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료를 상온에서 3,500 rpm으로 원심분리한다.
- 상등액을 새 시험관으로 옮긴다.
- Reagent A를 15 ml 가하여 vortex mixer에서 혼합한다.
적어놓고 보니 요즘 널리 쓰이는 '레시피', 즉 조리법과 거의 같은 성격의 문서가 된다. 이는 생물학 실험이 일종의 요리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프로토콜이란 전혀 조리법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무술인이 대련을 준비하면서 합을 맞추는 것도 프로토콜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와 권력이 오고가는 세계에서 의전이란 말은 그 딱딱한 본연의 뜻을 발위하게 된다. 손님이 오면 어떤 방식으로 맞이하여 어떤 동선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어떤 자리에 앉히고(상석이 어디인가?)... 이런 것과 관련한 절차 또는 양식을 의전이라고 부른다. 법률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외교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정치 또는 외교와 관련이 없는 분야라 하더라도 권력에 따른 위계질서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는 의전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예절 또는 에티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극단으로 치달아서 '갑질'로 막 넘어가려는 그 경계에 바로 의전 문제가 존재한다. 흔히 의전이라 하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윗분들을 모시고 대하는 순서 또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위 윗분들이 관례라는 것을 내세워서 어떤 정형화된 행동을 한다면 그것 역시 의전화된 양식으로 - 물론 부정적인 의미이다 -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어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어떤 행사가 열리면 내외빈이 축사를 한다(축사는 대개 행사 진행하는 곳에서 알아서 준비한다). 그러고 나서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그 내외빈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벌떡 일어나서 퇴장한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 초청된 내외빈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만 가능하다. 따라서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격이 맞는 손님들을 초청하고, 그 중에서도 누가 가장 높으냐에 대해서 다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조정을 해 놓아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다. 워낙 바쁘고 높으신 분이니 초청한 자리에 와서 축사 한마디 하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고, 이제 다음 일정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자리를 떠야 한다. 일반인이라면 행사에 방해가 되지않게 조용히 퇴장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이 높으신 분들은 '중요한 이 몸이 나가는 것'을 온 청중에게 보여야 한다. 아니, 아주 선명하게 과시하고 떠나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대통령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한다고 그렇게 비난을 받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경향신문에서는 [의전공화국]의 그늘진 단면을 보여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는 중이다(링크). 의전은 국가간 외교 의례와 관련한 영역에서만 엄격히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의전이란 당사자가 갖고 있는 권한(정치적 영역이라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을 위해 주어지는 것이지 사람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A라는 공화국 대통령을 대하는 의전은 A라는 공화국 국민을 위한 것이지 대통령 개인을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과도한 의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일반 단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에서는 더 이상 의전을 운운하지 말고 상식과 에티켓 수준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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