♭)과 E는 연주 불능!(B♭ key 제품)

몇 음을 부는 방법이 운지표에 나오지 않는 문제를 LittlsSax 개발자인 He Linxian에게 이메일로 문의하였다. 그랬더니 즉시 답장이 왔는데,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이후에 개발된 C 키 버전에서는 이 문제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D#(E♭) 한 음을 불 수 없다고 한다, 두 음을 불 수 없는 것에 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음역대 거의 중간에 위치한 음 자체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결함이 아니겠는가? 매뉴얼과 광고 어디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밝힌 곳은 없다. 불량품이 아니라 설계상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서른개가 넘는 실습용 동영상을 올릴 정도로 LittleSax의 저변 확대를 위해 들이는 He Linxian의 노고는 인정하지만, 높은 위치의 '미♭'와 '미'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가? 초등학생 교재용 소프라노 리코더도 이렇지는 않다.

할인된 가격에 산 것은 다행이지만, 추가로 비용을 들여서 AW 리드를 산 것은 과한 일이 아니었을까? 동봉된 10개 리드 중에 쓸만한 것이 두세개는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PVC 파이프를 자르고 구멍을 뚫어서 나만의 악기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알토 색소폰 마우스피스는 하나 챙겼으니 말이다. 인터넷을 뒤지면 흥미로운 정보가 많다. 라이혼 향기따라 티스토리 블로그의 '악기' 카테고리에 참고할만한 정보가 많음을 발견하였다.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The Clumsy Venovist] Ammoon B♭ Mini Saxophone(8-Hole 'LittleSax') 도착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2월 3일에 주문하여 12월 18일에 받았으니 배송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동수원 우체국에 도착한 것은 17일 새벽이었지만 바로 그날 배달이 되지는 못하였다. 마우스피스(색소폰용 알토 마우스피스)를 결합하기 전에 코르크 그리스를 발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바셀린을 조금 발랐다. 리드는 무려 10개가 들어 있는데, 동봉된 설명서에는 전부 특성이 다르니 소리가 잘 나는 것을 택해서 쓰라고 하였다.

야마하 베노바(위)와 비교한 사진. 

리가춰는 저가품 느낌이 난다. 이 가격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ammoon'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마우스 피스를 이렇게 끝까지 밀어넣으면 안된다.
B♭ 제품은 마우스피스를 파이프에 끝까지 밀어넣어 끼우면 안된다. 10 mm 정도 떨어지게 유지해야 한다. 원본 동영상 링크는 https://youtu.be/aTCLEvjvVes이다(비디오 튜토리얼 2번 'Assembly and maintenace).

베노바의 마우스피스를 물던 방식 그대로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 넣었다. 어라? 쉭쉭거리기만 할뿐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암부슈어를 바꾸어 보면서 애를 쓰니 대단히 높은 소리가 가끔 새어 나오기만 한다. 입술 밖으로 나온 부분을 손가락으로 지지하여 마우스피스에 밀착한 뒤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제 음높이의 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렇게 악기를 연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암부슈어를 계속 바꾸어 보다가 저녁 무렵에야 비로소 소리를 낼 수 있었다. 마우스피스를 좀 더 짧게 물었더니 어렵사리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아랫니를 입술로 덮고, 윗니로는 마우스피스를 누르는 정석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고 그저 초등학교 때 리코더를 불듯이 입술로만 마우스피스 끝을 물고 바람을 넣어도 소리는 잘 난다. 그러나 음량은 베노바보다 훨씬 작고 음색은 두툼하고도 부드럽다.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곳에서 불기에는 매우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색소폰'을 연주하게 되면 지금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까? 베노바와 암문 미니 색소폰이 이렇게 다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음색과 음역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떠한 관이 붙어있든 소리 자체를 내는 요령은 순전히 마우스피스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 소프라노와 알토가 이렇게 다르다니 정말 놀랍다.

베노바는 독일식 리코더의 운지법과 거의 같다. Xaphoon은 아직 경험한 적이 없어서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구입한 관악기의 운지법은 리코더 또는 Xaphoon과 완전히 다르다. 특히 중간 '시'를 짚는 방법을 보니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관의 뒷쪽 중간쯤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개폐하는 구멍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제품에 딸려온 운지표를 아래 사진에 보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높은 '미'를 짚는 법이 아예 나오질 않는다. 악기 제조사 웹사이트에 있는 매뉴얼 파일을 찾아보니 편집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운지법이 서로 다른 관악기를 불다보면 치매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품에 포함된 운지표. 분홍 배경으로 칠해진 높은 음역의 운지법이 잘못되었다.

2019년 12월 12일판 웹사이트에 게시된 매뉴얼(2019년 10월판) 42쪽의 수정된 운지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악기 판매처는 Ammoon이지만 실제 개발과 제작을 한 곳의 웹사이트가 존재한다. 상세한 설명서와 동영상 등이 여기에 있다. 중국어 위주라서 보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2014년에 11홀 버전이 먼저 나왔고 더욱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지금의 8홀 버전이 나왔다고 한다.

매뉴얼 맨 뒤를 보면 정식 품명은 LittleSax Simple Saxophone이고 Fuzhou LittleSax Musical Instrument Co., Ltd.에서 제조하였음을 밝혔다.


이 악기는 '8孔小萨' 또는 8-Hole LittleSax라고 불러주는 것이 개발자 He Linxian의 뜻에 더욱 가까운 것 같다. 참고로 '萨'는 색소폰을 중국어로 부르는 명칭인 '萨克斯风'의 첫글자를 딴 것이다. 발음은 유튜브를 참조하라. '싸커쓰꾸안(sà kè sī guǎn)' 정도로 들린다.

이러다가 Xaphoon, Saxmonica, MiniSax를 전부 섭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Elle Jimmy Tan의 Ammoon Mini Pocket Saxophone 개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