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5일 일요일

공연을 위한 20미터 스피콘 케이블 만들기

밴드 공연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식 공연이라 할 수는 없고 연구원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서 진행하는 약식 공연이라 연주할 곡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엄숙한(?)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몇 분 안에 후다닥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공연이 아무리 메인 이벤트가 아니라 해도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강당 무대 옆의 대기실에서 몇 차례 연습을 해 오다가 시무식이 있었던 날 오후에 처음으로 무대 위로 모든 장비를 꺼내 놓고 소리를 맞추어 보았다.

나는 무대 왼쪽에서 빨간색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베이스 줄을 퉁기면 스피커와 스탠드를 통해서 무대 바닥면이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강당의 관객석은 단층이며 약 280석 정도가 된다. 음향장비까지 제대로 대여할 수준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서 드럼까지 마이킹을 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내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600와트급 파워드 믹서(Samson XML610)와 12인치급 PA 스피커로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관객석에서 소리를 들어보니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별도의 사운드 엔지니어가 없어서 모든 것을 우리 멤버가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선 송수신 시스템으로 무장한 기타리스트가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직접 기타를 치면서 관객석까지 내려가서 사운드를 체크할 수 있으므로.

600와트급이라 해도 4Ω 기준이므로 좌우 채널로 따지면 각각 최대 150와트 정도로 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연습을 위한 백킹 트랙까지 믹스하여 소리를 크게 내면 레벨미터에 피크가 가끔 들어온다. 관객석에 사람이 있으면 소리가 차단되므로 더 큰 파워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라면 락 밴드 공연용으로는 2킬로와트 정도 되는 앰프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어쿠스틱 악기 위주의 공연이라면 같은 장소에서 이 음향장비로 충분할 수도 있다. 보유한 장비 이외의 것을 대여하기도, 사전 리허설을 하기도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서 일단은 이것으로 어떻게든 최초(?)의 공연을 진행해 봐야 한다. 

막상 무대 위에 스피커를 배치해 보니 5미터로 맞추어 만든 케이블이 너무 짧았다. 그래서 20미터로 새로 선을 만들기로 하고 50심 스피커 케이블 100미터 뭉치를 하나 주문하였다. 80심이냐 50심이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비용 문제로 인하여 50심으로 결정하였다. 만약 100심 원형 케이블에 더 좋은 스피콘 커넥터를 조합하여 20미터 한 조를 만들려면 그 가격이란...

100미터! 앞으로 스피커 케이블을 또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존의 것을 해체해 보니 30심짜리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굵기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왼쪽 케이블이 새로 구입한 것이다. 좌우 채널용 케이블을 구별하기 위해 한쪽 쌍에는 흰색 수축튜브를 잘라서 끼웠다.

작업 끝.

이런 종류의 케이블은 가지런하게 둘둘 말아 놓기나 나쁘다. 5미터 정도의 마이크/악기용 케이블을 꼬이지 않게 감는 방법은 겨우 익혔는데, 내가 사용하는 스피커 케이블의 외피 재질은 그런 기법을 사용하기가 아주 좋지 않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스태프들은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고 있으리라.

오후에는 6.12 km를 달렸다. 하루 걸러 하루 달리기는 신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제 6개월차에 접어드는 달리기 덕분에 체력이 현저하게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힘이 펄펄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활력이 넘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이스는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고 특별히 나아지고 있지는 않다. 운동 때문에 늘 피곤한 것도 물론 아니다. 단지 땀을 잔뜩 흘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개운함이 너무나 좋고, 외출을 해서 오래 걸어다닐 때 다리가 예전보다는 덜 아프다는 정도이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체중 감소이다. 체지방과 근육량이 각각 얼마나 변했는지 인바디 측정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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