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8일 일요일

[독서 기록] 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 원제: WORLD WITHOUT MIND: The Existential Threat of Big Tech
  • 저자: 프랭클린 포어(Franklin Fore)
  • 이승연, 박상현 옮김


구글 없는 삶이 가능할까? 오늘도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휴대전화를 쓰고, 인사동 나들이를 다닌 기록을 구글 포토로 공유하며, 심지어 이 글도 구글 블로거에서 쓰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은 완전히 데이터화되어 이러한 테크 기업을 통해 어디론가 팔려가고 있다. 약간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우리 삶의 기록 - 검색 흔적, 위치 정보, 쇼핑 정보 등등 - 이 제삼자에게 제공된다는 약관에 우리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동의함'을 클릭하였다. 모든 것은 공개되고 투명하게 쓰일 때 세상이 더욱 합리적으로 변하고 편리해질 것이라는 '선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보자. 대부분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게 되면서 나의 이동 기록은 고스란히 테크 기업의 저장소로 흘러들어갔다. 가끔 '컴퓨터답게' 리터칭한 사진, 수년 전 오늘 내가 여행한 곳, 과거와 지금의 내 모습 대조, 그리고 지난 주말의 행적을 엮어서 자동적으로 만든 친절한 앨범을 보며 감탄하면서 디지털화(혹은 데이터화)하지 않은 이전 사진은 마치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색이 안되는 기록은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없는가? 나는 단 한번도 손으로 적은 기록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테크 기업의 '친절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기록을 남기면 언제 어디서든 검색을 할 수 있으므로 나의 기억 능력은 그만큼 무뎌진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기술인 AI는 기억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판단과 창작의 주체였던 인간의 위치를 흔드는 시대가 되었다. 반면 손으로 적은 기록이나 종이책을 읽은 기억은 내 뇌의 신경회로 어딘가에 남아서 나중에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

프랭클린 포어의 책을 읽으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의 독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거대 테크 기업의 폐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때 구글을 통해 내가 작성한 정보가 검색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보다 번다하게 광고가 많이 따라붙는 구글 화면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제공한 체제 안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가장 우선하여 보여주는 네이버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었지만(네이버는 요즘 많이 달라지기는 했을까?) 구글은 이제 확실히 돈을 벌기 위한 길로 가고 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 내부의 행동 강령 - 밖으로 알려지면서 하도 많이 비웃음을 사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철회했다고 하지만 - 은 과거의 정신일 뿐이다. 구글이 휴대폰 단말기의 OS를 독점한 것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의 측면에서는 이른 시기에 대단히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이다. 개개인은 결국 데이터를 생산하여 구글로 고스란히 전송해 주는 충직한 센서(데이터 습득 장치)가 되고 만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아마존이 어떻게 해서 기존 출판 세계를 뒤흔들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는 누구나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예를 들어 전자책 킨들) 안에서 과거보다는 쉽게 책을 낼 수 있고 독자는 훨씬 적은 가격에 많은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선인세 등 저작자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하는 정당한 댓가를 주지 않으려는 속셈 아니겠는가? 이에 반하는 출판업자 혹은 작가의 책은 아마존 안에서 잘 팔리지 않게 만들어 버리면 결국은 여기에 굴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는 과거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혹은 공짜로 이러한 혜택을 입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결국은 공짜는 없다. 콘텐츠 생산자를 쥐어짜고, 소비자(센서?)의 프라이버시를 별 저항감 없이 넘겨준 결과인 것이다. 늘 크롬을 사용하고, 로그인을 한 상태에서 주소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구글에게 넘기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렇게 내 검색 흔적을 넘기는 것이 싫다면 다른 검색 엔진을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안이 있다는 뜻이다.

구글 없이 온라인 검색하기

'덕덕고(DuckDuckGo)'라는 재미난 이름의 검색 엔진을 살펴보자.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이러하다.



  • 어떠한 개인 정보도 저장하지 않습니다.
  • 저희는 위치나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해 광고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 사생활 보호 모드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절대로 사용자를 추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델로는 절대로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이들도 결국은 사용자의 정보를 팔아넘겨서 돈을 버는, 이른바 사악해지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인가? 이들을 지원하는 사용자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프랭클린 포어는 독점을 경계하고 종이책을 소중히 여기며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자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였다. '독점에 열렬히 반대하는 자상한 나의 아버지, 버트 포어에게 드립니다'라는 책머리의 헌정사에서 그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거대 테크 기업이 독점하는 채널에 의해서 적절히 취사선택된 정보를 수용함을 의미한다.

나의 소중한 권리와 정보를 지킬 수 있다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공짜·무료 무한 용량·편의성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말자. 어쩌면 구글의 블로그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내가 유료로 이용하는 호스팅 서버에 워드프레스를 설치하여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약간의 불편함을 조금 더 감수한다면 현재 깔아놓은 위키 엔진을 그대로 써도 된다. 구글 플랫폼을 벗어나게 된다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검색 엔진에서 잘 드러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고, 애드센스를 이용하여 언젠가는 발생할 기대 수익(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도 접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 이 글이 유익한 정보가 되어 세상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나도 조금은 유명한 사람이 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기대 심리. 이러한 욕구가 골고루 만족되는 조건은 찾기는 쉽지 않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욕망의 틈새에서 용케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아낸다. 
어차피 이제 사생활이라는 것은 없는 세상 아닌가? 누구나 다 사진을 찍어서 여기저기 올리는데 저작권이나 초상권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이것은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한 거대 테크 기업의 장난일 수도 있다. 올 하반기에는 '구글 없이 살아보기'의 가능성을 점쳐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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