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5일 토요일

쓸만한 국산 만년필은 없는 것일까

현재 만년필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는 자바펜과 모나미 정도이다. 국산 만년필의 대명사였던 아피스는 거의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라고 한다. 구글을 뒤져보면 부산의 공장까지 직접 찾아갔던 열성적인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 있다. 2018년도에 작성된 글을 보면 문이 당힌 공장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부산 아피스 공장 방문기(2014년)
아피스만년필 공장 견학 실패기(2018년)

모나미는 그 유명한 153 볼펜의 디자인을 계승한 153 네오 만년필을 최근 내놓았다. 컬러풀한 플라스틱 몸체를 보면 라미의 '사파리'를 경쟁상대로 겨냥하여 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매장에서 실물을 보기는 하였으나 중년의 남자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필기구라 여겨졌다. 사무실 책상 위 필통에 꽂아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가볍게 쓸 메모용으로 구입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용도로는 이미 펠리칸의 트위스트가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모나미에서는 올리카라는 저가형 만년필도 만든다. 이것은 플래티넘의 프레피 만년필에 대적하기 위한 것일까? 일회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펜/스마일캘리 등도 국산 만년필의 대열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금속 본체를 사용한 본격적인 만년필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라면 자바펜뿐이다. 안타깝게도 닙은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문구매장에 들었다가 자바펜의 최상위급 만년필인 로얄 플래티늄을 권장소비자가의 절반 가격인 35,000원에 세일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황동 몸체를 백금으로 도금한 '고급' 제품이다.

출처: 자바펜 웹사이트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부담 없이 구입하여 써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진열장 위에 꺼내진 제품은 그러나 배럴의 도금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치 길이 방향으로 길게 줄이 간 것처럼 도금이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 진열품이라 그런가? 바로 곁에 쌓여있는 박스를 열어보았다.

너댓개 정도의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전부 배럴에 입혀진 은색이 균일하지 않았다. 쓰다보면 도금이 조금씩 벗겨지기야 하겠지만, 새 제품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예전에 자바펜의 저가 제품을 써 본 일이 있다. 몸체가 비교적 가늘어서 쥐기가 편하고 필기감도 좋은 편이었으나 래커 도장이 부풀면서 벗겨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국산품을 애용하겠다는 생각에 한번쯤은 자바펜의 고급 제품을 써 봐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요즘 주력으로 쓰는 만년필은 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핑크)이고, 필기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강조할 부분이 있으면 파랑색 계열의 잉크를 채운 쉐퍼 VFM NT를 가끔 꺼내어 사용한다. 워터멘 Phileas는 장기 휴식 상태.

자작 SMPS에 사용할 고주파 트랜스포머를 감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1차쪽에 40 회 정도만을 감으면 되는 일이라서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보빈이 매우 작고 에나멜선이 두꺼우니까 도대체 마음처럼 밀착이 되게 감기지를 않는 것이었다. 권선기를 쓰지 않고 완전 수작업으로 감으려미 몇 번을 감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겨우 40 번 감으면서 몇 번 감았는지가 헷갈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다가 중간에 멈추고 에나멜선을 밀착하기를 반복하보면 그렇게 된다. 서너차례 감고 풀고를 반복하가다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의 아날로그 라이프는 이것으로 마감한다!

0.7 mm 에나멜선 감기. 다시 풀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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