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다시 진공관 앰프에 관심을 갖다

생애 처음으로 진공관 앰프란 것을 들인 것이 작년 구정 연휴 시작 무렵이었으니 이제 꼭 1년이 되어간다. 이것저것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갖는 성격 덕분에 진공관 앰프 외에 가격이 얼마 하지 않는 칩 앰프 몇개를 들여서 거실과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열심히 듣고 있다. 물론 진공관 앰프는 침실에서 튜너를 소스로 하여 취침 시 여전히 좋은 벗이 되어 준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법이 있겠다. 그러나 음악의 생산 측면에서 실제 종사하거나 취미 수준으로라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음악의 '소비' 측면을 즐기게 된다.

음악의 '소비'라고 하면 좀 이상하니 '감상'이라고 해 두자. 여기에도 여러가지 활동이 있을 수 있다. 좋은 음반이나 음원을 찾는 사람, 좋은 오디오를 찾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디오를 직접 만드는 사람. 약간의 공돌이 기질이 있는 나는 가장 마지막 활동을 해 보고 싶다. 납땜은 조금 할 줄 알아서 장난삼아 CMoy 헤드폰 앰프를 만든다거나, 보드 형태로 구입한 앰프에 볼륨과 입출력 단자를 다는 정도는 해 보았다.

진공관 앰프는 비교적 구성이 단순하고, 개성을 살려서 나만의 앰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생각된다. 완제품 보드를 사서 트랜스만 구입하여 섀시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고, 손수 섀시를 구비하여 구멍을 뚫고 러그판에 납땜을 해 가면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좋은 부품이나 관은 상당히 비싸다는 것. 특히 트랜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소출력 싱글 앰프를 계획한다면 능률이 좋은 스피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년부터 나만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름대로 알아 보았지만, 그런거 하지 말라는 진공관 제작자의 충고에 잠시 보류한 상태였다. 어떻게 만들든 소리야 나지만 만족스럽지 않을거라고. 맞는 이야기이다. 전문 제작자가 정성들여 만들어서 험 하나 없는 앰프를 항상 들어왔으면서, 서툰 솜씨와 선별되지 않은 부품으로 만든 앰프에 어떻게 만족하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자기 손으로 끓인 라면이나 직접 만 김밥이 먹고 싶을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서 라면 하나 끓인다고 5만원 10만원이 드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되도록이면 단순한 진공관 앰프 회로를 찾아보니 초단관이 쓰이지 않으면서 출력도 비교적 높게 나오는 UL 결선의 피콜로 앰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PCL86 관도 여분으로 갖춘 것이 4개나 있으니...(10개 샀다가 6개는 처분하였음)

새 앰프를 만들기 전에 기존의 앰프에 조금 손을 대 보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초단관을 약간 게인이 높은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요즘 발동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빈티지관은 물론 고려 대상이 아니다. 12AX7과 호환된다는 러시아제 6N2P의 음질이 좋다지만 히터전압이 다르니 개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본격적인 새 앰프 제작 전의 개조 연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핀 배열과 히터 전압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추후에 조사하여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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