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업무 차원에서 숙취 현상을 학술적으로 조사해 본 일이 있다. 숙취는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혈중 알코올 농도가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진 상태에서 일어난다. 알코올 대사에서 생기는 가장 중요한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주원인이라고 여겨지지만, 숙취 증세가 나타날 때 이 물질의 혈액내 농도 역시 그렇게 높은 상태는 아니라 한다. 그리고 알코올의 만성적 섭취에 의한 간 손상과 숙취는 또한 다르다. 가장 좋은 숙취 예방법은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표준 음주량(standard drink)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알코올남용및중독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NIAAA)에서 정의한 표준 음주량은 다음과 같다. 순수한 에탄올 14 그람에 해당하는 음주량이 1 standard drink가 된다. 10 그람의 순수 에탄올을 1 유닛(unit)으로 정의한 문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https://www.niaaa.nih.gov/alcohol-health/overview-alcohol-consumption/what-standard-drink 미국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
1 standard drink는 12온스짜리 캔맥주 하나에 든 알코올에 해당한다. 수퍼마켓 혹은 편의점 진열장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355 ml 정도의 캔 말이다. 요즘은 500 ml 맥주캔이 정말 흔한데, 예전에 통용되는 '작은' 캔맥주 두 개에 해당하는 알코올이 하루의 적정 음주량이라니 애주가들은 말도 안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일일 적정 음주량은 국가나 기관마다 제시한 수치가 조금씩 다르다. WHO에서는 남성 기준 40 그람이고 여성은 그 반이다. 미국 NIAAA의 적정 음주량보다 더 많다.
적정 음주량? 한국인 현실에는 안맞아(더 적게 마시라는 소리다)
적정 음주량 - 여기에 실린 대한가정의학회 알코올연구회 가이드라인은 조심해서 해석해야 된다. 마치 하루 소주 두 병까지는 괜찮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주류안전기획단에서 만든 자료로서 40 그람의 알코올을 함유한 술의 종류별 용량이다.
자료 출처 링크 |
아아, 그렇다고 이런 병에 손잡이를 달고 뚜껑에 구멍을 뚫어 빨대를 꽂아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출처 링크 |
오늘 글을 쓰게 된 것은 건강한 음주를 하자는 의도는 아니었다. 적정한 음주량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캔맥주의 사이즈가 요즘 기준으로는 작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려 함이었다. 비단 맥주뿐이랴? 커피는 또 어떠한가? 점점 커지는 머그잔(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머그'라고 불러야 한다)의 용량은 나 같은 커피믹스 애호가에게 젓정한 물의 분량(120~150 ml)을 맞추기 아주 어렵게 만든다. 밖에서 사먹는 커피는 이보다 더 심하다. 스타벅스의 그란데 사이즈는 무려 473 ml나 된다. 대용량의 것을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판매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합리적인 소비 의식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갈증을 해결하기에 적정한 수준을 이미 넘어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단위 섭취량당 효용 곡선은 이미 바닥을 향해 꺾이기 시작한다. 결국은 낭비를 부르는 것이다.
전혀 다른 분야인 손목시계로 잠시 넘어가 보자. 요즘 시계는 또 얼마나 큰가? 가는 손목을 가리켜서 '난민 손목'이라고는 제발 부르지 말자.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치를 희화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직경 43 밀리미터는 기본으로 채우는 요즘의 시계는 마치 손목 위에서 날 좀 봐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다. 욕망(과시)과 효율 논리, 그리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믿음은 적당하게 뒤엉켜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우리 손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모두가 일일 일닭, 일인 일닭을 하는 그날까지! 오늘도 죄 없는 돼지들은 땅 속에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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