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 금요일

2019 CJ R&D Global Conference "생명공학 기술로 만드는 우리의 미래"

2019년 8월 22일(어제), 작년에 이어서 CJ 블로썸 파크에서 열렸던 2019 CJ R&D Global Conference(프로그램연사)에 다녀왔다. 파견 근무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라서 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신수안 미래기술연구소장 겸 부사장님이 세션 I 좌장을 맡았다. 이분에게 암실에서 흑백 사진 인화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microbiome에 대한 발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관련 업(학?)계에 있는 나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이 면역이나 대사에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함은 잘 알려져 있는데, 신경정신과적 질환에도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다. Plenary lecture에서 첫번째로 발표(제목: The gut microbiome and neurological disorders)를 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Sarkis K. Mazmanian은 이러한 연구 분야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다. 강연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신경세포로 들어가서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Mazmanian 연구실의 In the News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언론에 소개된 관련 연구 성과가 나온다. 2017년 Immunity에 실렸던 리뷰 논문을 읽어봄직하다.

http://dx.doi.org/10.1016/j.immuni.2017.05.011

Plenary lecture의 두번째 연사는 합성생물학 분야의 대가로 잘 알려진 UC 버클리의 Jay Keasling은 'Engineering biology for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제목으로 미생물의 게놈 엔지니어링과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건강, 에너지, 자원 고갈 등)를 극복해 나가는 사례를 발표하였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잘 알려진 artemisinin, 맥주원료 홉을 대신할 GM 미생물, 바이오플라스틱 등의 주제는 물론 이를 어떻게 사업화로 이어가고 있는지를 소개하였다. 맥주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Brewing hoppy beer without the hops를 참조하라.

신생학문인 미생물 내분비학(microbial endocrinology)란 무엇인가? 아이오와주립대 수의학과 교수인 Mark Lyte가 주창한 이 용어는 미생물이 숙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인식하거나 만드는 능력을 연구하는 분야를 말한다(Microbial endrocrinology and the microbiota-gut-brain axis, PubMed). 인간의 체내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사실 자연계에도 널리 존재하며, 따라서 진화적인 관점에서 이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Understanding the role of microbial endocrinology in the microbiome"). 또한 항생제가 아닌 약물이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데, EMBL의 구조 및 바이오인포매틱스 그룹장인 Kiran Raosaheb Patil은 잘 설계된 실험을 통해서 대규모의 drug-bacteria interaction을 연구한 최신 결과를 발표하였다("How drugs impact our bugs"). 비록 인도식 영어 억양이라서 알아듣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럴 거라면 나도 동시통역기를 대여하여 들어볼 것을.

학술행사와 더불어 석박사 학위 취득자(예정자 포함)를 대상으로 하는 채용/직무 상담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한 지원자들이 이날 오후 개별적으로 미팅을 하여 당일 서류전형 결과를 확인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KRIBB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알던 반가운 사람들을 이 자리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개방형 연구혁신을 통해 외부 아이디어를 모집하여 지원하고(CJ제일제당 블로썸 아이디어랩 1기 개최, 뉴스 링크), 국외에서도 직접 인재를 찾기 위해 사장단이 LA까지 총출동하는 등(CJ 글로벌데이 개최, 뉴스 링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힘을 쏟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문득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선후배·동료 연구자들이 생각이 난다. 아직도 우리는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내는 수준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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