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을 넣을 때 스피커에서 '퍽'하는 팝업 노이즈가 나는 것이 귀에 거슬려서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스피커 보호회로 장착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이런 종류의 스피커 보호회로는 전원 투입 후 수 초가 지난 다음에 스피커와 앰프의 출력부를 연결해 준다. 만약 앰프의 증폭용 반도체 소자가 망가져서 전원의 직류가 그대로 스피커로 나가게 될 때 이를 차단하여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진공관 앰프는 아무리 망가진다고 해도 출력 트랜스포머가 있기 때문에 스피커로 직류가 나갈 수는 없다. 스피커에 만약 직류 전압이 가해지면 보이스 코일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튀어나가므로 곧 망가질 것이다.
스피커 보호회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였다.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이 기판을 동작시키려면 직류 또는 교류 12-15V의 전원이 필요하다. IC114에서 구입해 놓았던 35밀리 전원트랜스(0.25A, 제품 링크)를 쓰기로 했다. 실제로 기판을 연결하여 테스트를 해 보니 12V 탭에서는 10V 정도의 전압이 나와서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따라서 15V 탭을 쓰기로 하였다.
주말 아침이 되어 판을 벌였다. 전원트랜스와 스피커 보호회로를 삽입해야 하므로 앰프 기판을 앞쪽으로 이동하여 고정해야 하고, 약간의 타공 작업을 더 해야 한다. 삼십분에서 한 시간이면 넉넉하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앰프의 속판에 구멍을 잘못 뚫지 않나, 트랜스를 엉뚱한 곳에 연결하지 않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바보 아닌가?'
작업을 마친 뒤 CD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전원을 넣으니 약 3초가 지난 뒤 '짤깍'하고 릴레이가 붙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엉뚱한 실수를 몇 개나 하다니... 포플레이, 비틀즈, 제시카(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아니라 1998년에 Goodbye라는 노래를 발표해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 여가수 Jessica Folcker)의 것을 꺼내어 재생해 보았다.
91년대 초반에 생산된 롯데 LCD-7500를 2014년에 중고로 구입하여 지금껏 잘 사용하고 있다. 2015년에 직접 픽업(KSS-210A)을 갈았고, 작년에는 전면부의 택트 스위치를 교체하였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호환 픽업과 메커니즘을 요즘도 팔고 있어서 앞으로도 유지보수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해가 지기 직전 7 km를 달리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은 뒤 거실에서 PCL86 싱글 앰프로 KBS 클래식 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여느 때보다 풍성한 소리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자작 6V6GT 싱글 앰프의 섀시 작업이 올해 오디오 DIY의 가장 큰 목표이다. 상판 설계는 다음과 같은 상태까지 이르렀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한 R-코어 출력트랜스 고정용 U 볼트가 도착하면 나머지 부품을 주문한 다음 정확히 치수를 재서 도면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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