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보호회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증폭 소자가 망가져서 단락이 일어나면 출력쪽에 갑자기 DC 대전류가 흘러서 스피커의 보이스코일이 파손되므로 이를 감지하며 짧은 시간 안에 스피커쪽으로 가는 연결을 끊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원이 들어온 뒤 몇 초가 지난 뒤에 스피커가 연결되게 하는 단순한 지연 회로이다. 앰프에 따라서는 전원을 켜거나 끈 직후 스피커에서 '퍽'하는 popping noise를 발생하는 것이 있다. PC용 증폭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주 흔하게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 잡음이 실제로 스피커를 망가뜨리게 되는 일은 없지만, 분명히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다. 발생 원인이 의외로 매우 다양하여 이를 근본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 대신 스피커측 연결을 단순히 지연시키는 회로를 추가하여 해결할 수 있다.
출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앰프에서는 증폭부에서 심각한 고장이 발생해도 스피커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칩앰프의 증폭 소자는 다양한 오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체 보호회로를 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팝 노이즈까지 항상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자작 앰프(산켄 SI-1525HD 칩 사용)는 팝 노이즈가 꽤 크다. 책상위에서 쓰는 소출력 스피커에서는 참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대출력 스피커를 연결하여 전원을 넣으면 상당한 타격감의 큰 소리가 우퍼에서 발생한다. 시판되는 스피커 보호회로 또는 지연회로 보드(예: FK650; 알리엑스프레스에는 훨씬 다양한 제품이 있음)를 구입하여 사용할 것을 여러번 고민해 보았으나 전원을 인가할 적당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피커 보호회로 보드는 보통 정류회로를 내장하고 있어서 12~16 V 정도의 교류 전압을 연결하면 된다. 그러나 내 앰프에 들어있는 파워 트랜스포머는 두 조의 0-18 V 출력 단자만 제공하기에 스피커 보호회로를 구동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앰프보드에서는 양전원이 필요하므로 파워트랜스포머의 출력을 직렬로 연결하여 +18 V 0 V -18 V를 만들었으니 이중에서 한쪽 절반만에서 선을 뽑아서 18 V를 만들면 양전원의 균형이 깨질 것이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18 V를 스피커 보호회로 구동에 맞게 강하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스피커 보호회로를 위한 파워 트랜스포머를 하나 더 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한 방법을 택하였다. 스피커로 가는 출력선측에 4P 스위치를 달아버리는 것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였듯이 볼륨 조절 놉 바로 왼쪽에 보이는 검정색 로커 스위치가 바로 그것이다. 망가진 외장 HDD의 전원부에서 적출한 파워 스위치를 재활용하였다.
이보다 더 간단한 - 그러나 성가신 - 스피커 지연회로는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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