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자체 검열을 많이 한다는 것

<르몽드 비판 경제학>을 읽으며. 종로 영풍문고에서 아내가 정해영을 촬영하다.
대형 서점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는 그 책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만약 표지를 꽉꽉 눌러 접어서 넘겨가며 손에 침을 발라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나의 모습이 누군가의 휴대폰에 찍혀서 그날 저녁 '몰지각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올지도 모른다.

누구나 휴대폰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의 바람직한 고발·자정 작용이라 해야 할까?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일반인,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지정된 구획을 넘어서 세운 자동차, 식당의 '진상'손님... 별별 상황의 사진을 찍어서 '(극혐)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비난조의 글이 함께 올라오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바로 그 상황에서 지적을 하여 바로잡거나, 문제가 발생한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하면 될 것을 이렇게까지 공론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글을 올리는 동기은 십중팔구 댓글이 달리는 것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일게다. 건전한 고발의 목적이라면 사회적으로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만한 것만 걸러서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에 대한 실천으로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읽으나 마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더 이상 들락거리지 않는 것이다.

나도 내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소하고 소심한 복수를 가끔 한 일이 있다. 그러나 블로그와 공개 커뮤니티 사이트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의 나는 <르 몽드 비판 경제학>책을 구입한 뒤 읽고 있는 것이다. 방금 전에 구입한 나의 소유물이니 펜을 꺼내 밑줄을 치든, 책장을 넘기면서 접거나 살짝 찢든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점 안에 마련된 자리에서 책을 읽는 사람 대부분은 판매용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조심스럽게 책을 읽었다. 아! 차라리 구입 영수증을 책갈피 삼아 끼운 상태로 읽었더라면 좀 더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잘 팔리는(혹은 잘 팔리기를 기대하며 밀어주는) 책은 이렇게 평서가에 놓여있다. 가운데에는 <르몽드 비판경제학>은 내가 올려놓은 것으로, 그 아래에는 다른 책이 놓여 있었다. 맨 오른쪽 <금융의 역사>는 아마도 나머지 경제학 비판서와는 다른 분위기의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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