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보인 손목시계는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구입했던 포체(FOCE) 여성용 시계이다. 큐빅이 떨어져나가고 가죽줄이 닳아서 정식 수리를 맡겼던 적이 있었다. 이미 포체가 매장을 철수한 뒤라서 백화점 서비스 센터에 맡겨서 본사로 물건을 보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큐빅은 또 떨어져 나갔고 배터리가 다 되어서 시계도 멈추고 말았다. 그 이후로 아내의 시계는 몇 개가 더 늘어났으니 이제 이 시계를 그만 차라는 신의 계시인 것일까? 하지만 내 손으로 큐빅을 붙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동대문종합시장에 가면 분명히 필요한 자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발품을 팔아서 비드코(http://www.beadkor.com/)라는 곳에서 딱 맞는 사이즈의 큐빅 한 봉지를 구입하였다. 붙이기 전에 바늘 같은 것으로 남아있는 접착제 찌꺼기를 제거하라는 설명도 들었다.
장신구에 널리 쓰이는 '큐빅'의 정식 명칭은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이다. 화학적 성분은 이산화 지르코늄(ZrO2)이라 한다. 대표적인 제조회사는 아마도 스와로브스키일 것이다. 물론 스와로브스키에서 생산한 큐빅이 봉지에 담겨서 동대문종합시장의 한 가게에서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접착제(E8000)도 근처 상점에서 구입하였다. 이 접착제는 금속, 유리, 도자기, 비즈, 네일스톤 등에 쓰이는 것으로 점도가 낮아서 사용하기에 좋다고 한다(설명). 처음에는 순간접착제로 붙일 생각을 했었지만 자국이 남기 쉬우무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세 시간 이상을 두어야 완전히 굳는다고 한다. 웹사이트의 설명으로는 완전 경화에 하루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이런 수선 작업을 처음 해 보는 것이라서 접착제를 적정량을 바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큐빅을 집는 전용 집게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수선을 하고 나서 하루가 지난 다음의 모습은 이러하다.
이만하면 훌륭하다! 앞으로 큐빅이 또 떨어져 없어져도 아직 큐빅이 한봉지 가득 남았다. 이 시계를 유지보수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색깔이 딱 맞는 스트랩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포체 본사 수리센터에 여기에 맞는 스트랩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도 이제는 알 수가 없다.
약간의 부자재 쇼핑을 마치고 들른 식당에서 점심으로 김치 칼제비를 먹었다. 꽤 알려진 맛집인지 찾는 손님마다 전부 같은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아내는 비빔국수를 주문했는데 소면이 아닌 중면으로 끓여낸 것이었다. 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입맛에 잘 맞았으며 적당히 달콤하였다. 얼마전 남대문 시장에서 먹은 잔치국수도 소면이 아니고 중면이라서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진으로 보면 너무 허름해서 주변에 소개하기는 미안할 지경이지만 원래 우리의 재래 시장이란 곳이 이런 분위기 아니었던가? 맛으로만 따지면 한번쯤은 더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조금 더 걸으면 광장시장인데, 휴일이라서 그런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의 손님은 중국인 관광객 같아 보였다. 광장시장을 지나다 보니 마치 빈대떡이 한국의 대표음식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세운스퀘어. 멈춘 손목시계의 배터리를 갈기 위함이다. 위에서 소개한 분홍색 포체 시계도 포함해서다. 4개의 배터리를 교체하는데 2만원이 들었다. 기다리면서 시계를 구경하였다. 진열장 한 켠에는 고풍스런 롤렉스 제품도 제법 전시되어 있었다.
로가디스의 드레스 워치. 사장님이 적극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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