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일요일

6LQ8 싱글 앰프 전원부 제작 - 일단 소리를 내다

양면 에폭시 만능기판에 납땜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용량이 큰 인두를 쓰니 녹은 납이 구멍을 통과하여 반대쪽으로 흘러내린다. 보통의 단면형 기판이라면 구멍을 관통한 리드선이 없는 상태에서 도넛형 패턴 위에 인두를 대고 납을 녹이면 고대 왕릉처럼 완만한 곡면을 이루며 납이 잘 붙는다. 그런데 양면형 기판에서는 관통 구멍(일반적인 기판과는 달리 금속 채널)을 따라 납이 주르륵 흘러버린다. 아마 15W 정도의 저용량 납땜인두를 사용했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7번째 줄 첫번째 열에 솟아오른 납 봉오리를 보라. 기판을 뒤집어 놓고 납땜을 할 때 흘러내린 것이다.

제이앨범에서 범용으로 사용하는 배전압정류회로 기판에서는 초크를 쓰지 않고 다단의 RC 필터를 쓴다. 제이앨범 밴드에서 제공했던 6LQ8 싱글 앰프 키트 제작 가이드27. 전원 PCB 항목에 최신 회로도가 있다. 여기에서 권장한 부품과 내가 이번에 사용한 것은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자.

  • 전원 트랜스: 2차 108V 90mA 대신 40VA급 220V:110V 기성품 사용(히터는 12V DC 어댑터로 공급)
  • 돌입전류 제한용 저항은 50옴(5~10W) 대신 10옴 5W 저항 2개를 직렬 연결하여 20옴으로 만들었음
  • 저항: 25옴 1W 대신 50옴(100옴 1/2W 저항 2개를 병렬 연결)
  • Breeder 저항과 여기에 붙어있는 캐패시터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서 기록하지는 않음

납이 구멍을 관통하여 흘러내려서 애를 먹은 것 말고는 오배선 실수도 없었고, 감전을 당하지도 않았다. Breeder 저항은 평활회로를 다루면서 수도 없이 감전을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잊지 않고 적용하였다.

부하를 걸지 않은 상태에서 전압을 재 보았다. 280V 정도가 나온다. 흠, 정류부를 구성하는 내압 250V 전해 캐패시터에는 가혹한 것이 아닐까... 앰프를 연결하고 나도 전압이 원하는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아서 몇 개의 시멘트 저항을 연결했다. 도합 1킬로옴은 되는 듯. 권장되는 B 전압은 그라운드를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207V이다.

소리는 무난하게 잘 나는데 약간의 험이 들린다. 이걸 개선할 수는 없을까? 초크 코일? 원래 제이앨범의 전원 PCB에서는 다단 RC 필터를 사용하여 험을 실용적으로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도 초크 코일을 연결하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하지만 일부러 주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예전에 전원 트랜스를 개조하여 싱글용 출력 트랜스로 만든 것의 1차 권선을 이용하면 초크 코일을 대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험이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 트랜스는 220V:0-3-6-9-12V 600mA의 제품이다. 600mA가 2차 정격이라면 1차 권선에는 이보다 권선비만큼 낮은 전류를 흘려야 한다. 그렇다면 초크 코일로 쓰기에는 용량이 너무 적지 않을까? 만약 과전류를 흘리고 있다면 열이 나거나 소리가 나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점검해 보았을 때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초크 코일(전원트랜스)를 사이에 둔 전압 강하가 꽤 높은 것으로 보아 직류 저항 성분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거의 470옴 저항 하나를 대체할 수준이었다. 초크 코일을 거친 다음에는 그라운드와의 사이에 전해 캐패시터를 하나 삽입해야 한다는데(전원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현 상태에서는 청감상 특별한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 늘 일정한 전류가 흐르는 A급의 저출력 앰프라서 그럴 것이다. 

전원트랜스의 전류 정격과 초크 코일의 전류 정격이 동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

5단 RC 필터의 저항은 100옴 저항을 2개씩 병렬로 연결하여 50옴/단으로 조정한 것이다. 따라서 등에 업힌 저항을 하나씩 끊으면 100옴/단으로 저항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전원회로기판을 거친 다음에도 전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서 시멘트 저항을 덕지덕지 붙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2W의 저항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열이 날 수도 있다. 

저항이 저항을 하나씩 업고 있다. 총 5개의 합성 저항이 쓰였으며 3개는 기판 뒷면에서 직접 연결해 버렸다. 내 실력으로는 기판 윗면에 고정해 놓은 상태에서는 배선을 마무리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과 제이앨범의 조언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전원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저항을 전원트랜스 직후에 삽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물론 발열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시험 제작에서는 합성 저항으로서 20옴을 사용했지만 권장치인 50옴을 사용했다면 전원회로의 말단에 저항을 계속해서 이어 붙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작의 장점은 케이스의 뚜껑을 닫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 상태를 계속 관찰하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늘 만들다 만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날 맘에 들지 않는다 생각하고 완전히 뜯어 고치게 될 수도 있다. 그 흔적은 사진이나 기억, 그리고 블로그에만 남을 뿐이다.

이렇게 하여 2021년 오십 몇 회(?)의 생일 기념 자작을 마친다.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케이스 비슷한 것이라도 만들어 넣으려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더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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